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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6/20
    대추리를 향해 걷고 또 걸으면서..
    눈물나무

대추리를 향해 걷고 또 걸으면서..

2006년 6월 18일 일요일.

날씨는 햇빛이 쨍쨍, 종종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긴 했으나 뜨거운 햇살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아직도 내 팔과 목과 귀(캡모자의 단점.. 오로지 얼굴만 가려줌)는 빨갛고 약간 뜨겁고 시렵다.. -_-;

 

약 8시간을 걸었다.

뛰기도 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논둑길을 건너기도 했다.

그늘 한점 없는 땡볕 아래 가만히 앉아있기도 했다.

그래도 대추리가 보이는 곳까지 갔다.

옥상 위의 주민들이 흔드는 손과 깃발이 보였다.

철조망과 군인에 가로막혀 더이상 갈 수 없어서 소리도 지르고 파도타기도 했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군인들에게 '군인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당신들은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라고 소리질렀다.

 

 


 

 

 

모두들 성공적이라고 했다. 3천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고, 우리가 갈 수 있는만큼 최대한으로 간거라고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뿌듯한 날이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시위문화 몇 가지..

전경들에게 욕하고 건들여서 폭력을 유발하는 것. 전경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

여성을 운동의 주체에서 배제하는 것.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다. 특히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남성동지들 앞으로, 여성동지들은 뒤로 빠지고'라는 말이 너무 싫다. 폭력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럴 경우 남자들의 힘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일단은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싫을 뿐더러 그런 상황에서 나는 꼭 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결국 폭력은 세상을 바꿔내지 못한다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겠지..

성공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 내가 생각하는 운동은 과정 그 자체인데 말이다. 잘못하면 수단 때문에 목적 자체가 흔들려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좁다란 논둑길을 빨리 뛰지 못하는 사람을 욕하는 모습이나, 전경들과의 싸우는 과정에서 벼가 자라고 있는 논은 밟아도 괜찮다는 듯한 말이나.. 내가 보기에 안타까운 모습들.

우리가 밟아서 무너져버린 논둑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대추리에 가고싶었고, 대추리의 주민들을 만나고 싶었다.

평택에서 자라나는 벼와 들꽃을 보고 싶었다. 

평택의 드넓은 들판에서 햇볓을 쬐고 바람을 쐬고 싶었다. 

 

다음에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다.

아.. 아직도 피곤해 =.=

 

 

 

 



오전 11시, 평택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내가 속한 소규모 그룹(7명)은 그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잠시 당황.

역 앞에 서서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 중에 외부에서 온 사람 같고 복장이 집회에 가는 것 같은 사람을 파악하기로 했다. 역시나 집회에 가는 사람들은 딱 봐도 티가 난다ㅋㅋ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고 둔포에 갔다.

아저씨가 둔포라고 해서 내렸는데 너무나 조용하고 사람이 거의 없는 동네.. 물어물어 둔포농협을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경찰을 따돌렸다고는 하지만 정말 이상했다. 

그때가 11시 45분이었는데 혹시 우리 모르게 시간이 연기된건지, 장소가 바뀐건지, 둔포 들어오는 길이 아예 차단된건지 별 생각을 다하며 기다리다가 주변을 찾아보기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돌아다니던 중 주변에 삼삼오오의 무리들이 우리에게 길을 물어봤다. 둔포농협이 어디냐고. 길을 찾는 사람들과 합류하여 모이는 장소를 찾는데, 진짜 집결 장소였던 둔포농협 서부지소까지 찾아가는 길에 농협을 3개나 봤다.. 이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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