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분류없음 2016/05/31 12:51

 

여성혐오는 없다 

 

 

1. "여성혐오 범죄 (hate crimes of misogyny)"는 존재하지 않는다. 
2. 존재하지 않는 여성혐오 범죄를 기정사실화해 또다른 분노와 혐오를 양산해서는 안된다. 
3. 역차별을 양산하고 "남혐"을 조장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앞의 두 문장 1과 2는 문장으로만 놓고 볼 때 참으로 바라마지 않는 말들이다. 그런 세상이면 참 좋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저 말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 맥락(들)은 고사하고 완전히 틀린 말이다. 문법적으로 문제 없는 말이라고 말이 되는 말은 아니라는 말. 그리고 왜 저런 말같지도 않은 말들을 정성스럽게 하는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바로 3에 있다. 1과 2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미 관습적인 사실 (institutional fact)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억지를 쓰는 게다. 그 억지는 바로 마지막 문장, 3이다. 

 

여성혐오 (misogyny) 는 별다른 게 아니다. 숨쉬는 일처럼 일상이고 한 성 (gender) 의 그룹을 동등한 객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꽃개를 포함해 여성들도 여성혐오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남성만 여성혐오를 하는 것도 아니고 특히 돈없고 가난하거나 정신질환자인 남성들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이고 인간의 역사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나는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왜 여혐이야? 라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헛웃음이 나온다. 여성혐오 (줄여서 여혐) 는 별개 아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샀던 기억, 아마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너무나 예쁘고 작고 아담하고 소중한, 그래서 지켜주고 아껴주고 보듬어야 할 존재. 삐약삐약 그 작고 노란 것이 움직일 때마다 몸서리치며 사랑하고 싶던 그 느낌. 그런데 갑자기 어느날 그 병아리가 구구단을 나보다 먼저 다 외우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닦고 자라고 잔소리를 한다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떨어뜨려 버린다, 넌 나 없인 아무 것도 아냐. 병아리 주제에. 그냥 이런 게 여혐이다. 원래 나보다 열등한 존재, 존재 그 자체로 유약하기 때문에 내가 지켜주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노랗고 작고 예쁜 것. 너는 그냥 그 자리에 그 존재로 있어야지 주제넘게 구구단을 외우고 양치질하라고 잔소리를 해!!! 무엄하다! 

 

 

인종차별은 없다 

 


오늘 정말 재미난 기사를 읽었다. 우리들 삶의 터전인 "마을 (neighbourhoods)"에 관한,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인종차별은 어떻게 우리 마을의 모양을 결정하는가. 다섯가지로 요약한 그 내용을 보자면, 

 

1. 저소득 계층이 모여사는 동네의 "공기"가 안좋다. 산업폐기물 등 오염물질을 다루는 산업클러스터가 이 동네 주변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2. 이른바 "재개발"은 차이나타운의 지형을 바꾼다. 차이나타운은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다운타운에서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도심에 모여살기 시작한 역사적 배경을 살펴야 한다)  
3. 비인간적인 건축, 구조물들 (홈리스들이 잠을 잘 수 없도록 칸막이를 둔 벤치 의자) 
4. 열악한 대중교통 (부심으로 갈수록 열악한 대중교통은 저소득계층의 이동을 제한하고 이들을 범죄에 노출시킨다. 예. 원주민 여성들의 납치, 살해, 시체유기) 
5.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의 축적은 저소득층 마을을 부심/주변부로 내몬다. "자연스런 분리" (고속도로 남쪽엔 고급콘도촌, 북쪽엔 저소득층마을) 

 

 

페이스북에 올라온 기사. 댓글이 궁금해 댓글창을 열었더니 짜잔- 

 

is everything fucking racist these days? stop trying to make something a racist problem that isn't 

씨발 이젠 아무 거나 다 인종차별이냐. 있지도 않는 거 들이밀어 인종차별이라 지껄이는 짓 좀 그만해라. 

 

 

엄연히 존재하는 인종차별 - 원인이든 결과든 - 애써 부인하려는 저 댓글의 주인공인 백인은 뭘 두려워하는 걸까. "역차별을 조장하고 백인혐오를 조장하는 이따위 기사는 집어쳐"

 

 

할말이 없다 

 


직장에서 승진을 앞두고 있는 시점, 그게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점인데 백인 두 명이 끼어들었다. 이번에도 어렵게 됐다. 두 명의 백인 가운데 하나는 최근에 고용된 사람인데 잡포스팅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고용이 됐다. 정말 이상한 케이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회사 내 다른 프로그램의 매니저의 아들이란다. 옘병. 백인들이 이렇게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는데 비백인인 내가 당해낼 재간은? 나는 정말이지, 인종차별은 없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다.

 

그들은 말할 것이다. 인종차별은 없어. 존재하지도 않는 인종차별따위는 말도 꺼내지 마.

 

아이 씨발. 젠장. 여자에 비백인에 거기에서도 소수민족에 성소수자인 나는 정말이지 씨발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2016/05/31 12:51 2016/05/3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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