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과종범

분류없음 2017/01/28 03:03

제목: 주범 (主犯) 과 종범 (從犯) (a culprit and accomplice)

 

 

요즘 꽃개는 회사일과 타임메니지먼트 적응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셜미디어를 할 수 있는 여력도 한국 뉴스를 검색하거나 따라잡을 여력도 없다. 입맛도 없어서 먹고 싶은 것이 없다. 다행히 회사가 다운타운의 한국인마을 근처에 있어서 출근길에 한국인이 하는 스낵바에 들려 김밥을 싸들고 출근하고 있다.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김밥은 그냥 꾸역꾸역 입에 넣기만 해도 씹히고 소화가 된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거의 매일 (월-금) 들르는 이 김밥집의 사장 아주머니께서는 여느 한국인 이민자들처럼 교회에 열심히 다니시는 박근혜 지지지이시다. 요즘엔 한국 뉴스를 거의 이 김밥집의 사장님에게서 듣고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로 최순실 씨가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소리를 질러댔다는 -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다는 - 뉴스를 업데이트해주셨다. 예상은 했지만 최순실 씨는 (박근혜 씨와 함께) 정말이지 예상을 넘어서는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아픈 것 같다. 

 

 

클라이언트 가운데 살인/ 살인미수를 저질렀지만 정신감정 결과 형법상 책임을 물을 수 없어 non criminally responsible (NCR) 처분을 받고 행동의 자유를 구속받은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NCR 을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금치산자 (禁治産者), 한정치산자 (限定治産者) 같은 터미놀러지는 알고 있는데 형법상 이런 사람들을 일컫는 한국어 텀이 따로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 형법에서는 제10조 제1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이 있고 아마도 이 조항들이 캐나다 NCR 의 갈음 (equivalence) 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클라이언트들은 자신들이 자신들의 어머니를 살해했고 여동생을 강간하고 살인하려 했다는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왜 나쁜 일인지 하면 안되는 일인지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니 받아들였다가 부인했다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가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분명한 공통점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그랬다" 는 것이고 "그 여자들 (희생자) 이 그럴만한 짓을 했다" 고 말한다는 특징이 있다. 클라이언트들이 구성하는 맥락에서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또 하나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자신들이 입는 피해, 신체적-금전적-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철저히 반응한다. 가령 손가락이 약간만 베어도 징징대면서 대번 대일밴드 (밴디지) 를 찾거나 스텝들을 탓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서포트를 하면서도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안그랬다간 시쳇말로 "머리꼭대기에 올라가" 스텝을 갖고 놀려고 (controlling; manupulating) 든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가해자인 클라이언트들을 인간적으로 용서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 이 과정은 스텝인 나를 위해서,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서, 나아가 작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꽃개가 서포트하는 클라이언트들의 80% 이상이 어린 시절에 상처를 겪었고 적절한 케어를 받지 못했다. 방치를 겪었고 물리적-정신적 학대를 경험했다. 그들이 그렇게 된 데에는 이 사회의, 시스템과 체제의,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따라서 그들을 온전히 서포트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클라이언트 한 명에게 들이는 돈은 (제대로 계산한 것은 아니지만) 약 연간 40,000 달러 이상이다. 경제적 비용만이 아니다. 꽃개처럼 이들을 서포트하는 노동자들, 인프라, 이외의 경찰과 병원 서비스 등등.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회가 치러내야 하는 비용이다. 내가 낸 세금이 왜 이런 이들에게 돌아가냐고 불만을 늘어놓은 사람이 만약 있다면 그 사람에게 연간 40,000 달러를 줄테니 그 살인자의 삶을 책임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말이 길어졌는데 김밥집 아주머니에게 최순실 씨가 어디 아픈 거 아닐까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저 정도로 모를 정도면 정신적으로나 마음이 상당히 많이 아픈 것은 아닐까요 라고 물었더니 단호박이다. 당장 광화문에 끌어내서 단두대로 보내야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망친 주범이라고 어찌나 단호하게 말씀하시는지 더 여쭙지 못했다. (그런데 광화문에 단두대가 있었나????)

 

 

퇴근길에 살짝 검색해봤는데 박근혜 씨가 더 아픈 것 같다. 우리 공주님은 케어가 필요하다.

 

 

 

 

 

2017/01/28 03:03 2017/01/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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