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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2호(통권10호)] 2012년 불법파견 투쟁 승리를 위해 선행투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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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불법파견 투쟁 승리를 위해

 

선행투쟁이 요구된다!

 


최병승(현대자동차 노동자)

 


  현대자동차지부,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각각 대의원대회를 통해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공고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86% 투표(990명)에 91%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10일~11일 진행하는 현대차지부 조합원 총회를 통과하면 13일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현대차(주)는 [함께가는 길]이라는 찌라시를 통해 “금속노조 짜맞추기 식 정치파업 중단”, “휴가 전 타결과 무쟁의 주식지급”을 주장하며, 13일 금속노조 총파업을 막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다. 바로 저들의 언사에 많은 진실이 담겨 있다.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이 이 세상을, 한국사회를, 지금의 현실을 얼마나 다르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해하고 있는지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으며 어떻게 통제하고자 하는가도 여실히 알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저들의 눈에 비친 노동조합의 현실도 들여다 볼 수 있다.
  먼저 뼈아픈 것은 사측이 말하고 있는 “금속노조 짜맞추기 식”이 될 가능성이 실제로 높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단결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쟁일정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의도이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나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볼 때 겉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짜맞추기 식”, 즉 ‘투쟁을 통해 투쟁을 조직하고 강화하는’ 역동적 과정으로서의 투쟁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정에 투쟁을 구겨 넣는 방식이 되풀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투쟁일정’을 기계적으로 우선하면 정작 ‘투쟁’은 보여주기에 그칠 수 있다. 그야말로 본말이 뒤바뀌는 것이다. 예컨대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그럼에도 사측이 계속해서 침탈을 해 올 때 즉각적인 대응과 투쟁을 하지 않았던 것을 들 수 있다. 투쟁 조직화는  하루하루, 시시각각 벌어지는 사태에 올바른 대응과 투쟁을 곧바로 제 때 할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일정을 내세워 미루다보면 정작 그 때가서는 아무 동력도 남지 않는다. 투쟁 조직화, 투쟁 준비는 일상적 대응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사측이 말하는 “정치파업 중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지부나 금속노조는 이에 대해 공세적으로 맞받아치지 못하고, ‘정치파업이 아니라 현대·기아 공동투쟁’이라는 식으로 비껴가서는 안 된다. 우선 그러한 대응은 현실에서는 아무런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여론을 노동자 쪽으로 끌고 올 수도 없다. 오히려 투쟁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지금 민주노총이 말하고 있는 비정규직 · 정리해고 철폐 요구는, 그것이 단지 형식적 구호가 아닌 한에서는, 그 자체가 이미 정치투쟁을 하겠다는 것을 선포한 것이다. 따라서 공식노조는 조합원들에게 그렇다는 것을 정확히 전달하고 왜 그래야 하며 어떻게 현실화 할 것인가를 함께 논의해야 마땅하다. 지도부 자신부터 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자본가정당과 단절, 야권연대 반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총선 때처럼 자본가정당과의 정책협약 수준이나 선거심판론과 같은 대응 정도로 투쟁을 제약해 가지고는 비정규직 · 정리해고 철폐 요구는 공문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두고 정치권에서조차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한 지형과 현대차지부, 지회 투쟁이 결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아니 현대차지부, 지회 노동자들이야말로 직접적 당사자이다. ‘재벌 몰수·국유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투쟁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비칠 게 없는 그러한 정치지형이 이미 펼쳐지고 있다.

 

  금속노조 산하 전 지부, 지회 임금요구안은 동일하다. 왜? 금속노조는 단일노조이기 때문이다. 사측이 산별중앙교섭을 거부하기 때문에 금속노조가 대각선 교섭 방식으로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고,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2012년 산하 지회, 지부가 통일적으로 조정신청을 접수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현대차지부, 지회 투쟁은 금속노조 2012년 단체교섭 투쟁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이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금속노조 투쟁을 비롯한 현대차 2012년 투쟁은 정치적이다.

 

  이 글은, 위에서 말한 상황 판단에 기초하되, 구체적으로는 현대차지회 불법파견 투쟁에 대한 그 동안의 경과와 과제를 중심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데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대차지부 주간연속2교대 투쟁에 대해서 만이라도 함께 다루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불법파견 문제를 회피하려는 사측

 

 사측이 일방적으로 금속노조 투쟁을 정치파업으로 몰고 있는 것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2012년 투쟁을 경제적 요구로 제한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돈과 주식만 받고, 주간연속2교대와 불법파견 투쟁은 포기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실제 사측은 현대차지부와 지회 단체교섭, 원하청이 함께하는 특별교섭에서도 문서로 사측 제시안을 공식적으로 제출하지 않았다. 무려 2개월간 진행한 교섭에서 사측은 제시안 제출도 없이 “노조요구 과도, 파업하면 주식 안준다(무쟁의 무상주)”와 “정치파업”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면서 노동조합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따라서 2012년 투쟁의 모든 책임은 사측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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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측이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을 하고 있음에도 현장은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측 주장이 확대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지난 6일에는 수출선적부 조직화를 위해 현장순회를 하려던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임원·상집, 현대차지부 상집, 수출선적부 담당 대의원을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가로막기까지 했다. 단체협약과 노사합의서 그리고 원하청연대회의를 통해 확정한 조직화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지부 조합원은 구사대로 돌변하여 그 누구도 출입시키지 않았다.
이는 단체협상투쟁까지 벌어졌던 현장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결과이다. 따라서 2012년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잘못 대응한 현장사안을 제대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뻥 지침

 

  지난 2월 23일 “현대차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고, 2년 초과일로부터 정규직이다”는 최종확정 판결이 났음에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이 판결을 활용하지 못했다. 특히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지도부 공백 상황이었고, 부족한 공백을 메워야 할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지회 정상화만 주장하며 모든 사업을 정상화 이후로 미뤄버렸다. 그 결과 대법원 최종확정 판결로 현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상실했고, 현대자동차가 “개인 판결”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현대차지부는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비정규직 철폐! 불법파견 투쟁 승리! 긴급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긴급지침’을 위반했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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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지침을 발표한 상황에서도 한시하청 투쟁을 노사합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전환배치는 음성적으로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소규모 블록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아래 는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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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와 같이 현대차지부는 현장 문제제기가 없으면 넘어가고,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책임 있게 문제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대의원과 조합원 책임으로 돌렸다. 그러나 집행부가 최소한 지침으로 기준을 결정했다면 문구 그대로 또는 의미 확장을 통해 반드시 사수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즉, 기준에 따라 집행했다면 일부 조합원 불만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지침을 위반하는 합의는 막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80% 이상 사내하청 정규직 채용, 2년 미만 1,564명 집단해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신차투입과 다른 경우지만 현대차지부 5공장사업부위원회는 51라인 4UPH UP을 하였음에도 UPH UP에 따른 인원충원 후 라인운영을 합의함으로써 긴급지침을 위반하지 않았다. 

 

  사측은 각 사업부별 협의를 통해 현대차지부 긴급지침을 무력화시킨 후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탄압을 강화했다. 사측은 노동법과 지부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지회 집행부가 조합 활동을 위한 조합출입과 현장출입을 막아섰다. 지회는 10일간 노숙투쟁을 전개했고, ‘최초로 현대차와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의미 외에 실효성이 없는,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킨 합의서를 작성했다. 현장조직, 노숙투쟁 유지 등 현실적 조건이 강제된 단체협약보다 후퇴한 합의서는 이후 사측의 지회 통제 도구로 활용되었다. 

 

  지회 집행부 활동을 합의서로 통제한 사측은 곧바로 신규채용을 발표했다. 현대차지부는 ‘사내하청 할당’에 대해 반대했지만 적극적인 행보를 하지 않았다. 한편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조합원 채용원서 접수 금지를 지침으로 내렸으나 많은 조합원이 원서접수를 했고, 면접대상자가 됐다. 사측은 고용이 승계되어야 할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신규채용’으로 전환했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대차비정규직지회로 가입하는 것을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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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폭력침탈! 일방통행! 부실한 대응!

 

  불법파견 노동자(한시하청) 투입, 조합활동을 제한한 합의서, 신규채용으로 이어진 사측의 불법파견 축소 대응은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지회 조직력 균형과 확대를 저지했다. 지회 현장출입 문제로 지부, 지부 사업부위원회, 지회간의 오해가 확대되었다. 급기야는 2차 특별교섭이 있던 5월 17일 지회 교섭위원을 비롯한 상무집행위원의 출입을 가로 막았다.
  현대차지부 집행부 동지들이 그에 맞서 헌신적으로 투쟁하는 과정에서 김홍규 현대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이 경비대에게 폭행을 당했다.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현직 수석부지부장을 폭행하며 현대차지부를 침탈한 중대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이에 대한 즉각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폭행범은 사측의 비호를 받으며 폭행당한 피해자로 둔갑했고, 짜집기 영상을 만들어 유트뷰에 올리며 진실공방으로 몰고 갔다.
  노동조합에 대한 침탈이라고 규정하고 생산을 중단하고 조합원에게 사건의 진실을 알렸어야 했다. 그리고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경비대를 동원하여 조합활동 탄압을 지시하는 몸통인 윤갑한 공장장을 처벌할 것을 주장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대차지부는 상황에 대한 중대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요구를 확정하고 특근거부와 중식 항의집회만을 결정했다. 결국 총무팀과 협력팀 부장 2명을 사측이 자체 징계하고 폭행 당사자는 전환배치 시키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활동은 현대차지부가 통제 관리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사내 비정규직 지회의 평화적 사내(본관 정문 안쪽) 수요 집회를 보장한다. 단, 사내 시설물 점거, 충돌 등 회사가 우려하는 사항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적인 집회가 이루어지도록 지부가 입문, 집회, 출문 등 전체를 책임진다.” (2012. 5. 31. 별도회의록 중)

  현대차지부 김홍규 수석부지회장 폭행 관련 합의서 작성 이후 사측은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특별교섭 요구안에 포함된 2년 미만 사내하청 1,564명을 집단해고 후 직고용 계약직(직영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언론과 [함께가는 길]을 통해 발표했다.
  직고용 계약직 채용은 현대차지부 단체협약 제4조(기득권저하 및 노동조건 저하금지), 제 7조(통지의무), 제20조(인사원칙), 제44조(인원충원) 등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8월 2일 개정되는 파견법을 회피하고, 전환배치를 통해 블록화를 실시해 불법파견을 은폐하여 노동유연화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8/2 개정 파견법 회피
  사측 자료(5공장 사업부)와 현장 확인 결과에 의하면 소규모 블록화공정과 하청인원이 집중된 CKD, 수출선적부에서 노동하는 2년 미만 사내하청은 직고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즉, 사측이 진성도급이라고 주장했던 사업부와 공정을 제외한 것으로 볼 때, 2년 미만 사내하청 직고용은 8월 2일 개정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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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직고용 계약직(기간제)로 노동유연화 확대 및 신규채용 봉쇄
  사측은 6월 12일 교섭에서 두 가지를 방향을 제시했다. 하나는 기간제법에 의한 기간제 계약직 사용이고, 다른 하나는 파견법에 의한 합법파견업체에서 3개월~6개월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후자는 법에 노사협의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추후 검토·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년 미만 사내하청 대상자는 모두 정규직 대치공정(M/H 미충원, 휴직, 전환배치, 노조파견, 산재 등)이다. 결국 기간제가 허용되면 사측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유에 대처할 수 있게 되고, 특히 생산량 변화에 따른 UPH조정, 신차투입에 따른 M/H 과정에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1,500명을 투입하지만 이후 이 수치는 사내하청노동자가 증가한 것과 같은 속도로 무섭게 확대될 것이며 신규채용은 봉쇄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지부와 사유제한에 대한 노사협의를 하게 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일정한 투입비율을 인정하는 16.9%와 유사한 합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인원과 소송자 축소
  2년 이하 미만 사내하청을 모두 정리하고 나면 다음은 2년 이상자에 대한 공격을 진행할 것이다. 2년 이상자는 대부분 상시업무, 고정인력이기 때문에 인원 감소요인(신규채용, 노사간 각종협의 등)이 있어야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분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직고용 계약직을 허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업체폐업이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 폐업 또는 업체 통폐합을 하면 지금 2년 미만 사내하청이 겪고 있는 동일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현대차가 선별해서 직고용 대상자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2011년 장기근속자 채용 과정에서 필요한 인원을 선별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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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폐업업체 하청노동자는 “소송을 포기하고 하루아침에 2년짜리 직고용 계약직이 될 것인지, 아니면 재판이 끝날 때를 기다리며 4~5년을 해고자로 투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사측이 집단소송을 지연시키고 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최병승 사건을 행정법원에 소송 제기한 이유기도 하다.

 

넷째, 블록화로 진성도급 추진
  2년 미만자 사내하청 정리해고를 통해 공정분리, 공정블록화 후 진성도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1,564명 집단해고와 직고용 계약직 투입 과정에서 특정 공정(주야간이 정규직/비정규직인 경우, RH가 정규직 LH가 비정규직인 공정)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규채용 배치과정, 정규직 전환배치, 신차투입과정에서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다섯째, 파업 대체인원으로 활용
  직고용 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언제든지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사측은 여러 이유로 직고용 계약직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불법파업 시비를 걸면 대체인력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9월까지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조건으로 파업대체인원, 구사대로도 활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사용자의 채용제한)는 ‘쟁의기간 중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채용, 도급 또는 하도급’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사측은 7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직고용 계약직을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직고용 계약직이 별도의 훈련 없이 곧바로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파업대체인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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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파견 증거를 완전히 은폐하려는 사측 의도를 알면서도 현대차지부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대응은 미비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2년 미만 직고용 추진 철회 없이 특별교섭에 참석중단 △2년 미만 사내하청 직고용 계약서 작성 금지 호소와 조합원 작성금지 △조기 조정신청을 통해 쟁의권 확보를 결정하고, 2년 미만자 조직화에 나섰으나 실제적인 흐름을 조직하지 못했다. 그나마 JM관련 복귀자, 동성기업 복귀자를 직고용 계약직 대상자에서 제외시키고, 강제 전환배치를 막아낸 효과는 있었지만 직고용 계약직 자체를 저지하지 못하면서 이후 발생할 다양한 문제를 남겨놓았다.
  그러나 현대차지부는 이와 관련해 ‘직고용 계약직 채용 반대’ 입장을 제출했지만 강제채용 시 대응지침을 마련하지 못해 원천적 저지 투쟁을 조직할 수 없었다.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채용을 계획하는 시기 ‘울산공장 대의원 비상간담회’를 개최하고, 2012년 3월 8일 긴급지침에 따라 ‘직고용 계약직 투입 저지’를 조직하는 적극성도 없었다. 입장만 있고 실천은 없었기에 어떠한 조직화도 할 수 없었다.
  현장 대의원과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사측이 신청서를 접수하고, 하청업체간 전환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응 방침을 문의해도 원론적 입장을 얘기하고 대의원이 알아서 판단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했다.

 

  7월 2일 4공장을 제외한 전 공장에 직고용 계약직이 239명이 투입됨에도 직고용 계약직 투입과 강제전환배치 현황을 1공장만 확인한 지회 정보력과 물리력 한계로 7월 1일 조합원 총회에서 직고용 계약직 투입은 저지하지 못하더라도 강제전환배치를 막는 공정사수 투쟁을 결의했다. 그리고 지부 1공장사업부위원회에 원·하청연대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부는 어떠한 지침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사측은 7월 1일 조합원 총회 이후 업체소장들을 통해 “자기 공정에서 작업할 것”을 문자로 통보하면서 공정사수 투쟁은 유보됐다.
  지부는 7월 2일 직고용 계약직 239명이 투입된 지 하루가 지나 △비정규직 전환배치 및 공정분리 금지 △기간제 직고용 정규직 조·반 편성 금지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은 직고용 계약직 투입 이전에 전환배치가 진행되었고, 지침 발표이후에도 작업교대, 특근 작업조 편성 등 각 반에서 관리했다. 결국 7월 5일 1공장 21반 사고자 대치인으로 지원반에서 직고용 계약직 3명이 투입되자 ‘직영 기간제 계약직 직고용 관련 지침’ 위반으로 지부 대의원이 라인을 잡았지만 정규직 지원반 인원 투입 후 라인을 가동한 현장투쟁이 벌어지자 이 지침마저 후퇴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지부 사무국장은 각 사업부대표에게 “2년 미만 직고용 관련/ 각 사업부별 지원반 인원 직고용자는 정규직 사고대체를 일단 인정합니다”라는 문자를 발송하고, 7월 6일 복합대의원(지원반 담당 대의원)을 소집하여 유권해석을 하고 이후 상무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기간제 직고용 연동된 비정규직 전환배치 및 공정분리 금지 △기간제 직고용 작업자 정규직 조, 반 편성 금지 △지원반 기간제 직고용 작업자는 정규직 사고자 대치 투입 인정 △기간제 직고용 작업자 결원시 정규직 투입금지(특근 포함) △특근시 정규직 사고자 대치 기간제 직고용 투입 금지로 지침을 세분화 했다. 그러나 위 지침은 직고용 투입을 인정하고 모든 경우를 허용한 것이다. 따라서 자칫 작업교대, 특근조 배제 등으로 확대해석하여 직고용 계약직을 반에서 왕따 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직고용 계약직은 사측 의도에 따라 좌지우지 될 것이다. 
 
 
불법파견 정규직 쟁취를 위해 선제투쟁을 조직하자!
 
  사측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원하청노조는 사측이 의도를 관철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수세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찬반투표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더 이상 수세적 대응만 한다면 투쟁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 원하청 노조는 사측 공격을 예상하고 이제부터라도 선제적 대응을 조직해야 한다.

 

첫째, 쟁의기간 직고용 계약직 투입을 전면 저지한다.
  현대차지부는 7월 2일 조정신청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했다. 조정기간도 분쟁상태에 있는 것으로 쟁의기간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7월 9일부터 투입하는 직고용 계약직은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투입하는 파업 대체인력으로 규정하고 전면 저지투쟁을 조직한다.

 

둘째, 규약개정 없이 모든 사내하청을 즉각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직고용 계약직뿐만 아니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대책을 즉각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투쟁한다.
  사측은 [함께가는 길]에서 “8월 2일부터는 한시하청 인원뿐만 아니라 일용공까지도 단 하루만 근무하더라도 고용의무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즉, 현대차가 불법파견 사업장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2년 미만자를 직고용 계약직으로 충원했다. 따라서 직고용 계약직도, 한시하청도, 일당직도 8월 2일부터는 정규직이며, 2년 이상자는 2년이 초과한 날로부터 정규직이며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된다.

 

  불법파견 투쟁 10년 동안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가 “노동자는 하나다”, “원하청 공동투쟁”이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이에 걸 맞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측 도발로 오히려 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요구를 내건 투쟁이 필요하며 중요한가가 부각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이것이 노동운동의 기본 아닌가.
  지금 불법파견 투쟁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기간 활동에 대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현대차 투쟁을 조직했던 모든 동지들이 나눠가져야 할 몫이다. 그러나 지금 이 위기 상황에서도 결단하지 못하고 물러선다면 앞으로는 반성하고 전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모든 노동자가 단결하여 투쟁하는 것이다. 따라서 2012년 불법파견 투쟁 구호는 이렇게 정해야 한다.

 

 “6만 조합원 단결투쟁,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쟁취하자”

 


 

 

<후주>

 

1) 5~6차 교섭에서 사측 구두제시 내용
① 2년 이하 사내하청은 계약해지하고 직고용 계약직으로 채용하자.
② 불법파견 소지가 있는 공정을 분리하여 합법도급 하자.
③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 지원반 하청인원 200여명에 자리에 대하여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
- 공정분리를 전제로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정규직화 진행할 수 있으며, 방법은 자연감소 신규채용시 비정규직 인원의 일부를 채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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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2호(통권10호)] <기고> 쌍용자동차투쟁, 우리의 힘을 바탕으로 해결할 것인가? 저들에게 ‘해결’되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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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쌍용자동차투쟁,

 

우리의 힘을 바탕으로 해결할 것인가?

 

저들에게 ‘해결’되어질 것인가?

                                                   


강종숙 (학습지노조 위원장)

 

 

 22명의 죽음…….

 

  이제 쌍용자동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22명의 죽음과 대한문 앞 분향소이다.
  2009년, 2646명의 정리해고 통보에 맞서 77일간 공장을 점거하며 옥쇄파업을 전개했던 투사들, 그 동료들과 가족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대중의 뇌리에 가장 깊이 각인되어버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고로 인해 한 사업장에서 (확인된 것만) 22명이 죽음에 이른 것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죽음이 알려진 이후 21명의 죽음까지는 지금처럼 대중적 추모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기사 한 줄 싣지도 않았다. 그 죽음에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는 이도 하나 없었다.
  그런데 22번째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나자 세상이 갑자기 달라졌다.

 

 

77일 투쟁, 희망텐트촌, 희망뚜벅이, 희망광장, 대한문 분향소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세상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맞서 2009년 77일 투쟁을 결사적으로 전개했고, ‘패배’이후에도 계속해서 공장 앞 출근투쟁, 릴레이 1인 시위, 전국순회투쟁 등을 진행하고 조직을 추스르며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끈질기게 기술유출 ․ 회계조작 진상규명과 살인진압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법적투쟁을 진행해 왔다.
  이러한 투쟁의 의지가 모이고 모여 마침내 희망텐트촌 투쟁이 일어났고 투쟁하는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과 희망뚜벅이, 희망광장 투쟁에 함께했다.

 

  77일 투쟁에 비하면 함께하는 인원도 훨씬 적었고, 대다수의 언론도 외면해 세상에 그다지 알려지지도 않았고, 희망텐트촌 투쟁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국회의원 등 이른바 ‘힘 있는 분’들의 발걸음도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투쟁을 벌여 왔기에 계속해서 또 다른 투쟁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마침내 22번째의 억울한 죽음을 맞아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물론 대한문 분향소 설치가 명확한 조직적 방침과 계획을 갖고 시작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역시 끈질긴 투쟁의 산물이었고 계속된 침탈과 연행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현장을 지켜내면서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야권 대선후보, 제1야당 원내대표, 국회의원들(심지어 새누리당 중진 국회의원들까지)이 나서고, 해외 유명학자, 서울지방변호사회, 각 종교단체 등 일일이 거명하기조차 숨이 찰 정도로 많은 인사와 단체들이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을 외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최대의 ‘호황’이고 금방이라도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연 그러한가?
  제대로 된 문제해결은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할 때에만 가능하다. 과연 정치인들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해결을 모색하고 있을까?

 

 

민주통합당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쌍용자동차 투쟁은 정리해고 분쇄투쟁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고립된 상태에서 77일간이나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면서 근래에 찾아볼 수 없었던 전투성을 보여주며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했다. 해고라는 사회적 타살에 맞서 말 그대로 “목숨 걸고” 투쟁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정리해고는 그 도입부터 지금까지 자본이 합법적으로 써먹어 온 자본의 위기탈출 수단이자 노동조합 탄압의 무기였다. 이러한 정리해고를 막아내지 못했을 때 노동자들의 삶이 파탄 났고 노동조합은 몰락했고 살아남은 자들의 노동조건은 가혹해졌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정리해고에 맞서 전개했던 투쟁들이 모조리 패배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싸움이라는 말이다.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것이 이토록 어려워진 것은 바로 이 조항이 법에 명시된 때가 지난 1997년 IMF구제금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미 그 당시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채 무더기 해고가 자행되고 있었지만 온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할 만큼 ‘고통분담’(실상은 노동자 고통전담), ‘나라 살리기’(실상은 자본가 살리기) 이데올로기 광풍은 거셌다. 거기에 일조한 것이 당시 민주노총 상층 관료들이었다. 그들은 자본가들과 똑같이 ‘고통분담’, ‘나라 살리기’ 이데올로기를 공유한 채 노동자들이 해고되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보았다.

 

  그런데 당시 여당이었던 현재의 민주통합당이 이제야 분향소에 찾아와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가? 그러하기에는 그들의 정권 10년 동안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되고 비정규직으로 몰락하고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이에 맞서다 죽임을 당하고 감옥에 끌려가고 경찰에 짓밟혔고 노동자 가족들의 삶이 파탄 났다. 멀리까지 갈 것도 없이 지난 2009년 77일 투쟁 과정에서 이들이 보여줬던 모습은 정확하게 고통전담, 자본가 살리기에 입각한 행동이었지 결코 정리해고 철폐, 해고철회가 아니었다.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

- SKY ACT

 

  그런데 대한문 분향소 설치 이후 정리해고 철폐보다 희생자 추모에 초점이 맞추어 지면서 다른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물론 한 사업장에서 격렬한 싸움이 끝난 후에 22명의 생목숨을 잃는 기막힌 사태에 직면하여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22명의 억울한 죽음은 이 나라에서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지 그 자체가 독립적인 그 무엇은 아니다. 결국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정리해고이고 정리해고는 노동자에 대한 고통전담 강요이고 자본가만 살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다시 이러한 억울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결과가 아니라 그 원인인 정리해고 - 이것이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불가피하게’ 계속하여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이다 - 에 철저히 맞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노동중심성과 노동자계급 정치다. 이른바 좁은 의미의 ‘국가폭력’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정리해고 문제가 같이 해결되지 않는다. 즉 살인진압 책임자가 처벌된다고 해서 상시해고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해고는 살인”이라는 공포의 절규를 외치며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달라지지 않고 비정규직, 실업자, 최저임금의 굴레에 얽매여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극악한 국가폭력의 하나가 고문이지만 그래서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처벌을 받았지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고문은 사라지지 않았고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내몰렸지만 그 당시에 누구도 국가폭력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현재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는 민주통합당이 여당이었던 노무현정권 시절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이 시작되었고 당시 국무총리 한명숙이 적극 추진하였으며,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그 전 정권 때처럼 용산참사 당시와 똑같이 대책 없는 강제철거가 횡행했던 것과 동시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열사가 되었고 그 열사들에 대해 노무현이 직접 “이제 죽음으로 노동운동 하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비아냥거렸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일 기미만 보여도 노동조합 이기주의 운운하며 철저히 짓밟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근본적인 원인은 차치하고 “일부 정당”까지 망라한 공동행동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얻을 수는 있는 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싸우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용산참사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것과 원죄를 묻지 않고 그 원인 발생자들과 함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를 망각한다면, 설사 가장 잘 되었을 때 강정마을과 용산참사 문제는 ‘해결’되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제2, 제3, 제4의 강정마을과 용산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쌍용차 범대위) - SKY ACT의 확대버전

 

  전국적 쟁점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OOO 범대위가 무수히 결성되어 왔다. 당사자들만의 힘으로는 국가와 거대자본에 맞서 싸울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그와 같은 상황전개가 이루어지곤 한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범대위가 꾸려지는 순간 당사자는 1/n의 발언권과 표결권만을 인정받게 된다. 아니 실제로는 명망가와 일명 ‘선수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하는 편이 정확히 맞을 것이다.

 

  당사자들이 투쟁경험이 없거나 문제를 해결하기에 힘이 부족할 경우 일시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로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범대위 구성단위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원이 늘어나기에 힘이 된다기보다는 온갖 정치적 견해를 가진 - 심지어는 자본가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견해까지 - 단체와 개인이 결합하면서 당연하게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방안이 거론되고 결국에는 당사자에게 ‘현실적’ 해결책을 수용하라는 압박과 강요가 따르게 된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처음에 내건 요구는 앙상하게 뼈대만 남고 또 다른 문제를 안고 문제가 ‘해결’되어지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상황전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방안은 명확한 노동자계급 정치에 입각해 조직된 노동자계급운동의 존재 말고는 없다. 지금 당장 이러한 조직이 없다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분자를 키워 5/n, 10/n……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최근 결성된 ‘정리해고 ․ 비정규직 ․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도 유력한 방안일 것이다. 이들과 함께 현재 범대위 주관으로 ‘더 넓게’에만 치중하고 있는 전술을 탈피해 ‘더 깊게’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야만 범대위의 최대 약점으로부터 발생하는 재앙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

 

5대 요구

▴해고노동자 전원복직
▴살인진압 책임자처벌
▴회계조작 진상규명 ․ 책임자처벌
▴희생자 명예회복 ․ 대책수립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

 

  쌍용자동차 동지들이 내건 5대 요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쌍용자동차 투쟁은 정리해고 분쇄투쟁이다. 정리해고 철폐투쟁이어야 한다. 그 시작은 쌍용자동차 동지들이 첫 번째 요구로 내건 ‘해고노동자 전원복직’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돌아가는 길은 없다. 그리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하는 것 자체가 회계조작 진상규명이고 희생자 대책수립이다. 이로부터 다시 살인진압과 회계조작 책임자처벌, 희생자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리고 현재 싸우고 있는 다른 사업장 해고노동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정리해고 ․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힘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 노동자들이 한 번 내건 요구는 반드시 쟁취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요구조차 양보와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많은 투쟁사업장에 선례라는 이름의 족쇄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그럴만한 충분한 힘도 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지지방문이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2009년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분향소도 똑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한 달 만에 허무하게 철거되었다. 그러나 지금 쌍용자동차 분향소는 석 달 넘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이유는 하나다. 노무현은 대통령이었고 그래서 결국 자발적인 시민상주단과 다른 세상을 살았기에 같은 처지일 수 없었지만, 22명은 우리 동료이고 그 가족이고 바로 나,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조문 오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도 22명과 똑같은 노동자이고 그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지금 강제철거하는 것은 밑바닥에서 부글거리는 절대다수 노동자계급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계급투쟁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본가정권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은 노동자계급만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시 한 번 쌍용자동차 투쟁은 정리해고 분쇄, 자본주의 분쇄 투쟁이다.

 

 

진짜 ‘희망’을 찾자.

 

  희망퇴직에도 ‘희망’이라는 낱말이 있었지만 그 희망은 자본가들의 것이었다. 자본가들만의 세상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작년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희망버스 이후 희망텐트촌, 희망뚜벅이, 희망광장, 희망자전거, 희망밥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희망’들이 있었다. 이 희망은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아직 그 희망은 당장 손에 잡힐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좌절하기도 하고 원칙이 아닌 또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하는 동요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투쟁의 역사와 경험을 통해 똑똑히 알고 있다. 결국 다수의 희망이 이길 것이라는 것과 정말 너무나 고통스러울 정도로 늦게 올 수도 있지만 그 희망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판도라의 상자에서 모든 재앙과 불행의 씨앗들이 튀어 나간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것도 바로 ‘희망’이었는데, 그 희망은 한 줌 자본가들의 것이 아니라 절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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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2호(통권10호)] <정세 대담> 유명자,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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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 대담] 

 

유명자,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말한다.

 

 

 

이번 <혁명> 2호에서는 재능지부 유명자 지부장과의 정세 대담을 싣게 됐다. 이 대담은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첫째는 지난 7월 4일 출범한 ‘비정규직 ․ 정리해고 ․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에 대해 알고자 했다. <혁명>은 장투사업장이라 불리는 투쟁영역이 현 노동자투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투쟁 당사자(주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장투사업장이야말로 야권연대 세력들이 강조해 온 반MB 투쟁을 실제로 형성하고 이끈 핵심 동력이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비정규직 ․ 정리해고 철폐 투쟁을 되살려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투사업장이 아니었으면 ‘희망 시리즈’ 투쟁도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며, 그 규모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공식노조가 하지 못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둘째 <혁명> 2호는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주제로 한 이 대담과 함께 쌍용자동차투쟁, 현대차비정규직투쟁을 조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 세 투쟁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지금보다 더욱 목적의식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럴 때에만 지금 민주노총이 말하고 있는 총파업투쟁이 그나마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독자들에게는 이 세 기사를 함께 읽어줄 것을 권한다.
셋째 노혁추는 최근 “가칭) 노동자 독자 정당 건설 공동행동”을 공개제안 했다. 이 제안의 취지와 목적은 ‘자본가 정당과 단절, 야권연대 반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이루기 위한 ‘공식기구’를 결성하자는 것이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노동자투쟁, 앞으로 펼쳐나가야 할 모든 노동자투쟁은 ‘자본가 정당과 단절, 야권연대 반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기치로 해야 한다. 특히 장투사업장이 그 선두에 서서 이를 확산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MB투쟁을 형성하고, 비정규직 ․ 정리해고 철폐 투쟁을 되살려 냈듯이 말이다.

위와 같은 기획 하에 현재 투쟁사업장 공동투쟁과 관련하여 유명자 지부장의 경험, 문제의식, 판단, 전망을 듣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대담을 위한 질문지를 만들기 전에 먼저 유명자 지부장이 이 시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대략적으로 타진했다. 대담을 위한 ‘질문’ 내용은 거기에 기초해서 정했다. [편집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혁명 : 흔히 장기투쟁사업장(장투사업장)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투쟁사업장들이 있다. 이들 사업장 노동자들이 이토록 오래 투쟁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무엇이고 현안 문제는 무엇인가?

유명자 : 흔히 이명박 정부의 폭압적인 노동탄압과 민주주의 말살로부터 모든 문제를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 장투사업장 가운데 가장 오래 싸우고 있는 사업장이 코오롱인데 8년이다. 즉 노무현 정부 때 정리해고 되어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등장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김영삼 정부가 시도하다 전국적이고 대중적인 총파업에 밀려 실패한 노동법개악을 다시 추진했고 실제로 노동법이 개악되었다. 이 때 정리해고조항,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 타임오프, 복수노조 등이 시행되면서 많은 현안사업장들이 속출했는데, 이는 노사관계 로드맵,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이라는 일련의 계획 속에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며 자본주의의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체 노동자들이 공격 대상이었고 실제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사업장들은 그러한 총자본의 총체적인 공격에도 굴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투쟁하는 것이고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노동기본권 등 모든 문제가 망라되어 있다.

 


혁명 : 각 투쟁사업장들의 상태와 투쟁의 양상은 어떠한가?

유명자 :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고립분산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 투쟁의 양상 또한 수세적으로 거점농성장을 유지하며 투쟁문화제와 집회를 하는 정도이거나 그나마 농성장도 없이 공장 밖으로 밀려나와 소수의 투쟁대오를 유지하며 지난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혁명 : 각 단사의 현안 문제가 다른 듯이 보이지만 크게 보면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의 문제로 보인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낼 방법이 있다고 보는가?

유명자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투쟁사업장은 물론 전체 노동진영에 대한 총자본의 총체적이고도 파상적인 공격은 장기간 치밀한 전략 하에 입체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노동진영 역시 이에 맞서 총노동전선을 치고 대응했어야 하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지고, 대공장과 중소사업장이 갈라지고, 지역 연대도 붕괴되면서 각개격파 당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너무 뻔한 소리 같지만 노동자는 하나라는 정신으로 단결과 연대의 기풍을 재건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현재 투쟁사업장으로 분류되는 주체들이 먼저 공동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에 입각한 실천들을 모색하고 있다.

 


혁명 : 각각 진행되고 있는 투쟁 사업장들만의 현안 요구들이 있는데 공동투쟁은 가능한가?

유명자 : 언뜻 투쟁의 원인, 투쟁 대오의 조직력, 업종의 특성, 투쟁 기간이 각각 다르기에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노동자들도 자본가들처럼 단결하지 않으면 모두 각개격파 당할 수밖에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기억하고 공동투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대부분이 처음 투쟁 시기에는 해당 자본을 상대로 하는 대응전술을 주로 고민한다. 물론 이러한 전술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점차 투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서면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 현재 투쟁의 의미를 깨닫고 의식의 변화 ․ 발전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의식의 성장 속에서 개별 자본과의 투쟁을 넘어서는 또 다른 문제의 근본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다른 투쟁사업장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올해에만 ‘희망 발걸음(뚜벅이)’, ‘희망 광장’등의 공동투쟁을 경험한바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주 다시 10여 개의 투쟁사업장이 모여 ‘정리해고 ․ 비정규직 ․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을 발족시키고 힘찬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혁명 : 이번 공동투쟁이 이루어진 과정이 궁금하다.

유명자 : 올해 초 전개된 ‘희망 발걸음(뚜벅이)’, ‘희망 광장’ 투쟁 이후, 이들 공동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결의 있고, 밀도 있는 투쟁의 흐름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있었다. 평가회의, 토론회, 간담회 등을 진행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그러다 지난 6.16일 ‘함께 걷기’ 투쟁이 진행된 날 몇몇 투쟁사업장 대표자들이 모여 다시 한 번 공동투쟁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면서 공감대를 확인하게 되었고, 더 많은 투쟁사업장들과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보자는 의견이 제안되어 투쟁사업장 대표자와 단체 활동가들 30여명이 1차 토론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난 7월 4일 ‘비정규직 ․ 정리해고 ․ 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투쟁단’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하여 뜻을 같이 하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결의로 공동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혁명 : 공동투쟁에 대한 투쟁사업장들의 결의 수준은 어떠한가?

유명자 : 아직은 투쟁사업장 주체들마다 공동투쟁의 취지와 의미를 공감하는 데 있어 온도차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모두 공동투쟁의 필요성만큼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또 지난 두 번의 공동투쟁을 경험한 단위들의 인식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볼 때 공동투쟁이 진행될수록 처음 공동투쟁을 경험하는 단위들도 빠르게 의식의 전환이 있을 것으로 본다.

 


혁명 :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공동투쟁의 목표는 무엇인가?

유명자 : 공동투쟁단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조탄압 분쇄를 통해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공동투쟁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결국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따라야 하고 이는 개별자본과의 관계를 넘어 정치권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혁명 : 올해 두 차례의 공동투쟁을 통해서도 많은 투쟁사업장의 현안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지난 주 시작한 공동투쟁단의 활동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동행동의 성과를 무엇이라 보는가?

유명자 : ‘희망 광장’투쟁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번 공투단 역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러한 투쟁계획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공동투쟁을 통해 정치적으로 많은 각성을 했다. 또한 공동투쟁을 경험하기 이전보다 보수야당은 물론 이른바 진보정당의 본질에 대해서도 더 명확하게 알게 되면서 진정으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과 고민이 깊어지게 된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과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다 널리 알려낼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예전보다 더 큰 연대를 이끌어 내게 되었고 이를 통해 다시 주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혁명 : 긍정적인 지점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면 지난 공동투쟁의 경험에서 아쉬웠던 지점은 무엇인가?

유명자 : 우선 조직된 민주노조운동의 지원이 많이 부족했던 지점이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조직노동자 운동의 역사와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이 이만큼 전진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민주노총은 투쟁의 구심이기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투쟁을 회피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민주노총이 보수화되고 관료적으로 변모하면서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운동에 대해 지지와 지원을 모색하기보다는 공식적인 기구를 통한 결의 여부부터 따지고 들어오고 그렇지 못하면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거나 못 본 체하기까지 하는 지점이 정말 아쉬웠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모두 민주노총 조합원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다음으로 큰 판에서의 투쟁경험 부족으로 투쟁기획이나 투쟁전술 생산에 투쟁사업장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 한 지점이다. 당장은 부족하고 엉성하더라도 그러한 경험을 직접 했을 때 더 많이 배우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투쟁사업장 동지들은 평소에 묵묵히 맡은 일을 다 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 궂은일에 앞장서는 모습, 그리고 투쟁 상황에서 결코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 등을 통해 아쉬운 지점과 약점을 훌륭하게 극복해 냈다.  

 


혁명 : 이번 공동투쟁단 활동을 계기로 공동투쟁에 결합한 단위사업장 노동자들이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유명자 : 무엇보다도 승리의 경험을 통해 공동투쟁의 의의를 실감했으면 좋겠다. 만일 이번 공동투쟁으로도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 짓지 못한다 할지라도 공동투쟁의 경험을 발판으로 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근본적인 원인, 자본과 한 통속인 정부와 국가기구의 본질에 대해 명확히 파악해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혁명 :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공동투쟁은 투쟁사업장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널리 확산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는가?

유명자 : 일단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희망뚜벅이 때 세종호텔 동지들이 승리를 경험했다. 세종호텔은 그 직전까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한 후 어느 사업장보다 모범적으로 연대투쟁에 결합하고 있다.
  또 공동투쟁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전체 노동자계급에게 전파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우리 사업장에 현안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모든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타격을 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노동자는 없다. 이들에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에 맞서 싸우면서 체득한 경험을 온몸으로 알려내고, 꿋꿋하고 끈질기게 싸워나가는 모습을 통해 모든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 있고 투쟁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투쟁의 의의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혁명 : 다시 이번 공동투쟁단의 문제로 돌아가서 질문을 하겠다. 공동투쟁단의 하루 마무리 일정이 대한문에서의 투쟁문화제라고 알고 있다. 이렇게 결정된 데에 이유가 있는가?

유명자 : 현재 쌍용자동차 투쟁은 노동과 자본 양쪽 모두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작년 한진중공업 투쟁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 때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두 투쟁 모두 자본주의 체제에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정리해고 철폐와 맞닿아 있지만 쌍용차 투쟁은 현재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고 더 오랜 시간 동안 완강하게 싸워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자본가정당들이 정리해고 요건강화 운운하며 본질을 비껴가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기에 보다 근본적인 답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서로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이 한진중공업이든 쌍용자동차이든 누구의 승리로 결판나느냐에 따라 다른 많은 투쟁사업장의 결과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역시 서로가 잘 알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작년 광화문 KT 앞에서의 공동투쟁에 결합한 사업장들이 각자 자신들의 사업장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한진중공업 문제해결에 거의 대부분의 역량을 투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한문에서의 마무리 일정을 결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요한 이유는 이러한 노동자계급 고유의 계급적 연대의식과 실천의 강화를 통해 현재 쌍차범대위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쌍용자동차 투쟁을 다시 노동자들이 중심에 서는 투쟁으로 변모시켜 나가는 데 있다.

 


혁명 : 지난 공동투쟁에서 아쉬웠던 지점으로 민주노총의 역할을 꼽았는데 이번 공동투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가?

유명자 : 솔직히 투쟁사업장(특히 장투사업장)은 총연맹이나 산별연맹 등 상급단체에게는 ‘굳은살에 박힌 작은 가시’와 같다. 크게 아프지 않으니 굳이 빼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다가 가끔 한 번씩 돌아보는 존재라고나 할까? 장투사업장 문제가 어떤 계기로 인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때나 혹은 투쟁 주체들의 고강도 투쟁이 있을 때 뒤늦게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작년 희망버스에 대한 결합과정과 실천이 그러했고 현재 쌍차 대한문 분향소 투쟁에 대한 결합과 실천 역시 그러하다. 그나마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처럼 전국적 쟁점을 형성하지 못하는 장투사업장들에 대한 태도는 더욱 심각하다.

 


혁명 : 그렇다면 민주노총과 각 산별연맹이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유명자 : 투쟁사업장들이 지난 ‘희망광장’ 투쟁을 전개했을 즈음과 쌍용자동차 동지들이 대한문 분향소를 설치하던 시기는 4. 11. 총선과 맞물리는 시점이었다.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조직된 민주노조 상층간부들은 현장노동자들로부터 한참 멀어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방침을 밀어붙이고 반MB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총선에 올인 하면서 민주통합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운동에까지 발 벗고 나섰지만 ‘희망광장’에도, 대한문 분향소가 침탈당했을 때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의 잘못된 실천 때문에 이른바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진보정당들이 참패를 했고 그나마 당선된 후보 가운데 현장노동자 출신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따라서 민주노조 상층간부들은 현재의 정치와 그에 입각한 실천을 일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공동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엄호하고 소속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첫 번째 사업과제로 삼아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정작 현장이 붕괴되는데 무슨 진보정당 운동이 가능하며 어떤 노동자들이 그 진보정당을 지지할 것인가?

 


혁명 : 민주노총의 8말9초 총파업에 대해 투쟁사업장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유명자 : 속된 말로 이른바 ‘뻥파업’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6월말 경고총파업도 당시 총파업을 전개하던 건설노동자 대오가 없었다면 제대로 된 경고조차 불가능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 화물노동자와 건설노동자들이 선도적으로 투쟁에 나서면서 규모와 내용면에서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큰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총파업 돌입의 기운을 불러일으켜야 하고 그러한 실천에 복무하고자 투쟁사업장들이 앞장서서 이번 공동투쟁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과 각 산별연맹들은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반드시 힘 있는 총파업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예전처럼 국회일정이나 선거일정에 맞춰 투쟁돌입과 그 수위를 조절하면서 노동자들을 동원수단으로 치부한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혁명 : 마지막으로 현재 투쟁사업장을 둘러싼 연대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지점은 무엇이며 그 속에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어떤 실천을 전개해야 한다고 보는가?

유명자 : 작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를 통해 홀연히 등장한 ‘희망버스’로 대변되는 ‘사회적 연대’의 기운은 아직도 건재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투쟁주체들이 이 흐름을 견인해내지 못한다면 2008년 촛불처럼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연대’는 노동의제를 확산시켜 내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일조할 수는 있지만 노동의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자발성으로 폭발한 힘은 훈련되고 조직되지 않으면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자발성을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정확하게 투여하고 철저하게 세상을 바꾸는 데 복무하게 만드는 것은 조직된 노동자운동의 몫이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은 지난한 투쟁과정 속에서 단련되어졌기에 그러한 역할을 맡는 데 적임자다. 물론 이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도 자발적인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부터 배워야 하고 무엇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와 만나야 한다.
이번 공동투쟁단의 실천을 통해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는 데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하고 노동자계급투쟁의 선봉을 자임하는 노혁추를 비롯한 정치조직들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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