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9/08/12

쓰고 텁텁한 커피를 마셨다.

인도네시아에서 먹듯, 인도네시아산 커피를 듬뿍 부은 컵에 뜨거운물을 넣고 휘휘 저어 원두가 가라앉게 둔 다음 후후 불어 마시면, 다시 여행지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 생길 줄 알았다. 아무래도 무리인가보다. 그런 커피로 떠오르기엔, 2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고, 대한민국 익산이란 곳이 너무 멀고, 커피도 너무 고왔던 것 같다.

 

요즘 생긴 몸의 이상 때문에 계속 속이 메스꺼운 탓일까,

산뜻하고 신선한 커피가 땡긴다.

아직도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커피의 종류와 만드는 방법을 결정하긴 쉽지 않다.

 

천운영의 장편을 막 마쳤다.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작가지만,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 게다가 단편으로 유명한 사람의 첫 장편을 읽은 셈이다.

나쁘지 않았다. 어떤 지점들에선 무섭도록 동감이랄까, 감정 전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선 꼴사나운 인물들.

핵심은 아니지만, 바다를 건너는 큰 배에서 우연히 보게 된 돌고래의 모습과 시간에 따라 바뀌는 바다의 색에 대한 묘사가 나왔다. 배를 타면 예사로 하루밤 이상 자야 했던 여행길이 생각났다. 그 때 본 돌고래, 쏟아지는 별빛, 반짝이던 검은 바다, 터질 것 같으면서도 뭔가 덜 채워진 것 같았던 나의 감정 등이 다시 떠올랐다.

 

어쩌면 잘 된 묘사가 어설픈 프렌치프레스 커피 보다 기억을 살리는 데 좋을 수도 있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