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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히미코, 현실 속의 공동체

"산다는 게 힘든 거고,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가기는 더욱 그렇지만, 가끔은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하면서, 계속 살아가는거지." <메종 드 히미코>의 이야기는 사실 전작 <조제, 물고기, 그리고 호랑이>와 많이 닮아 있다. '조제'는 '늙은 동성애자의 커뮤니티'로, 이 매력적인 소수자(그룹)을 접촉하고 함께 행복하고 아파하고 성장하는 '(나름 대로) 보통 사람'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정도랄까? 하지만, 하나의 물질적 공간이자, 구성 주체들의 역사와 기억을 포괄하는 '메종 드 히미코'라는 공동체는, 보다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가족과 성적 취향과 사회적 억압과 폭력의 문제를 드러내 준다.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조제의 남자 친구 보다, 게이 아버지를 둔 생활인으로서의 '보통사람' 여성이 애증의 감정과 분노와 욕망을 담지한 훨신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게다가 '메종 드 히미코'는 늙은 게이들의 생활을 훨신 더 현실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젊었을 때 온 세상을 향해 줄곧 거짓말을 해야 했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했는데, 늙어서 나름대로의 도피처를 찾았음에도 이웃으로부터 외면받고 동네 아이들이던, 과거의 직장 동료들이던, 도처에 널린 호모포비아 환자들로 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조제...>가 (영화적으로?) 보다 정갈하고 완성도있고 매력적인 작품인 것은 분명한 듯 하지만, 나는 현실을 용감하게 마주보기로 마음먹고, 슬그머니 미래에 대한 희망 까지 말하고 있는 (대학 게이 동아리의 자봉이라던가 이웃 청소년의 커밍 아웃 등, 얼마나 귀엽고 미래지향적인가!) 이 영화가 조금 더 기특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영화의 마지막, 전동휠체어를 타고 질주하던 조제를 보여준 감독에게는 이런 방향이 자연스러웠는지도...


아름다은 남자 배우와 괴팍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기술은 여전히 출중하며, 당대 정상급 스타 배우들에게 최대한의 연기를 끌어내는 감독의 실력은 여전했다. <메종 드 히미코>의 인물들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데, 다만 이케와키 치즈루가 연기한 조제라는 한 개인이 뿜어내던 매력이, 오다리기 죠와 댄서 다나카 한, 그리고 실제 게이인 비전문 배우들이 함께 분투했던 '게이 커뮤니티'의 매력을 앞지르는구나 싶어 놀랍다. 시 바사키 코우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변신한 모습도 잘 어울리지만 이케와키 치즈루 보다는 한수 아래인 듯. 반면 아무래도 오다기리 죠의 여유있는 연기가 츠바부키 사토시의 그것 보다는 훨신 '배우 다운' 느낌. 아름다운 젊은 게이를 정말 멋지게 연기한 오다기리 죠는 작년에만 6개의 출연작이 개봉하는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 중에는 <피와 뼈>, <박치기> 등 조연이었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좋은' 영화들도 있었고, <오페레타 너구리 대저택> 처럼 거장의 영화로 국제영화제 나들이를 한 적도 있었다. 시바사키 코우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책과 영화를 대박으로 만든 후 처음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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