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상태가 좋지 않았다. 3월 말경에는 거의 최고조로 이르렀는데,

명동을 떠돌아다니다 커피숍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서 있다가 책을

읽다가 그랬다. 그러다 좋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뭔가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똑같은 잘못을 나와 남이 했을 때

나는 남을 욕하지 않지만, 나 자신에게는 욕을 한다. 자책을 한다.

 

다른 사람은 나의 행동 중 일부를 볼 뿐이다. 또한 나의 생각과 마음을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행동도 나는 알고 있다. 나 자신에게 어떤 기준을 들이대면 거의

열이면 열 흡족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를 괴롭힌다. 그런데, 사실 나 자신이 흡족한

결과를 얻으려면 조건과 상황이 따라줘야 한다. 그런데 또 다시 좋은 조건과 상황을

만들지 못한 자책도 나 자신에게 한다.

 

그나마 상태가 좋을 때는 그냥 그렇게 자책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변호하면서도

뭐 또 그러다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일이 많고, 또 제대로 되는 일이 없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엄청 나를 못살게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니라도 상황과 사람들이 나를 못 살게 하는데

나 자신이라도 나를 돌봐줘야 하지 않을까.. 

 

해고되어 싸우고 있는 우리 조합원도 비슷한 상태인 것 같았다.

공문을 쓰는 것도,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도, 구청이나 시청에 전화를 하여 문의를

하는 것도 너무도 힘겨운데, 그것조차 못하는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던 지부장, 그리고 조직에 한 명 있었던 상근자. 상근자가

있기에 모든 실무와 모든 활동고민을 상근자에게 넘겼던 시간들. 그 시간들까지

거슬러 가서 한번도 불평하지 않았던 상근자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헤어지며 이야기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듯 선생님 자신을 돌봐주세요. 상처받고 힘겨워 주저앉으려는

자신을 잘 돌봐주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4/12 19:13 2007/04/12 19:13
https://blog.jinbo.net/wldud/trackback/58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
  1. grandma 2007/04/16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니 반가워요 마지막 말 맘에 넘 와닿는구만.
    울언니도 같은 삼실에 오게 되고 주변에 친근한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어. 남군 떠나는 자리가 쓸쓸하지 않게 말여~ 나랑 놀아줘!!

  2. 까치 2007/04/17 0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강*주 동지가 친언니? 허걱! 상상도 못했어! 그래 열심히 활동하며 틈틈히 열심히 놀아보자! 단 열심히 활동하며닷~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