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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간없음

내 주변의 대다수는 부인하겠지만, 나는 의외로 "마음이 여려서 큰 인물이 되긴 힘들겠다"는 이야기를 아주 가끔씩 듣는다. 그들의 또 대부분은 '인생 좀 살았다', '세상 좀 안다'고 하는 중년의 남성들. 그러니깐 관상학적으로 내 까푸러진 눈에서 눈물이 많거나 인정에 흔들리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고 고로 눈물 많고 인정에 약한 인간은 통계적으로 큰 인물, 그러니깐 헤게모니 싸움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이야기겠다. 아주 거칠게 이어붙이자면.

 

관상이던 사주던간에 귀뜸으로 잘 듣지 않는, 아니 사실 관상이던 사주던간에 내 성에 안차서 그닥 귀뜸으로 듣고 싶지 않아하는 나로써는 퍽이나 동의하고 싶지 않지만, 뒤구녕으로는 슬쩍 '그런가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마음은 30%의 불안과 60%의 권력욕, 10%의 부인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굴욕감에서 온다.

 

이후 즉각적으로 연상에 돌입하는데, 이는 주로 아주 왜곡된 방식이다.  

'그래 조희주는 애초에 될 놈이 아니었나!', '지난 번에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던 지니는 될 놈이인게지'..... 

 

요즘 자주보는 '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도 연상의 꼬리를 문다. 장안에 화제라는 이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은 딱 하나, 바로 '정치'.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드는 한가지 이유는 선악구도의 맥락이 없다는 것이다. 외과과장 자리에 눈이 멀어 갖가지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장준혁이란 인물이 딱히 '악'한 인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노민국이란 인물이 그렇다고 '선'한 캐릭도 아니다. 권력에는 관심이 없고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휴머니티를 발휘하는 유일한 캐릭인 '최도영'은 이 드라마의 라인에서 벗어나 있다.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뭐 또 메세지가 없을 수도 있지만, 종국에 권력을 잡는 인간이 '선'으로 분류되는 '주몽'이나 '대조영' 같은 드라마보다 시대적 가까움 만큼이나 현실에 근접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곡된 방식의 연상은 생각보다 방향을 완전히 왜곡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치'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들어간다면 또 사회과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인문과학적으로 정치경제학적으로다가 개념은 무수히 다양해지겠지만, 필자가 무식한 지라 그저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인류를) 바르게 이끈다(다스린다)'는 '정치'에는 필연적으로 인류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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