최소한의 민주주의부터
도통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를 않는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이면합의하고 대의제를 악용하여 자신들의 권한으로 투쟁을 정리하는 경우 한두번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내 생각에 학생회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학교 직원과는 식사도 같이 하면 안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회의자리 아닌데서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하다보면 비공식 테이블에 슬금슬금 익숙해지게 된다. 이런 경우 총학생회장이 중운위 같은 데에서 생각 없이 줄줄줄 얘기하다가 딱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노동조합운동이 아무리 관료화되었어도, 그렇게 욕을 먹어도,
아직 건강한 노동조합들은 합의안 조인하기 전에 조합원 토론을 반드시 거친다. 그리고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제기가 있으면 도장찍기 직전의 잠정합의안임에도 불구하고 수정하기 위해 다시 싸운다.
내용이 건강하건 배신이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점거투쟁은 심지어 서울대 학생회원들만의 투쟁도 아니었고, 점거에 힘을 실어준 모든 사람들의 투쟁이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후다닥 점거해제를 추진한 거? 비공개 논의를 하고 한달이 지나서야 녹취록 공개한 거?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촛불이 공장과 노동조합 관료주의의 담벼락을 넘어 김진숙 동지의 곁에 모이려고 한 것을 우리는 보았다.
하지만 만약 공장 담벼락 너머에 김진숙 동지가 없었더라면 촛불은 담벼락을 넘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총학생회의 결정은 전국적으로 연대를 모아낸 법인화 반대투쟁의 구심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점거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찾아온 동지들을 스스로 밀어낸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 당신들에게 그럴 힘은 있었을 지언정,
그럴 자격은 없었던 것 같다.
촛불시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조직된 좌파운동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된 계기들이 있었는데,
이 사건 또한 그런 계기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입으로 키보드로 민주주의를 아무리 외쳐도 이런 식으로 발등 찍으면 말짱 헛소리인 거다.
괜히 민주주의 얘기하면서 훌륭한 좌파 이론가들 갖다 붙이지 말아라.
지금 당신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최소한의 민주주의다.
읭.. 이거 어떻겐 됐을까 궁금해하다 까먹었는데 이렇게? 되었군요 끝장토론 끝장난다아... 총학도 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