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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춥다. 공기에 노출되는 피부들이 차갑게 느껴진다. 긴 팔 가디건을 꺼내 걸치고 양말을 찾아신었다.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을 닫았다.

필시, 외부 온도가 낮기 때문은 아닐거다. 내 몸에서 열이 나고 있는거다.

처음으로 신종인플루엔자도 의심되기 시작했다. 아마, 단지 몸살일 뿐이겠지만...

 

어제 낮잠을 자야 할 시점을 놓쳤다. 오랫만에 청소를 했다. 그리고 문칠이와 응일이오빠가 다른 촬영 때문에 익산에 왔다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안그래도 며칠 요양(?)을 하면서 무척 지루하던 참이기도 했다. 집에 들러서 과일을 먹고, 쌈밥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부고가 전해져서 서둘러 사무실 식구들을 만나 문상을 갔다. 마침 약을 빠뜨리고 갔기 때문에 어지럽고 살짝 메슥거리는 증세가 오랫만에 다시 나타났다. 몸이 좋을 리는 없지만, 교훈언니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 전주에서 익산으로 오고 있는 동안 온 몸이 쑤셨다. 어제 운동을 했나 싶을 정도로...

 

집으로 돌아와서 문칠이와 한참 수다를 떨었다. 아주 오랫만에 만난 옛친구. 근황, 영화를 만드는 것, 창작을 하는 것에 대해서...

그에게서 온 전화는 또 괴로운 내용이었다. 아주 늦은 시간에 걸려 온 전화 너머에는 술이 약간 들어간 그가 있었다. 꽤 오래, 한 시간 반 쯤 통화를 한 듯 싶다. 무척 피곤하고 지친데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졸립기도 했지만, 몸이 멀쩡했대도 쉽지 않은 대화였을 것이다. 잊고 싶은데, 컨디션 난조와 얽혀버려서 계속 불쾌한 짐으로 남아버린 듯 하다.

 

손님들이 나가는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침을 지어서 먹여 보냈으면 했는데, 불가능. 그들이 사온 포도를 씻어서 함께 먹는 정도였다. 인사를 하고는 다시 쓰러지듯 잤다. 1시가 넘어서야 잠이 깨서 느껴지는 건 허기와 어지러움. 반찬을 한 가지 정도 만들어 먹고 TV 채널을 돌려도 별로 재미있는 게 없다. 오락을 조금 하다가 또 피곤해져서 침대에 누워 보니 이미 또 자고 있다. 7시도 넘어서 몽롱한 상태로 저녁밥을 해먹었다. 그리곤 서서히 추위가 찾아왔다.

 

분명히 쉬었는데. 과감하게 며칠씩이나. 운동도 안하고 최대한 집을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어제 좀 돌아다녔고 자는 시간이 좀 늦었던 것 밖에는...

그런데 또 몸살이 나다니. 지금 내 몸이 어떻게 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멍하다. 뭔가 자극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중요한 건 모두 지금 여기엔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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