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비겁한 독립영화인, 비겁한 카메라

  • 등록일
    2009/03/06 16:41
  • 수정일
    2009/03/06 16:41

좌익, 진보넷, 미디액트 등과 더불어 사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 독립영화인들에게 내가 실망했던 경험은 크게 두번.

 

하나는,

영화티켓에 강제적으로 포함되었던 문예진흥기금 징수가

국민의 주머니를 부당하게 갈취하는 사실이란 것이 인정되면서

그것의 폐지를 눈앞에 두었던 시점에 한독협 홈페이지 설문게시판,

그곳에서 보았던 투표 결과였다.

 

이제 티켓값에서 제외될 이 500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뭐 이런거였는데,

이런 설문을 올렸다는 자체가 사실이지 무척 불쾌한 일이었다.

이들은 왜 남의 주머니돈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

더 허망한 것은 그 돈이 자신들의 몫이 되길 희망한다, 는 응답이 1위를 달리고 있었다는 엽기적인 사실.

 

국가도 포기한 강도짓이었지만,

뭐 그래,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이

순간 오판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어차피 개인의 영달을 꿈꾸는 것과는 거리가 먼

대한민국 희생정신 상위 10% 정도는 될 만한 사람들이었으니. 

 

물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 치고

평소 그들의 카메라 워킹은 너무 강렬하다.

 

또 하나는,

뭐 그들 상당수가 좌파적인 시각을 갖는 듯 하면서도,

각종 프로그램들을 남못지 않게 어둠의 경로를 통해 사용하면서도,

자신들이 결과물을 내는 순간 거기 카피라이트를 너무나도 당당히 부착한다는 사실.

 

뭐 유통 관계 등을 고려하면 특정 작품들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뭐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데 별로 그런 자신들에 대해

어색해해 하거나 쑥스러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듯.

 

제도에 진출해서 카피라이트와의 긴장이 살짝 담긴 공존을 유지하는 것과

카피라이트로 형성되는 배타적인 전선에서 적대적인 칼을 앞장서 휘두르는 것과

그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사실 많이 지난 이야기, 생각들이었는데,

앞의 불만에 대한 많은 이해와 사연들이 내 안에도 있고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지난 시절동안,

나름 이해 가는 면 혹은 아닌 면들이 섞여 있어,

결과적으로 인간적으로는 넉넉히 이해가 가는 시점에,

 

굳이 이런 비난을 새삼스레 끄잡아내는 이유는,

뭐 요즘 분위기가 그렇다시피 워낭소리 제작자 때문.

 

한독협 주요 실무자인 그가 최근 세상을 향해

파일공유자들을 "디지털 악마"라며 비난했는데,

디지털대마왕들이 우글우글대고 있는

독립영화인들의 게토는 참으로 조용하시다.

 

명박이 소동은 잠깐 시끄러워 주시다가

"우리가 남이가" 식으로 서로 사랑하며 흐지부지.

 

이런 사건은 아예 입들도 다소곳하게 다물고 계시고.

생각해보니 불과 몇 년 사이에 이제는,

세상 물정에 도를 트신 듯.

 

다시 한 번,

세상 물정에 도가 튼 사람들 치고

그들의 카메라 워킹은 여전히 너무 강렬하다.

그래서 또다시 가슴 속에 새겨지는 세 번째 실망.

 

 

(아, 물론 나도 워낭소리 재미있게 봤을 따름이고. 

영화자체로는 충분히 박수쳐 드리고 싶을 뿐이고.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