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왜왔어

분류없음 2015/05/30 06:20

 

이 나라는 동서 대륙 횡단 철도를 놓을 때 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들여왔다. 로키산맥을 가로질러 철도를 놓는 그 험한 과정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명을 달리 했고 희생자들은 대부분 중국계였다. 철도를 완성한 뒤 이 나라 백인 정부가 취한 정책은? 그들 아시안 노동자들에게 인두세를 부과했다. 이 나라 국민이 되고 싶으면 돈을 내라.

 

 

철도노동자로 이 나라에 온 증조할아버지 덕택(?)에 이 나라에서 태어난 중국계 클라이언트 하나가 나에게 너는 왜 이 나라에 왔냐고 묻는다. 가족들도 같이 왔냐고 묻는다. 그건 내 사생활에 관한 거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묻는다. 그 정도는 얘기해 줄 수 있잖아. 여기에 왜 왔어. 남한은 살기에 좋은 나라라고 들었는데. 혹시 너 북한이 무서워서 왔어? 맞아 그 미친 나라랑 너무 가까운 게 무서워서 왔지? (니 맘대로 생각하시오) ... ...

 

 

남한이나 이 나라나 거기에서 거기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다.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인생을 구현해온 맥락이 다르다. 그 다름에 따라 각자 살아내는 게 인생인 걸. 어디가 더 좋다고 말할 수도 어디가 더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 는 장황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개 "너는 왜 이나라에 왔으" 따위의 이야기를 꺼내는 비백인 (남자)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우월함이나 장점을 피력하고 싶어서 그런 화두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냥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수밖에. 우쭈쭈쭈. 그러셨쎄여. 우쭈쭈쭈.

 

 

개인을 보려면 그 개인의 사사로운 역사와 함께 그 개인이 놓인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역사라는 가느다란 실 위에 아슬아슬 매달린 물방울 하나를 바라보는 심정. 그 물방울이 나였다가 너였다가 처연히 똑- 떨어진다. 해가 지고 나면 긴 밤을 걸쳐 새벽녘에 다시 방울이 맺히겠지.

 

2015/05/30 06:20 2015/05/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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