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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날의 음악, ‘Slow 6'의 <Grand A.M>

나른한 봄날의 음악, ‘Slow 6'의


봄이다!

비록 뒤늦게 내린 눈송이들이 아직 세상을 덮고는 있지만 오후 한낮이면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어 대략 정신을 멍해지게 만들고 마는, 봄이 온 것이다!

하늘이 파랗고 약간의 구름이 귀엽게 두둥실. 마냥 평화로워 보이는 창밖을 보며 지금 ‘Slow 6(June)'의 음악을 듣고 있다.

나지막한 그의 노랫소리와 살짝살짝 튕겨지는 통기타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마음은 어느 새 푸른 풀밭 위에서 한가로이 뒹굴고 있다.


‘오, 브라더스’에서 김현철까지


혼자라는 게 때론 나를 자유롭게도 하지만

가끔씩 많은 사람들 속에 묻혀 있고 싶기도 해


새로운 얘기 변해가는 잊혀지는 모든 것

그 속에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날 만들어


외로운 날들 잊으려 했지만

외로움은 또 다시 밀려와

가만히 앉아 살며시 웃다가 멀리 떠나가네


기대할 수도 기다릴 수도 없는 것 같아

모래알 같은 시간 속에 나는 흠뻑 잠겨 있네


-<모노로그>-


그는 인디밴드 ‘오, 브라더스’의 멤버였다. ‘오, 브라더스’를 아는 사람이 그의 음반을 듣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그런 탱글탱글 튀는 음악을 하는 밴드와 함께 있었을까 의아해질 것이다. 하지만, 뭐 그리 의아할 건 없다. 음악적 감수성이란 본디 한 곳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니까. 때론 트로트의 감성이 힙합과 맞닿기도 하고, 클래식의 감성이 재즈나 탱고, 심지어 하드락 계열과 어울리기도 하니 말이다. 그의 서정적이고 나른한 감성 역시 ‘오, 브라더스’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냈을 것이다.

여하간, 그가 이제는 자신의 감성으로 가득 채워진 음반을 내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음악은 흔히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김현철이나 박학기 등의 음악과 비교되고는 한다. ‘어떤 날’이나 ‘춘천 가는 기차’를 사랑했던 이들에게 비슷한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Slow 6'의 음악이 한동안 그들의 음악에 목말라했던 사람들의 갈증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룹 ’스웨터‘의 리더 신세철의 프로듀싱이 더해져 음반은 한층 세심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깔끔하게 완성하게 되었다.


느리고 나른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졸린 봄

햇볕은 따뜻한 낮잠을 조용히 부르고

어느덧 계절이 다시 또 흐른 걸 이제야 알았어


포근한 구름을 조그만 방안에 몇 조각 띄우고

서랍장 깊숙이 숨겨 둔 레코드 달콤한 멜로디에


어느새 널 다시 불러 보지만

아무 말도 없는 거울 속의 넌 항상 웃고


- <졸린 봄> -


슬로우 쥰은 어느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작 같은 느낌의 새벽 시간대를 좋아해서 ‘그랜드 A.M.’이라고 타이틀을 정했다”며 “아무 이유 없이 새벽 시간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한 편안한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정말 편안하게 누워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의도에 꼭 맞게, 순조로운 출발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제 2 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 후보에까지 올라 대중과 음악인들로부터도 그 성과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라 그의 ‘느린’ 음악이 더욱 반갑다.

그 자신의 음악처럼 앞으로 그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편안하고 평화롭게 변화해가는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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