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정동영, 국가와 국민 앞에 피로 쓴 헌신의 맹세가 될 수 있어야
-진성 야당으로 태동하는 진보적 국민모임에 거는 야권 지지층 기대 커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인 정동영 전 의원이 11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련 탈당과 함께 재야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진보적 성격의 국민모임 합류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서 새누리당과 새정련이라는 거대 보수 양당체제로부터 내용면에서 뚜렷이 진보된 형태를 갖춘 실질적 야당이 새로 태동하는 셈이다.
그의 이날 발언 가운데 우선 주목되는 점은, "시대적 요청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라는 대목이다. 이는 곧 집권세력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물론이거니와, 제 1야당인 새정련 또한 정치가 공익에 우선하지 않고 오직 사적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어 있음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단서로, "새정치연합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라며, "야당성마저 사라져 국민의 기대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라고 밝힌 점이 그것이다.
결코 과하지 않은 발언이다. 그렇다, 한 치도 숨길 수 없는 우리 정치 현실을 그대로 웅변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뼈저린 문제 인식으로부터 그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조직 구성원 전체가 스스로 담금질 되고 또 그것을 실천할 수 있을 때라야만 국가 공동체가 한층 고차원적 면모로 이행되게 됨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 하겠다.
작금 우리 사회 전반에 놓여 있는 숱한 형태의 불평등과 억압 그리고 온갖 탈법이 난무하며 벌어지고 있는 착취구조로부터 양대 보수정당의 퇴행적 작태는 그야말로 시궁창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간난의 삶을 견디고 있는 서민 등골 뽑아, 그것으로 재벌과 슈퍼 부자 곡간 채우기에 여념 없는 몹쓸 짓이 밤낮 가리지 않고 횡행하고 있다. 더는 참을 수 없어 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는 여지없이 재갈을 물리는 폭압적 독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겠거니와, 새정련 또한 오늘 우리 앞에 산적해 있는 난제들, 그리고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여러 형태의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기에는 심각하게 낡고 병들어 있다. 오히려 그것을 심화시키며 확대재생산하는 집단으로 전락해 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이명박 정권과 현 박근혜 정권의 심각한 권력 오남용에 대해 과연 새정련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와 진보를 가장한 혹은 야당의 탈을 쓴 어용 사이비였음을 숨길 수 없다.
정동영, 특별히 그가 자신의 과거 정치행태 및 신자유주의의 병폐에 대해 공개적으로 철저한 자아비판과 반성을 했다는 점 아울러 용산참사,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세월호 학살 등 고난과 애통의 현장에 헌신적으로 동참하며 서민대중의 삶을 고스란히 체득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정치 지도자로 거듭났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된다. 특별히 참여정부 최대의 죄악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는 노동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참회한 점은 민생문제와 곧장 직결되고 있는 노동의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또한 높여주고 있다.
물론 민생문제 해결이 노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심각하게 굴절되어 있는 노동문제의 개선이야말로 복지의 생산적 확대며, 내수경기 진작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리란 점이다. 이를 통해 극단적 양극화를 해소시켜 나가고, 아울러 고용 증대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보편적 복지 또한 손에 잡히는 구호가 될 수 있다. 부디 그의 오늘 발언이 국가와 국민 앞에 피로 쓴 헌신의 맹세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실로 크다.
<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