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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세계 빈곤철폐의 날, 여성들은 연대한다.

10월 17일 세계 빈곤철폐의 날, 여성들은 연대한다.


권 형 은 | 인천지부 집행위원

10월 17일은 '세계 빈곤철폐의 날' 이자 8개월간의 세계여성행진이 최빈국 중 하나라는 서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에서 마무리되는 날이다. 3월 8일 '여성의 날'에 브라질 상파울루를 출발한 행진이 빈곤철폐의 날에 맞춰 행진을 종료하게 된 것이다. 이는 1998년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작성된 '빈곤 제거'와 '여성에 대한 폭력 제거'를 주제로 <인류를 위한 세계 여성헌장>이 근거하고 있으며 종속된 성(性)으로서 이미 가난했고 여전히 가난한 여성들이 스스로의 힘과 사회적 연대로 빈곤을 '철폐'할 것임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빈곤에 대한 여성행진의 관점은 '여성만의 빈곤'으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여성행진의 문제의식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억압에 따른 여성의 빈곤, 더불어 신자유주의가 양산하는 전 세계적인 불안정 노동의 확산과 금융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빈곤의 여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의 빈곤과 '빈곤의 여성화'는 한국에서는 특히 IMF 경제 위기 이후 극단적인 전개양상을 보여준다. 이윤압박 해결을 위해 자본이 목적한 금융화와 노동의 불안정화는 가계파탄과 정리해고를 낳았고 이는 사회불안과 가족해체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여성은 주로 청소, 서빙 등의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내에 편입되었는데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직종들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편견이 여성 노동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성별화된 직종들은 대개가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띤다. 그러다 보니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은 대다수가 여성 노동자의 차지로 귀결된다. 더불어 다른 한 축으로는 노동의 불안정화가 심화, 확장되어가면서 '노동' 가치와 조건이 점점 '여성적'으로 -억압된, 그리고 평가절하된- 보편화되는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 한 달 60~80여만 원의 저임금과 고용계약의 불안정성이 노동자 계급 일반에 확대적용 되기에 이른 것이다. 때문에 최근 얼마 전부터 '근로 빈곤층', '신 빈곤층' 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 층의 확산은 오늘날 빈곤의 새로운 화두와 연결된다. 오늘날의 빈곤은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에 대한 관점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편견에서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정권과 자본은 입에 풀칠만 하라는 60~80여만 원의 임금으로 노동자들의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희망마저 강탈하면서 '나라님도 못 구하는 가난', '게으르고 일하기 싫은 사람들에게 당연한 빈곤'이라는 편견에 기반해서 여전히도 구제와 동정, 시혜의 수준에서 빈곤문제를 사고하고 있다.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지는 지배계층의 '곳간 열기'의 21세기 판본으로서 기업이윤의 사회적 환원 전략이라든지 자활사업이나 EITC와 같은 국가정책들은 비정규직 천 만 시대에 노동력 초과 착취를 감추는 수단이자 정부, 기업 등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채택될 뿐이다.

성차별과 자본주의의 억압이 낳은, 빈곤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행진은 '여성들'의 행진이며 동시에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사회 변혁을 위한 연대의 행진일 수밖에 없다. 그간 여성행진은 인천, 수원,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왔다. 하이텍 알씨디 코리아, 한원 CC, 기륭 전자, 그리고 민주성노동자연대의 투쟁 등을 통해 전국 곳곳 여성들의 행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0월 17일은 그 운동들이 만나고 시작되는 날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전면개정과 자활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 발족식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오전의 여성행진 기자회견, 오후 문화제를 통해 여성노동자, 장애여성, 성매매 여성, 이주여성, 여성농민 등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신자유주의 반대, 빈곤철폐의 요구로 모일 것이다. 11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 APEC(아펙)정상회의가 예정된 부산까지 연대의 힘을 지속시켜 나가자. 사회구조가 양산해내는 '빈곤'의 정책적 수혜자가 아닌 노동에 대한 권리, 복지에 대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는 빈곤철폐의 주체로서 여성행진은 계속되어야 한다.

10월 14일(금)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제2배움터
; 기륭전자 여성노동자 불법파견과 인권 침해사례 고발을 위한 증언대회

10월 16일(일) 오후 12시, 대학로 마로니에
; 이주노동자 집회

10월 16일(일) 오후 1시, 대학로 마로니에
;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 대회

10월 17일(월) 오전 10시 반, 국회앞
; 기초법 전면 개정과 자활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 기자회견

10월 17일(월) 오후 12시, 정부종합청사 후문
; 여성행진 기자회견

10월 17일(월) 오후 6시,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무대
; 여성행진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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