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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4호] 유로존 위기와 세계대공황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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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와 세계대공황 2라운드

 

 

이민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본주의 체제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별 일이 다 일어나고 있다. 재정위기로 침몰하고 있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의 17개국)에서 지난 11월, “시장의 신뢰를 잃은” 두 명의 총리가 며칠 사이에 잇달아 퇴진해야 했다. 언론이 말하는 “시장”이라는 것은 금융자본가들이다.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총리와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국제 금융자본가들의 협의체인 IMF와 유럽중앙은행의 신임을 끝내 잃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두 총리는 각각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노동자 민중들의 항거에 의해 퇴진한 게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이들 국제 금융과두체의 지시로 물러나야 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라는 것이 부르주아들 간의 민주주의에 불과한 것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과연 이렇게 노골적인 금융과두정으로 자신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경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은행가들의 쿠데타”

 

  “시장”, 즉 채권보유자들(예를 들어 억만장자 워렌 버핏과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 같은)의 요구 하에 이들 선출된 두 정치인 총리 자리는 두 명의 “테크노크라트”(은행가인 루카스 파파데모스와 금융전문가인 마리오 몬티)가 각각 계승했다. 둘 다 선거는 없었고 국회에서 최소한의 요식행위만 거쳐서 취임했다. 그리고 여기에 EU와 유럽중앙은행을 대신하여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나서서 인준해 줌으로써 미국 금융자본을 비롯한 “시장”을 안심시켰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유명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라는 민주주의 규정이 언제 개정되었던가. “국민” 대신 “금융자본”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서 IMF와 유럽중앙은행과 사르코지 · 메르켈은 파판드레우 총리에게 혹독한 긴축안을 받아 적게 했다. 한국에서 1998년에 IMF가 김대중 정권에게 했던 것처럼. 그런데 파판드레우는 이 긴축안을 갑자기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발표하는 만용을 부렸다가 “시장”으로부터 “너 죽을래?” 한 마디에 꼬랑지를 내려야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프랑스 칸에서 열린 G20 회의에 소환되어 정식으로 경고를 받았다. “국민투표 공식적으로 철회 안 하면 ‘구제기금’은 더 이상 없다.”     

 

  아테네로 돌아온 파판드레우는 굴욕적으로 국민투표 철회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의 나라를 이후 10년 간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할 그 무시무시한 긴축안을 실시하겠다고 다시 천명했다. 국민투표 철회로 끝나지 않고, 이제 ‘상부’의 신임을 완전히 잃은 파판드레우 자신도 퇴진해야만 했다.

 

  칸 G20 회의에서 야단맞은 또 하나의 직무태만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두통거리였던 그의 어릿광대짓을 이제 더 이상 참아줄 수 없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이다. 경제 규모로 그리스의 7배나 되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채권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국가부채 위기는 현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 최악의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 정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가들이 ‘위험담보금’을 올려야 한다며 더 많은 투자 수익을 요구함에 따라 정부채 수익률(즉 국채 금리)이 몇 주 간 계속 올랐다. 베를루스코니는 그 동안 인기 없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큰 폭의 재정 삭감은 피하고자 했고 그 때문에 정부 차입금을 계속 늘려 올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의 부채는 1조 9천억 유로(약 2,882조 원)로 GDP의 120.5%이다.

 

  그래서 칸에서 베를루스코니도 파판드레우처럼 외교적 예우도 생략당한 채, 집에 가서 빨리 긴축 프로그램을 밀어붙이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못하겠다면, 할 수 있다고 하는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인물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에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므로 여기서도 아마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가 자리를 차지할 상황이었다.

 

  베를루스코니는 긴축 프로그램을 강행할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시장을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11월 9일 유럽 최대의 국채거래 청산회사인 LCH클리어넷이 이탈리아 국채 거래 증거금(위험담보금) 인상을 요구하자 이것이 발단이 되어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채권 투매 패닉이 일어났다. 같은 날인 11월 9일에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7%를 넘어 섰다. “시장”이 볼 때 이 수준이라면 이미 되돌아 올 수 없는 지점, 즉 차입 비용이 추가 차입을 불가능케 하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세계의 정치가들과 경제전문가들과 언론이 한 목소리로 “어릿광대”는 물러나야 하고, EU 경쟁위원회 전 위원장이자 투자회사 골드만삭스그룹의 고문인 마리오 몬티가 베를루스코니를 대신할 적임자라고 합창을 했다.

 

  채권 시장 패닉에 동반하여 전 세계 증시 폭락이 이어지자 의회 내 베를루스코니 지지자들과 연정 파트너들도 그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 대통령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 그는 구 이탈리아공산당의 지도자였다 -- 는 몬티가 총리가 될 수 있도록 종신 상원의원으로 의무 지명했다.

 

  11월 10일 이탈리아 상원은 공공부문 일자리 및 사회보장 감축안을 밀어붙였고, 여기에 더해 기존 노동보호법을 뒤엎고 개악하는 법안들을 156 대 12로 통과시켰다. 다음날 하원은 이 모든 것을 380 대 26으로 일괄 통과시켰다. 민주당(구 이탈리아공산당이 ‘좌익민주당’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은 그들에게 표를 던졌던 이탈리아 노동자들을 이렇게 다시, 가장 수치스런 방식으로 배반했다. 은행가들의 사람인 몬티에게 “베를루스코니 제거”라는 명분으로 잠깐이라도 신임을 보내는 것은 수치스런 불명예 수준을 넘어 정치적 범죄이다.              
 
이탈리아 노동자들과 실업·반실업 청년들과 남부 농촌의 빈민들은 이제 자신들 말고는 믿을 놈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노동조합의 기층 평조합원들 속에서, 작업장과 학교에서, 노동자계급 지구들에서 대중적 저항운동이 이미 자라나고 있다. 그리스에서 사회적 삶을 파탄내고 있는 긴축 내핍이 이탈리아에서 똑같이 실시되도록 놓아두지 않으려면 고립적인 ‘하루 행동의 날’이나 상징적인 점거행동을 넘어서 총파업으로, 그것도 무기한 총파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2차 신용사태”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위기, 그리고 EU가 조직한 이번 “은행가들의 쿠데타”를 통해 유럽 공동 통화의 심장부 깊숙한 곳에서 날로 커져가고 있던 모순이 드러났다. 4년 간 불황과 정체와 최근의 성장 하락이 이어진 뒤에 이 모순이 그리스에서, 그리고 다음으로 이탈리아에서 터져 나왔다. 디폴트(채무불이행/국가부도)로 “제2차 신용대란”이 터질 기세다. 미국에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에 뒤이은 신용경색 사태보다 훨씬 더 큰 은행 위기와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붕괴 가능성을 점치면서 경제전문가들이 즐겨 쓰는 완곡한 표현이 바로 이 “제2차 신용대란”이다.
 

  “우리 돈”으로 구제기금을 받고 있는 것은 이른바 “게으르고 낭비가 심한” 그리스인들이 아니라, 프랑크푸르트와 브뤼셀과 파리와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은행가들”이다. 실제로 이들 금융자본가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의 가치를 최종 50% 상각(부채 50% 탕감)한다 하더라도 그리스 구제금융은 대부분 그들 주머니로 들어가고 일부는 그리스 국내의 몇몇 인수합병 독점자본한테 간다. 유럽중앙은행과 IMF 등이 ‘구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스 재무부에 빌려주는 신규 대출은 곧장 이들 기생충들한테 그 동안 밀린 국채 이자를 갚느라고 다 빠져나간다. 유로존에서 가장 낮은 임금과 가장 빈약한 연금으로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평범한 그리스인들한테는, 한국에서 1998년 IMF 때 그랬던 것처럼 단 한 푼도 가지 않는다.  

 

  미국 정부와 연준(미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하듯이 유럽중앙은행이 그 자신의 채권(말하자면 유럽연합 공동국채; 유로본드)을 발행하거나 대대적으로 돈을 찍어낼 수 있다면 지금의 위기로 인해 유로존이 해체 직전까지 가고 있는 상황은 일부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독일 정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는 일부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1923년 살인적인 초인플레를 겪고 그 결과 히틀러 집권이라는 재앙을 맞게 됐던 독일 국민들의 정신적 강박 같은 것 때문이 아니다. 전체 유로존 수준에서 양적완화가 안 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유로화를 남유럽 국가들의 생산성에 대비해 그 보다 높은 수준으로 맞춰놓아야 이 나라들의 경제가 북부의 은행가들과 기업가들을 위한 확실한 돈줄이 계속해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이 환율을 조정할 자국 통화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독일 등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 급증을 막아낼 길이 없다. 남유럽 국가들의 조세수입으로는 이 같은 과평가된 통화를 떠받칠 수가 없어서 파멸적으로 높은 금리로 (프랑크푸르트은행과 파리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야만 했었던 한편, 그와 동시에 이들 국가의 경쟁력 없는 산업들은 홍수처럼 밀려드는 독일 수입품에 밀려 무너져 내렸다.

 

  예를 들어, 그리스 국내산 제품 가격은 1995년에서 2008년 사이에 평균 67% 올랐는데 이는 유론존 차원에서 볼 때 기록적인 상승이다. 스페인 국내산 제품의 평균 가격은 56%, 포르투갈은 47%, 이탈리아는 41%나 각각 올랐다. 대조적으로 독일은 같은 시기에 단지 9% 올랐을 뿐이다. 독일 자본한테는 추가 보너스가 될 것 하나가 또 있는데, 유로화 도입 이래 독일 노동자들의 임금이 사실상 멈춰서 있다는 것!      
 
  이탈리아인들도 베를루스코니 10년으로 피폐해졌다. 7명 중 1명꼴로 빈곤선에서 허덕이고 있는 한편, 경제위기로 고실업 저임금이 만연했다. 이미 10월 15일 국제 아큐파이 날 로마에서 경찰과 한바탕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베를루스코니가 실각했다고 거리에 쏟아져 나와 춤추던 것도 시간이 지나 끝나고, 이제 마리오 몬티 새 총리가 착수하는 긴축 공격의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면 그리스와 같은 규모로 광범한 저항과 대중파업 물결이 번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프랑스는 어디로?

 

  이제 투기꾼들은 호시탐탐 이탈리아 어깨 너머 프랑스를 엿보고 있다. 프랑스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선거를 의식해서 전면적인 긴축 조치는 피한 채 포퓰리즘과 보호무역주의를 뒤섞은 베를루스코니 식의 ‘짬뽕 정치’를 수년간 추구해 왔다. 이제 프랑스는 그리스 · 이탈리아와 같은 덫에 걸려 성장률 하락과 부채 증가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프랑스를 “관찰 대상”에 올려놓고 여차하면 신용등급을 강등할 태세를 보였다.

 

  11월 11일 금요일 무디스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이미 강등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것은 “실수”라며 급히 철회했지만, 시장이 처음부터 성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될 수 없었다. 성명은 아무도 쌩뚱맞다고 여기지 않았고, 심지어는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 성명으로 패닉과 시장 급락이 촉발됐다. 금융자본가들은 프랑스 부채가 이미 기존 트리플-A 지위를 잃은 것으로 간주했고, 국채 금리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만일 프랑스가 이탈리아와 동일한 압력 아래 놓이게 되면 이는 단지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문제가 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사태를 가져올 것이다. 프랑스는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며, 독-불 동맹은 유로존이 굴러가는 중심축이다. 프랑스가 부채 위기에 빠지면  유로존 전체는 물론이고 그것을 넘어 세계경제를 걷잡을 수 없는 침몰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다.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면 유럽재정안정기금 -- 국채 매입 등을 통해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긴축 프로그램에 버팀목을 대주고 있는 유로존 구제기금 -- 의 신용등급도 동반 추락할 것이다.

 

 

전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럽 전역을 넘어 미국에서까지 “전염”이라는 단어가 금융기관과 경제전문가들 누구의 입에서나 오르내리는 말이 되었다. 서로 서로 물려 있는 상호 부채가 어느 일국(또는 어느 주요 은행)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신호탄으로 체제 전반의 패닉으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신용경색”과 은행 줄도산으로 번지는 것을 말한다. 지금 병든 중위권 유로존 나라들 --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 의 정부 부채 중 외국인 보유분은 그 대부분이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 것이다. 미국 은행들은 이들 나라 부채 가운데 6%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비율은 파생금융상품 같은 다른 형태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18% 정도까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더해, 미국 은행 대출에서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에 대여된 것이 1조 2천억 달러가 넘는다. 이는 간접적으로 미국 은행들이 이들 중위권 나라들의 정부 부채 중 훨씬 더 많은 액수 -- 미국 은행들 자산 총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액수 -- 가 물려 있음을 의미한다. 칸 G20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 특히 독일 메르켈 총리한테 “당신네들의 우유부단함이 세계경제 전체[‘미국 은행들’이라고 읽자]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대놓고 문책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 폭발적인 것은, 미국의 10대 머니마켓펀드(MMF)들이 유럽 은행권에 대한 단기 대출을 2850억 달러로까지 늘린 것인데 이는 그들 자산 총액의 42%에 달하는 액수이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프랑스로 번질 때마다 매번 ‘위험담보금’은 더 높아지고, 시장의 공포가 증대되고 부채 비용도 증대되고, 그와 함께 은행권 붕괴를 가져오는 국가부채 위기의 위험도 증대된다. 2008년 가을에 미국 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붕괴하여 금융 위기와 세계 공황의 방아쇠를 당겼는데, 이번에는 전염병이 역방향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번져갈 수 있다. 유럽은 비틀거리며 그 같은 붕괴 직전 상황까지 왔다. 

 

 “신흥시장”에 대한 유럽 은행권의 대출 규모가 총 3조 6천억 달러(신흥시장 은행들의 차입 총액의 71%)이다. 여기서 신용경색이 일어나면 오늘날 세계경제의 주 성장 원천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유럽 은행권의 위기는 제2차 공황(이른바 “더블딥 불황”)을 알리는 전령이다. 그 공황은 2008년-2009년 공황보다 더 격렬할 것인데 왜냐하면 이번에는 그 공황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구제금융과 경기부양 프로그램을 위한 가용 기금이 없기 때문이다.  

 

 

부채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무디스와 LCH클리어넷 같은 금융시장 인프라는 외견상 기술적이고 “중립적”인 외관을 취하고 있지만, 이들의 경제적 힘은 시장의 변수들을 조작해서 멀쩡한 나라들까지도 경제위기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이들은 이번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보듯 정부를 퇴진시키고 긴축 프로그램을 강요하여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 노동기본권과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공격하는데, 이 공격의 범위와 강도를 보면 전에 반(半)식민지 같은 보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나 보았던, 역사적인 규모의 공격이다.

언론은 이러한 공격과 압력의 출처를 “채권시장”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써서 처리하고 있는데, 그 수면 아래에는 워렌 버핏과 핌코 같은 억만장자 거대 작전세력이 있다. 이들이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자금을 대출해 준 정부들은 전면적인 긴축 프로그램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곧바로 대출 상환 요구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긴축 프로그램은 민영화와 구조조정, 임금·연금 및 복지 삭감과 노동기본권 축소 등 자본에 이익이 되게 나라 경제를 완전히 재편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실로 0.1%가 99%를 겨냥하여 펼치는 ‘작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러한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겨우 그 초입부를 통과한 역사적 위기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본주의가 20세기 후반부에 유럽 노동자들이 쟁취한 성과물을 회수하기 위해 지금 사생결단으로 덤벼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십 년 걸려 쌓아 올린 것을 단 몇 달만에, 길어야 몇 년만에 파괴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지도부들과 개량주의 정당들이 그러듯이 케인스주의적 공황 타개 정책에 희망을 걸고 저항과 반대투쟁을 미루고 늦추는 것은 계급에 대한 범죄이다.

 

  자본의 이러한 역사적 공격에 맞선 효과적인 저항은 전면 총파업을 감행하는 것이다. 트로츠키가 말한 것처럼 총파업은 “누가 나라의 주인인가”의 문제, 즉 정치권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 자본주의 자체가 객관적으로 준혁명적 · 혁명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도 급속도로, 그리고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말하자면 지금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보이는 독일 같은 나라들에서의 노동자들이 곧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돌발적으로 정세를 급변시키고 있다.

 

  나라 별로 저항하는 것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배계급과 그들의 언론이 노동자들의 주의를 진짜 적(자본주의)으로부터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에 맞서기 위해서는 직접 공격받고 있는 나라 노동자들과의 국제주의적 연대 행동에 착수해야 한다.
  유럽에서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 혁명세력이 이러한 임무와 과제를 요청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공산당 등이 내걸고 있는 “좌측으로 유로 이탈[좌익적 EU 탈퇴]”이라는 쇄국주의 슬로건은 대중들을 지배계급의 민족주의 · 애국주의에 결박시키는 데 일조할 뿐이다. 한국이든 유럽이든 자본의 위기 전가 공격에 맞서 투쟁하는 데서 가장 큰 장애물은 어디서나 이러한 민족주의 · 애국주의 물결이다.
  중동이나 동아시아나 어디서든 그렇지만, 특히 지금 유럽의 노동자계급에게 필요한 것은 전 유럽적 차원에서의 노동자 국제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유럽합중국을 명확히 목표로 하는 강령과 그러한 강령에 바탕한 국제적인 사회주의혁명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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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4호] 3자통합, 민노당을 통한 정치세력화의 최종적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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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통합, 민노당을 통한

 

정치세력화의 최종적 파산

 

 

임천용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노심조(새진보통합연대)의 3자통합이 최종적으로 완료되었다. 이들은 12월 5일 당명을 통합진보당으로 확정했고 1월 초에 창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의 이정희 공동대표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은 오늘 이후 정반대로 바뀔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진보의 실상은 노무현식 진보에 불과하고, 자본가정당으로의 안착이라는 본질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가리개로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등으로부터 진보로 포장되어온 노무현 정권의 적자임을 자처한 국참당과 진보정당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구해 온 민노당, 노심조 같은 세력들의 통합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로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아래로 내몰았고, 이에 저항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뿐만 아니라 한미FTA 반대를 외치던 농민들은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해야 했다. 어디 이뿐이랴!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동조하여 군대를 파견했고, 노동자 민중을 쥐어짤 한미 FTA를 체결했고, 미 제국주의 군사기지를 평택에 제공했다. 그리고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에는 경찰과 군대를 통원해서 짓밟고 구속시켰다.

 

 

자본가 정치세력과 노동운동 내 출세주의자들의 결합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간단한 기억력과 제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했다던 민노당과 노심조가 노동자들의 적인 국참당과 통합을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민노당 지도부와 노심조는 정신분열 상태로 10여년을 지내왔다. 겉으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구하지만 속내는 출세주의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에 국참당과의 통합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폭로되었다. 민노당 지도부와 노심조의 경우, 국참당과 통합하기 위해 당 대의원대회 결과를 간단히 무시해버리고 다시 국참당과 통합에 찬성했다. 마치 국참당과 통합은 안 된다는 듯이 제스처를 취하다 며칠만에 본모습을 드러낸 노심조와 민노당의 최대주주를 자처하는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훈의 행보는 출세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어쨌든 민노당 다수파는 이정희를 내세워 국참당과의 이른바 진보대통합에 성공함으로써, 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과 함께하기 위한 전략적 고지를 획득했다. 이러한 성공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전투적 노동자운동을 궤멸시킨 ‘덕택에’ 민주노총 안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출세주의자들, 관료주의자들, 자본과의 타협주의자들을 기반으로 가능했다. 따라서 이번 통합은 과거 노무현 정권이 노동운동의 전투파를 억압하고 탄압한 결과로 노동운동에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출세주의자들이 노무현 정권 추종자들에게 줄 수 있는 일종의 보답이다. 자본가 정당인 국참당과의 통합은 민노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거추장스러웠던 허울을 벗어 던지고 출세주의, 관료주의, 타협주의자들이 완전한 주도권을 쥐었다는 것의 대외적 표현이다.
  그런데 10년이 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결과 마침내 드러난 배신의 최종적 결과는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 통진당이 노동자 민중들에게 행할 적대 행위의 시작이 될 것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자본가 정당이지만 형식적으론 노동자민중을 대변한다는 허울을 쓴 채로 노동자들, 민중들과 대립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진당의 말과 행동을 구분하고 항상 경계해야만 한다. 통진당이 자본가 권력에서 담당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는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이러한 적대가 전면화 되고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노동자 운동에 크나큰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통진당이 총선, 대선에서 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과 함께 자본가 국가권력의 일부를 떠맡으려고 하면서 노동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     

 

 

더 큰 파산을 위한 예행연습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상표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이것으로는 노동자 민중들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노동자계급을 배신한 출세주의자들, 타협주의자들은 결코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최근의 단적인 두 가지 사례가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먼저, 공동정부를 구성한다고 해서 민중들의 삶이 나아지는가? 성남시 판교 철거민들의 경우 재개발로 인한 생존권 문제로 성남시와 싸우고 있지만, 민주당과 민노당 공동정부 지자체는 어떠한 해결의 실마리도 내놓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남시장은 지난달 철거민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철거민들을 고소하고 언론들을 통해 보도하게끔 만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작극은 동영상 공개로 얼마가지 못했다. 그러자 12월 2일에는 철거민들의 집회를 시청 차량을 동원해서 방해하다가 철거민들에게 집회방해죄로 고소당했고, 며칠후에는 무고죄로 고소당하기까지 하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인권변호사로 행세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나라당이 성남시정을 운영할 때 철거민들의 변호사로 나왔다가 패소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철거민 탄압에 앞장서고 있고, 시의회 민주당원들은 철거민들에 대한 규탄결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정치세력과도 함께하고 한 자리 차지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성남시장 보좌관을 차지하고 있는 민노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철거민들이 민주당 지방정부 하에서 여전히 철거의 위협 속에서 지내고 있는가? 한나라당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한 민노당이 국참당과 통합했다고 해서 특히 더 이상할 것도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으로, 진보정당 당원들이 회사를 운영하면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는가? 김대중 정권 이후 본격적으로 청소업무가 민간에 위탁되었고,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들은 청소업무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원주시에서 청소업무 민간위탁을 맡고 있는 다자원이라는 “사회적 기업”은 운영자가 사회당 당원이고, 민노당 당원들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다자원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한국노총 측 노조를 핑계로 중부지역 일반노조의 단체교섭 요청을 묵살하고 있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기본권조차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될 수 없다는 것을 “사회적 기업”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주인인 것처럼 여기게 하고 자발적 착취를 끌어내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성남시에서도 이미 민간위탁된 청소용역업체 16개 가운데 10곳을 내년 2월까지 시민주주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는 등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소노동자들을 시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련된 간접고용 방식으로 착취하겠다는 발표에 다름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위의 두 가지 사건만 보더라도 민노당은 이미 자본가들이 노동자, 민중들에게 하는 방식을 이미 습득했고, 민주대연합을 위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전주 버스 노동자 파업에서 보여주었던 민주당의 노동자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최근 FTA에 대한 인천시장 송영길과 충남시장 안희정 같은 자들처럼 내놓고 찬성해도 민주대연합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연합의 본질은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연합 이외에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지방정부에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노당은 노동조합 관료들처럼 노동과 자본의 관계에서 중재자로 나선지 이미 오래다. 지난해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을 당원인 정규직 지부장과 합작해서 정리하는 데 앞장섰다. 올해는 한진중공업에서 당원인 채길용 지회장이 직권조인으로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 아무 비판 없이 가다가 마침내는 국회 환노위 권고안으로 마무리하는 데 일조했다. 통진당을 구성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출세주의자들, 관료들, 열우당의 후신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본에 대항한 투쟁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제하고 마침내 자본가 국회로 끌어들여 반이명박, 반한나라당이라는 상품가치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민노당은 국참당, 노심조와 진보대통합이라는 2011년 목표를 달성했고, 2012년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 대선에서 민주당과 연립정부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진당에 대한 현 지지도 추세라면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획득하고, 대선에서 민주당과 연립정부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계획대로 2017년 단독집권도 가능하다면, 그것은 잘해야 사민주의로 치장한 자본가 정당의 집권에 불과하다. 이때에는 진보정당 운동의 파산이 아니라 노동계급을 자본가 정당의 꼬리로 동원한 민주대연합의 파산을 알리는 선포식이 될 것이다.

 

 

자본가 정치세력과 단절하고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로 나아가자!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 위기 정세는 노동자계급에게 혁명이냐 아니면 파멸이냐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가계급이 운용할 수 있는 개량의 여지는 더 이상 없어져버렸고 자본주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사민주의 정당에 대한 권력의 위임에도 불구하고, 사민주의 정당들은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11월 말 연이어 권력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사민주의 정당들은 개량의 떡고물을 노동자들에게 뿌려야 하지만, 자본가계급은 개량은 고사하고 긴축정책을 실행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사민주의 정당들은 자본가계급과 긴밀한 연결을 갖고, 개량이 아니라 심지어 긴축을 실행하기 위해 권력의 자리에 앉는 대담함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사민주의 정당들이 아무리 포장을 해도 자본주의의 한 축을 담담하고 있다는 것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통진당의 결성은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하기 위한 자본가계급의 처절한 몸부림 중 하나로 봐야 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한나라당식 위기극복은 불가능해졌고, 머지않아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것이 폭로될 것이다. 그 결과 야권연대로 권력의 단맛을 보기위해 모여들고 있다. 그것을 위해선 진보로 포장되든, 반이명박, 반한나라당으로 포장되든 상관없다. 민주대연합으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일정이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정세는 민노당이 급격하게 국참당과 함께한 것처럼, 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과 함께하는 데 어떠한 장애물도 놓지 않을 것이다.
  반면, 1997년부터 민주노총의 전폭적인 지지로 시작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결과는 비참한 몰골로 끝이 나버렸다. 민노당이 국참당과 통합함으로써 결국 죽 쒀서 개주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노동운동의 출세주의자들이 주도한 1997년의 국민승리 21 시절부터 이미 예견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당시 출세주의자들이 노동자들을 동원해서 체육관에서 출범식을 진행할 때, 밖에서는 구역질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선진적이고 전투적인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전투경찰에 맞선 투쟁을 진행했었다. 후자의 경우도 자신을 조직할 정치정당,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지 못한 채 짧지 않은 국면은 이렇게 저물어 버렸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는 개량주의, 의회주의 정당을 통해서 불가능하다는 처절한 교훈을 심어주었다. 노동자계급을 자본가 계급의 꼬리로 동원하는 야권연대, 민주대연합으로 나아감으로써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결국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야권연대에 대한 반대, 자본가정당과의 연대 반대를 내걸고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조직적 독자성은 정치적 독자성에 종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유연한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박원순 선본에 민주당과 함께 결합한 진보정당들은 결코 자본가 정당으로부터 정치적 독자성을 이룰 수 없다. 그래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는 민노당이 아닌 또 다른 진보정당을 만드는 걸로 해결될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진보정당도 결국은 자본주의 체제의 버팀목인 사민주의의 역할을 전담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경우 2000년 전후보다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지만, 보다 대담한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민노당에 배타적 지지한 10년이 넘는 세월이 아까워서 통진당에 대한 지지를 지속한다면 노동자운동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다. 미국의 경우처럼 관료화된 노동조합이 압력단체가 되어서 민주당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결국은 파업 한번 제대로 못하고 선거 때 민주당에 표 찍는 기계로 전락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미국 짝 나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가 정당에 불과한 통진당에 인적, 물적 지지를 포함한 그 어떤 지지도 보내서는 안 된다. 호랑이 피하려다가 여우를 만나서는 안 된다. 여우같은 열우당 시절 노동자들이 당했던 것을 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되풀이 해야겠는가. 이러한 길은 지난 10여년의 시기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 보다 더 결정적으로 노동자운동을 후퇴시키고 자본가 정당의 꽁무니로 전락시킬 것이다.
  자본가계급에 대한 정치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은 오직 자신의 힘을 믿고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의 한 길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오직 자본주의의 철폐를 위해 일관되게 정치적, 조직적 독자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루하고 눈앞의 성과가 곧바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이해를 움켜쥐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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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4호] 한미 FTA 반대 투쟁과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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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반대 투쟁과 야권연대

 

 

이종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나라당을 주축으로 11월 22일 한미 FTA가 가결된 이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주말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연행과 물대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2008년 촛불투쟁이 취임 한지 얼마 안 돼 새파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습공격이었다면, 이제는 찬 서리에 시들어가는 레임덕 정권에 대한 결정타가 되도록 한미 FTA 반대 투쟁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2008년 투쟁이 단일집회에서도 수십만을 동원했지만 결국 명박산성을 넘지 못하고 패배한 것은 지도부의 나약함이었다. 촛불국면에서 지도부는 이명박 OUT을 외치면서도 실제로 정권이 무너지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광우병대책위는 촛불투쟁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투쟁을 확장시키려 하지 않고 통제된 투쟁을 진행하다 시민들에게 비판을 받기 일쑤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FTA 반대 투쟁에서도 이런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투쟁을 시작하자마자 규모 면에서는 2008년 투쟁의 초입부를 단숨에 넘어섰지만, 지도부의 경우는 2008년 투쟁의 막바지 단계를 거치고 있다. 민노당을 비롯해 야권연대에 혈안이 되어있는 세력들은 민주당과 국참당 같은 세력들을 초청해서 투쟁의 무대에 올리고 있다. 한미 FTA를 체결한 당들과 함께 비준반대를 외치는 꼴은 참으로 역겹다. 더구나 FTA 반대 파업을 전개한 노동자들을 구속하고, 농민들을 경찰 폭력으로 죽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세력들이 함께 이번 투쟁의 지도부로 나서서 한미 FTA 폐기투쟁을 일관되게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미 FTA 반대투쟁에서 국익론과

선거 심판론을 극복하자!

 

  한미 FTA 폐기투쟁이 거침없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를 극복해야만 한다. 하나는 야권연대로 뭉친 세력들이 “한미 FTA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을 극복하고, 한미 FTA가 1%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야권연대 세력들은 국익 이외의 다른 이유를 들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 않았던가? 지배계급인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전제 국민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지배계급의 오랜 전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불행하게도 한미 FTA 반대투쟁에서 야권연대 세력들이 외치는 국익도 자본가 계급의 이익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민노당과 같은 세력들은 야권연대를 외치면서 이들의 장단에 춤추고 결국은 국참당과 통합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OCCUPY 운동에서도 야권연대에 함께 한 민주당처럼 99%가 아닌 세력들이 단상에 서는 순간 그 운동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미 FTA도 결국은 1%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언하지 않고 얼렁뚱땅 국익에 위배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할 때 그 투쟁은 일관된 이명박 퇴진투쟁으로 뻗어나갈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야권연대가 주장하는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선거 심판론을 극복해야 한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에 혈안이 되어 있고 결국은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획득해서 한미 FTA를 무효화할 수 있을 것처럼 환상을 불어넣고 있다. 한미 FTA 날치기에도 보았듯이 민주당을 믿고 국회일정에 따라서 투쟁이 동원되는 것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지금 당장 각 지역에서 대중투쟁이 올라오고 있고, 서울의 경우 촛불투쟁 이상의 가두투쟁 전술을 동원해서 노회해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투쟁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러한 대중투쟁은 야권연대가 투쟁을 국회로 옮겨가고, 내년 선거를 위한 세몰이로 대중투쟁을 적당히 통제하려는 선거심판론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있다. 대중투쟁의 상태는 심지어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훈이 총대선까지 가지 않고 투쟁으로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자고 이야기할 정도로 그 기세가 올라와 있다. 물론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3일 정당연설회를 통한 마무리 집회에서 김영훈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아니라 민노당 당원으로 소개를 했다. 부차적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합법적인 정당연설회로 끝마치겠다는,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자기검열이다. 말로는 이명박을 퇴진시키자고 하면서 행동은 이명박 정권이 허용하는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 FTA 반대 투쟁을 주도하는 지도부가 대중 투쟁의 시작과 끝을 정당연설회 형식을 빌어서 진행하면서 정당들이 주도하게끔 진행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들은 국익에 반하는 FTA라 이야기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 의식을 흐리고 결국은 선거심판론으로 언제든지 도망갈 채비를 하고 있다.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한미 FTA를 폐기시키고 이명박을 퇴진시킬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틀에 박힌 투쟁들만 진행하고 있다. 그것만 아니라 무대에는 FTA 체결 원흉들이 올라와서 낯 뜨거운 줄도 모르고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99% 직접행동 요구로 투쟁을 확대하자!

 

  야당들의 계획대로 내년 선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들의 직접행동과 대중투쟁으로 한미FTA를 폐기시키고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려면 투쟁의 요구와 방법이 지금보다 확장되어야 한다. “비준무효 명박퇴진”만이 아니라 이명박 4년 동안 억눌려 온 99%의 모든 분노와 불만을 다 들고 나와서 투쟁해야 한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양산, 정리해고, 물가폭등, 대학등록금, 최저임금제, 야간노동, 노동3권 불인정, 민주주의 후퇴, 재벌 프렌들리 등등. 이 문제들은 이후 한미FTA 체제 하에서 더욱더 심화되겠지만, 이미 쌓일 대로 쌓여 폭발 직전이다. 내년 선거로 민주당 등 야권연대 세력들이 “의회권력”을 장악하고 대선에서 집권하면 과연 이 문제들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정권 시절 민주당이 한미FTA를 추진한 장본인이듯, IMF 이래 정리해고제 도입과 구조조정, 비정규직화로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킨 원흉도 김대중 정권의 민주당이다. 따라서 “선거 심판론” 따위의 꼼수를 거부하고 99%의 직접행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준무효”로 제한하지 말고 모든 분노와 요구들이 터져 나오도록 해야 한다. 2008년 촛불시위 때 “의료,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으로 의제를 확장하면서 투쟁의 확대가 함께 이루어졌다. 한미 FTA 단일 사안만 가지고 전개된다면 선거 심판론 같은 민주당 등의 꼼수가 먹혀드는 토양이 될 뿐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킬 수 있도록 투쟁의 동력을 확대하고 강도를 높여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99% 직접행동 10대 요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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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요구들을 중심으로 투쟁 방법도 촛불집회를 넘어 확장해야 한다. 현재 연일 수천, 수만 명이 집회로 모여도 야권연대 국회의원들의 식상한 “날치기 규탄” 연설들을 수동적으로 듣다가 해산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자발적인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많이 배치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의 오클랜드 시위대처럼 우리도 집회를 넘어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투쟁사업장과 공단을 순회하며 총파업을 호소하고 선동하자. 
  현장활동가들이 집회에 수동적으로 참가해 “비준무효”만 따라 외치는 지금 같은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현장의 요구들을 걸고 조합원들을 투쟁으로 조직하자. 간부 파업으로 총파업을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집회에 나온 조합원들이 현장에 가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절실한 과제로 느끼게 해야 한다. 현장에 투쟁의 기운을 실어 나르고 총파업을 지금 현장에서 아래로부터 만들어가는 투쟁이 되게 해야 한다.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실제로 가능케 하려면 촛불집회가 노동자 파업투쟁과 결합해야 한다. 그 동안 억눌렸던 모든 요구들을 걸고 노도와 같이 떨쳐 일어서는 대중파업으로 이명박 정권을 끝장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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