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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escence> 중후하고, 아름답고, 달리는.

중후하고, 아름답고, 달리는.

I've been sleeping a thousand years
it seems got to open my eyes to everything
without a thought without a voice without a soul
don't let me die here
there must be something more
bring me to life

나는 마치 1000년 동안 잠들어 있었던 듯.
생각 없이... 목소리 없이... 영혼 없이...
모든 것에 내 눈을 열어야 할 것 같아.
날 여기 죽게 내버려 두지 마.
분명히 무언가가 더 있을거야.
나에게 생명을 줘

- 'Bring me to life' -


‘Evanescence’. ‘증기와도 같이 사라지는 덧없음’이라는 뜻이다.
밴드의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음반 표지는 영락없이 ‘데스메탈’(Death Metal)인데, 영화 의 삽입곡 ‘Bring me to life'를 듣다보면 멜로딕한 연주에 이어 갑자기 튀어나오는 랩에 황당해진다. 그런데 이에 더해 그들을 세계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앨범 을 듣고 있노라면 도대체가 이 밴드의 음악적 정체성이 무엇인지 당황스러워지기에 이른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들을 고쓰 락(Goth Rock)과 메탈의 사운드에 '뷰욕'을 연상시키는 하는 몽환적인 발라드, 거기에 '린킨 파크' 스타일의 하드코어 래핑까지 짬뽕된 이른 바 '하이브리드 락 (Hybrid -잡종의- Rock)' 의 선두주자라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이들의 음악적 기저는 분명 ‘고딕’(Gothic Rock)에 있다. 이들이 유명해지게 된 것은 음반을 통해서이지만 사실 그 전에 이들은 이미 이라는, 고딕적  분위기로 꽉 찬 음반을 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유려한 멜로디를 강조한 고딕성향의 발라드로 채워졌던 비공식 데뷔 앨범 에는 에 수록된 ‘My Immortal’,‘Imaginary’, ‘Whisper’ 외에도 ‘Lies’, ‘Even in death’ 등의 중후하고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곡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으며 ‘Where Will Go’나 ‘Field of Innocence’,‘Anywhere’ 등의 감동적인 발라드도 존재한다. 특히 여성 보컬 에미미 리의 음색은 ‘Evanescence’의 음악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실 극단적인 마초 익스트림 애호가들 사이에서 파괴하고 공격하는 대신 청승맞고 우울하게 슬픔이나 장엄하게 연주하는 고딕(Gothic)은 천대받는 장르였다. 심지어 ‘여성 보컬’ 이라니! 애초에 ‘메탈’ 이란 ‘강하고 파괴적인 남성들의 음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한 요소와 암울하면서도 장엄하고 서정적인 멜로디, 그러면서도 강하게 뭉그러지는 사운드를 함께 녹여낸 고딕 락은 마초 메탈 매니아들의 꾸준한 안티 속에서도 대중성을 가지며 곧 자리 잡게 되었다.
고딕락의 이러한 특성에 ‘Evanescence’는 강력한 디스토션을 더하고 에이미의 호소력 있는 보컬과 ‘린킨파크’ 분위기의 랩핑까지 더해 전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Your face it haunts my once pleasant dreams
Your voice has chased away all the sanity in me.
These wounds won't seem to heal,
this pain is just too real,
there's just too much that time cannot erase.

I tried so hard to tell myself that you're gone.
But though you're still with me,
I've been alone all along.


너의 얼굴, 그것이 나의 즐거운 꿈에 출몰해
너의 목소리, 그것이 나의 이성을 쫓아냈지
이 상처들은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 고통은 너무 현실감이 느껴져
시간으로 치유가 되기에는 상처가 너무 많아

나는 너무도 많이 내 자신에게 네가 떠났다고 말을 했지
네가 아직 내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동안 계속 혼자였던 거야.

- 'My Immortal' -



조용하게 흐르는 피아노 소리, 그 위에서 중얼거리듯 노래하는 에이미 리의 목소리에 곧 이어지는 현악기의 선율. ‘My Immortal’의 이와 같은 분위기가 사실은 ‘Evanescence’의 음악적 출발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곧 강렬한 사운드로 돌변하고는 하는 이들의 종횡무진 앨범을 들으며 앞으로 보여질 이들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걸게 된다.
게다가 최근 발표된 라이브 앨범에서는 이들이 가진 이 모순적인 두 개의 분위기 - 서정성과 폭발성-이 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똑똑하고 당돌한 밴드가 앞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훌륭한 성장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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