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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t Smith, <From a basement on the hill>

 

 

 

 

 

 

 

 

 

 

 

 

 

 

아마 Elliott Smith라는 이름을 모르더라도 영화 <굿 윌 헌팅>의 주제가 'Miss Misery'는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Elliott Smith는 그 음악으로 199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표정한 그 얼굴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그런 이들에게 언제나 스타덤이란 영광이라기보다 마치 자신에게 맞지 않는 무겁고 어두운 옷을 입은 듯 영 견디기 힘든 짐이 되는가보다.
그리고 결국, Nirvana의 Curt가 그랬듯이, 그 역시 그 답답한 옷을 벗기 위한 방법으로 이 세상에서 자신을 없애는 편을 택하고 말았다. 그리고 2003년 10월 21일, 그는 가슴에 스스로 칼을 꽂고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A passing feeling'

지금 나는 여기 틀어박혀 찰나의 느낌을 기다린다
나는 여기 틀어박혀 찰나의 느낌을 기다린다

스스로도 기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는 쉬지 않고
저 아래 이미 끊긴 전선을 통해
구조 요청을 보낸다
도움의 손길 속에서 나는
그저 존재하기만을 바랄 뿐
일어서기까진 그토록 오래 걸렸으나
무너지는 데는 단 한 시간밖에

- ‘A passing feeling' 중에서 -


그는 시인이었다.
고독하고 우울한 듯 하면서도 시니컬한 그의 가사와 그런지의 분위기를 내면서도 어쿠스틱 선율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낸 그의 음악은 팔에 새겨진 문신과 울퉁불퉁하고 퉁명스런 그의 얼굴과는 다르게 매우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Elliott Smith의 본명은 Steven Paul Smith이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 중 Steven을 싫어해서 학창 시절부터 Elloitt으로 불리웠다. 그의 음악의 특별한 분위기는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일찍부터 흥미를 가졌던 피아노 연주 경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는 이미 피아노 신동이었고, 십대 시절부터 작곡을 했다. 그러나 재혼한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일어났던 부모의 잦은 다툼과 불편한 가족관계가 그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그의 앨범에는 가족에 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곡이 많다. 그러나 그 외에도 그의 가사에는 약이나 술에 관한 내용, 사진, 영화, 사랑과 실연, 자동차, 달, 비, 유성 등 다양한 일상의 이미지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대게 그것들은 Elliott의 음악 속에서 오묘하고도 우울한 분위기로 나타난다. 그는 그 주제들을 일관되게 다루어 왔으며 사람들은 Elliott을 기억할 때 그의 음악 속에 담긴 그것들의 이미지를 함께 기억해낸다.
한편 몇몇 곡에는 사회에서 그가 느낀 역겨운 장면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이 담겨있다.


 

 




'A distored reality is now a necessity to be free'
(뒤틀린 현실이야말로 지금 자유로워야 할 이유)

부활절 오후 내내
나는 검은 풍선 안에 들어가 떠다니고 있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얘야 깨끗하게 있어야지, 중간이란 없단다”

하지만 당신들 신사 숙녀 여러분
중간이야말로 당신들이 그나마 보고 겪은 전부
어울리지 않게 입고 현장을 정돈하고
그녀를 순결한 순백으로 치장하는

당신들에 실망했다
세상을 착취하여 긁어모으는 당신들에게
악마의 문서는 당신들에게
가여운 검은새의 심장을 팔아 넘기는구나

빛을 다오
내 마음속에는 비가 내리기에

일렁이는 빛 속에 떠오르는 이글거리는 태양
공기가 만들어 내리는 독한 산성비
뒤틀린 현실은 이제
자유로워야 할 이유

너무 실망스럽다
처음엔 나도 전부 운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모른다, 왜 지금 이 나라가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지는

빛을 다오
내 마음속에는 비가 내리기에
나를 환하게 비춰다오
마음속에 비가 내리는 이 나를


이번에 발매된 그의 유작 앨범 'From a basement on the hill'에는 그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작은 버튼 두 개가 함께 담겨 있다. 음반 앞에 새겨진 ‘한정판매’,‘특별선물’이란 말이 무색하게 그의 무뚝뚝한 얼굴은 죽은 후에 마저 스타로서 판매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그닥 반가워하지 않는 듯 하다.
이제 그만 Elliott을 자유롭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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