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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라운지, <Humming Urban Stereo>

상큼한 라운지,

 

지난 주말, ‘새싹 보리밥’을 먹었다. 파릇파릇한 봄나물들이 보리밥과 함께 오돌오돌, 아삭아삭 씹히는 느낌과 입 안 가득 퍼지는 새싹들의 향기가 따뜻한 초봄의 주말 낮을 한층 싱그럽게 해주었다.

이름도 특이한 ‘이지린’이 직접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혼자 뚝딱거려 세상에 내놓은 음반 (이하 ‘허밍’)의 음악은 ‘새싹 보리밥’ 같은 느낌을 준다.

사락사락 하는 보사노바 리듬도 좋고, 경쾌하게 울리는 피아노 소리도 신난다. 샹송을 듣고 있는 듯한 보컬의 음색은 싱그럽고, 가볍게 튕겨 오르는 기타의 음색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선선하고 따뜻한 봄날, 풀밭 위를 휘파람 불며 걷는 느낌.

참, 좋다.


흥얼흥얼. 


사실 제목에 ‘라운지’라고는 해 놓았지만 ‘허밍’의 음악을 명확히 어떤 장르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라운지의 분위기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보사노바 리듬도 함께 있고, 애시드 재즈나 하우스의 곡들도 있다. 여하간 명확한 건, 장르를 무엇이라 부르든 간에 그들의 음악이 대게 라운지 음악이 갖는 특성처럼 편하게 흥얼거릴 수 있는 감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곡 중에 흘러나오는 새의 지저귐이나 남녀의 중얼거림, 벨소리 등은 이런 가볍고 흥겨운 감성과 어울려 곡의 분위기를 한층 생기 있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고 보컬 시나에(본명 송지영)의 코맹맹이 같은 귀엽고도 묘한 목소리는 마치 샹송과도 같은 신비함과 호소력 있는 섹시한 감성을 더하고 있다.

가사 역시 일상에서 얻은 소소한 느낌과 감정들을 담은 곡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음반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샐러드 기념일’이나 ‘Banana shake'의 가사는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너가 좋아했던 살구빛 샐러드

그 날은 샐러드 기념일 우후~나나나나나

너가 좋아하던 멜로디언 소리

그 날은 멜로디 기념일..우~ 라라라나나나

너가 예뻤었다고 했던 조그만 고양이

귀여워서 또 보고 싶어

너가 좋아했던 것들을

나에게 자그마한 고양이들 방에 한가득하게

채워지네 채워지네,, Yeah~ 나나나나나나


-‘살구빛 샐러드’ 중-



바나나 껍질을 5개로 벗기면 사람이고

4개로 벗기면 원숭인걸,

원숭이라도 좋아 귀엽기만 하면 귀여운 바나나나~

우유가 가득한 한 컵 la la la la ~

달디 단 바나나 쉐이크 하나도 안 남길 바나나 쉐이크


휘저어 휘저어 휘저어 휘저어 마음을 담아서

휘저어 휘저어 휘저어 휘저어 힘차고 조심히

휘저어 휘저어 바나나 쉐이크


-Banana shake-

 


무슨 말인지 정확히 해석할 수 없어도 나열된 단어들과 곡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그 감정이 전달되는 ‘허밍’의 곡들은 그래서 더욱 친근하고 즐겁다.


아쉬움.


최근에는 ‘허밍’을 비롯하여 전자양, 라이너스의 담요 등 라운지나 시부야 케이 계열의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를 지닌 음반이 꾸준히 발매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라운지 음반 의 음악성을 마냥 부러워하던 우리에게 이들의 시도는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은 뚜렷한 자기만의 특색이 묻어나기 보다는 비슷비슷한 팝과 라운지의 감성들만이 조금씩 버무려지는 것 같아 아쉽다.

‘Humming Urban Stereo'의 상큼한 시도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 새로운 자기만의 라운지를 탄생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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