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선거
분류없음 2012/11/13 07:47군대 질문
분류없음 2012/10/13 10:24야간 노동
분류없음 2012/09/28 14:18맥도날드 단상
분류없음 2012/08/14 03:45언젠가 문득 홀에 앉아 패스트푸드를 먹는 맥도날드 고객들을 쳐다보게 되었다. 스몰 커피 공짜 프로모션에 이끌려 제집 드나들듯 매일 맥도날드 매장을 찾던 어느 날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그리스, 지중해 연안, 동유럽 등지에서 이민온 이른바 '이민자'들이었고 또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워낙 황인종이 드문 동네라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매장에 들어서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들의 건조한 눈에서 삶의 에너지와 활력을 찾기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그들은 살아있다. 그들의 언어로 떠들고 대화하고 신문을 읽고 소리는 나지 않지만 캡션이 흐르는 텔레비젼을 본다.
한국에 있을 적엔 드물게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식당을 찾곤 했다. 아주 드물었다. 그래서 무엇을 골라 어떻게 먹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이 '일'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나라로 거처를 옮긴 뒤 가끔 억지로라도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 사실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난감할 때 나는 어느새 맥도날드 식당에서 꾸역꾸역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떡볶이와 오뎅, 순대 같은 것들이 무척 그립고 라면이라도 팔면 좋겠는데 하는 부질없는 바람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나와 같은 이주자들에게는 결정의 폭이 대단히 좁다. 좁을 것이다. 맥도날드 매장을 노인정 분위기로 탈바꿈하는 데에 이바지하신 그 어르신들도 당신들의 나라에 계실 적엔 맥도날드 버거와 프렌치프라이드포테이토로 끼니를 때우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 어르신들도 나름대로 당신들의 입맛에 맛는 무엇보다 저렴하고 '괜찮은' 음식을 드셨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그리스식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 지중해식 음식을 파는 식당은 무엇보다 '비싼 편'이다. 나? 한국 식당? 글쎄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닌데 마음 놓고 먹을만한 수준의 음식도 드물고 무엇보다 코리아 타운이나 다운타운으로 가야 한다. 꾸역꾸역 억지로 한국 식당에 가면 먹으면서도 먹고나서도 아, 이 맛이 아닌데 싶은 마음에 괜시리 울적해진다.
나는 이제 맥도날드, 서브웨이, 무슨무슨 버거 따위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일에 잘 단련되었다. 특히 무선 와이파이까지 제공하는 맥도날드에 가는 일은 이제 일도 아니다. 특히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영수증 번호를 집어넣어 피드백을 제공한 뒤 얻는 쿠폰을 마련하는 일에도 제법이다. 그 쿠폰 한 장이면 버거 하나 값에 사이드샐러드와 음료를 덤으로 먹을 수 있으니 거의 4-5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한 끼를 아주 든든히 해결할 수 있다.
어떤 날 가만히 앉아 이런 삶의 변화를 찬찬히 새겨보면 막연한 상실감 같은 데에 젖어드는 것 같아 까닭없이 슬프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라도 살아지는 게 인생이다 싶어 또 밥을 지으러 그냥 훌훌 털고 일어나기도 한다. 배는 하염없이 늘어지게 나오고 아 정크 푸드 때문인가, 나이 탓인가. 잘 되겠지. 아무렴.
반건조 오징어
분류없음 2012/07/18 03:32하려는 일이,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정신을 담보로 하는 일이라는 것. 그것을 실감하는 날이었다, 어제는.
지금 일을 다니는 곳에서 가정폭력, 파트너폭력 등을 겪는 여성 생존자들은 아주 대단히 드물게 만나게 된다. 이 도시에서 생존하려는 그녀들은 대개 그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으로 "가게 되어 "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생존하려는 그녀들을 지원하는 전문 분야들은 (대부분) 결혼하였거나 남성과 함께 사는 혹은 살았던 여성들, 아이를 대동하는 여성들을 지원대상으로 한다. 이 놈의 헤테로섹슈얼 가부장 중심 사회에서 싱글 여성은, 사실혼 관계로 살더라도 아이가 없는 여성들은 여전히 이등 시민이다, 이등 시민인 것 같다. (레즈비언 여성은 말할 것도 없겠지). 아마도 그래서 그 여인이 어제 우리 일터로 오게 된 것 같다.
어제 그 여인을 장장 두어 시간이 넘도록 만나 받고나니 진이 다 빠졌다. 내내 우느라고 티슈 한 통을 다 써버린 이 여인을 섣불리 위로할 수도 냉정하게 질문하고 답만 받아적을 수도 없는 그 곤란함이 나를 내내 애워싸고 있었다. 아니, 그 곤란함의 정체는, 언어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사람 사이라는 게 어수룩한 언어 때문에 마음과 마음이 통하기 힘들다는 건,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남자친구에게 경제적으로, 감성적으로, 성적으로 착취당하면서도 그래도 외롭기 때문에 그와 함께 어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녀를 내 머리와 이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가로젓고 있었지만 내 심장은 그녀를 위해 그렇게 함께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지션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체류신분도 그렇고
과연 내가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루하루 그렇게 버텨내는 것도 무척 버거운데
어제처럼 내 정신과 심장의 힘을 써버리고 나면
바닷가에 널린 물오징어가 된 기분이다. 곧 마른오징어가 될 그 날을 기다리는.
사람살이라는 게 생각처럼 생각만큼 되는 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 그렇게 여기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
전쟁교본1
분류없음 2012/07/04 02:43덥다. 오뉴월 개 혓바닥 나오듯, 이라는 속담을 이해하게 되었다. 동네에 하도 개가 많아서, 아니 인간친구에게 엮여 산책당하는 개들이 하도 많아서 알게 되었다. 개들은 혓바닥을 그 바알간 속살같은 혓바닥을 추욱 늘어뜨린 채 인간친구의 손에 이끌려 걷고 있다. 몇몇은 아예 퍼져 앉아 갈 길은 너나 가라, 는 듯 체념의 자세를 시전하고 있다. 그렇겠지. 모직담요을 온 몸에 휘휘 감고 복중 한 날 대로를 걸어보라고 하면 아마 인간은 드립다 총칼을 휘두를 것이다. 전쟁은 그렇게 비위가 상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더운 날 도서관에서 피서놀이
분류없음 2012/06/11 23:17일하는 회사의 규칙 상 모든 직원은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일 년에 두 번 다양성에 관한 이해를 드높이는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작년에는 실습생 자격으로 한 번 받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대한 소개, 이해, 차별의 정의 뭐 이런 거였다. 그 때에는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백인이 아닌 사람, 여성, 이주민 등 이른바 마이노리티로 분류하는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차별, 편견 같은 게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 트레이닝을 받았더랬다.
지난 주 금요일에 올 해 첫번째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주제가 'Joy of Gender'라서 이건 뭐냐. 내가 여성(혹은 남성)이라서 기쁜 일에 관해 토론하려는 모양이지, 하고 별 준비를 안하고 같는데 아 글쎄
트랜스젠더에 관한 거였다.
아무래도 게이, 레즈비언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오가니까 (보통 수준의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게이, 레즈비언을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는 것 같은데,
트랜스젠더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 이른바 트랜스포비아, 라고 할까.
머리(카락)를 아주 짧게 이발하고 여자화장실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가끔 흠칫 놀라거나 '위민스와씨룸' 하면서 가르쳐주기도 한다. 나는 이게 그냥 동서를 막론한 여성들 의식 속에 내면화된 위기감(그러니까 누군가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다는 자신의 처지를 무의식적으로 자각하고 있는)의 반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반응도 트랜스포비아의 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그런지에 관해서는 지금 4분밖에 남지 않아서 쓸 수가 없다는 것을.
어쨌든 한국 땅이 아닌 데서 살다보니 이런 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구나.
그런데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린 한국형 기독교 사회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고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참 딱한 것은 동성애만 반대하면 불충분하고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도 반대해야 하는데, 안 그러면 나중에 서명받을 일이 더 많아질텐데 싶어서 차라리 "이성애만 찬성" 이렇게 서명운동을 하면 간단하고 선명해서 더 좋지 않을까? 아무튼 국내외적으로 무리지어 다니면서 미운 짓만 어쩜 그렇게 잘들 하나. 이 한국형 기독교 집단을 어찌해야 천국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고민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