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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에는 '여성'이 없다?!

여성부에는 ‘여성’이 없다?!

 

유 나 경 | 공공연맹 조직차장

 

여성가족부.....여성과 가족을 병렬해 놓은 꼴이 어째 냄새가 심하게 났다.
이름만 들어도 한심하고 대책 없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니, 빠르면 5월쯤 기존의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고 가정기본법과 모부자복지법을 이관하여 가족보호정책과 출산정책을 여성부의 기존기능과 연계하여 핵심정책으로 수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란다. 법안은 이미 통과됐고....

가만 보아하니 정부가 출산율 저하와 이혼율 급증에 대해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위 두 가지 법안의 소관부서였던 보건복지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낱(?)’ 여성부에 미래의 노동력을 담보할 인구정책을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여성만이 출산기능을 가졌기 때문에 여성이 노동력 감소, ‘늙은 한국’을 해결할 주인공인 것만은 확실하다. 거기까지는 정부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해결방법 속에는 ‘여성’이 빠져있다. 진정 현재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전혀 없고 ,국가와 자본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여성들은 애 낳으러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란다.

 

앞으로 재편될 여성가족부가 시행할 ‘건강가정기본법’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출산정책의 핵심이 무엇인가? 대표적인 조항 두 가지를 보자.(지난 소식지 참조)
법안 31조 ‘이혼예방 및 이혼가정지원’에 따르면, 이혼하고자 하는 부부는 이혼 전 상담을 필수적으로 받고, 이혼이 불가피하다는 확인서를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받아야 법원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소위 이혼을 어렵게 만드는 조항이다. - 우리는 이미 이것을 ‘이혼허가제’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법안 제8조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출산장려 차원에서 피임 목적인 정/난관 수술은 건강보험 대상에서 제외했다. - 이 조항에 따르면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등 고상한 비판을 동원하기도 어렵다. 대다수 출산할 나이에 있는 비/기혼 여성들은 사회적 중요성도 인식 못하고, 의무이행을 하지 않는 반사회인이 된다. 나원....참! 졸지에 가족해체를 조장하고 비사회적인 이탈자가 된 기분이라니...(주변에 어른들이 가끔씩 왜 결혼 안 하냐고 하면서 나라 인구가 어떻고...미래 한국이 심각하다..등등의 질책성 발언까지 겹치면...진짜 이보다 더한 역사의 죄인이 따로 있으랴!! 으~~ 극심한 이데올로기 공세여~~) 사회통념상 혼기에 찼거나, 혼기가 지난 여성들 몇몇에게 물어봐도 알 일을 정부는 왜 모르는 걸까? 우리는 그러한 여성들의 문제와 요구를 ‘여성의 빈곤화(빈곤의 여성화)’, ‘비정규직의 여성화(여성의 비정규직화)’, ‘성적차이’, ‘성폭력, 성차별 해결’ 등 다양한 의제로 표현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부’의 ‘여성가족부’로의 확대는 이런 여성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안 들었다는 얘기다. 여성문제 해결하겠다고 여성부를 형식적으로 설치해놓고 구색 맞추기 했다가 정작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니까 여성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른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진출이라는 형식적 진전과 수치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여성들을 가정해체의 주범으로 낙인찍어 ‘출산기계화’하고 가사, 육아의 문제는 모두 침묵한 채 재생산의 역할을 국민의 의무로 받아 안으라 한다. 누누히 강조해 왔듯이 정부가 말하는 ‘핵가족 모델’에 근거하지 않은 가족의 형태가 전체 가구수가 3분의 1을 넘어서고 있다. 혼인/혈연/입양 외에도 비혼동거/ 동성애부부/ 독거가구 등의 가족속에도 ‘여성’은 있다.

 

진지하게 ‘여성’을 고민하라!

정부가 말하는 여성정책에는 ‘여성’이 없다.

‘가족’밖에서 다른 삶들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선택을 이해하라!

정부는 여성에게 가족복지를 짐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삶의 조건들과 동등하게 자연스런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는 ‘여성’의 삶을 고민해야 한다. 소위 정부가 규정하는 ‘가족’, ‘가정’의 범주 안에 여성을 가두고, 여성의 ‘의무’만을 강조하는 한 여성들은 계속 ‘망명자’, ‘이탈자’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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