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리쌍’과 삼성 ‘이건희’ 회장 사건을 보며
-‘물리력 동원과 도덕적 해이’ 모두 ‘우려스러운 현상’
세상이 각박하다. 국가적으로도 위기 상황이다. 조그만 땅덩어리 조선반도를 두고 살상무기경쟁이 벌어질 판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외교.안보의 입지가 나날이 훼손되고 있고, 이 연장 선상에서 사드배치가 경북의 성주로 결정 났다.
이를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이 어떤 나라인가. 나라 크기로 보나 국력으로 보나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의 강대국들이다. 한국은 자칫하면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와 척을 지게 생겼다
한국의 대(對) 중국 무역의존도가 26%에 이르는 사정에 혹자는 한국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을 빗대어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감기에 걸릴 정도”라고 말한다. 지정학 적으로 미.중.러.일 세계 4대강국에 둘러싸인 데다 남북이 동강난 채 대치중인 우리의 처지는 이처럼 늘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험한 지경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의 안위를 핑계로 국가주의가 난무하고 개인의 인권이나 영세자영업자의 억울함은 개미소리 정도로 치부되어 대중 영합주의에 파묻혀 버린다. 그래서 말인데, 가수 리쌍과 곱창 집 주인 서연수 씨 문제 그리고 한국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부동의 빅브라더로 자리 잡고 있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에 대해 몇 가지 느낀 점을 피력해보려 한다.
먼저 곱창집 ‘우장창창’ 주인 서인수 씨(39세) 얘기다. 서인수 씨의 경우는 가게를 연지 1년 반 만에 건물주가 리쌍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부터 불운했다고 할 수 있다. 30대 젊은 나이에 곱창 집을 시작한 서연수 씨로서는 하루 속히 본전도 뽑고 돈도 벌어야할 처지였으므로 갈 길은 멀고 마음이 바빴을 거다. 그렇지만 내쫒기면 많은 것을 잃게 되는 씨의 입장과는 달리 나도 건물주가 됐으니 “내 건물에서 장사도 하고 재산권을 행사하고 싶다.”는 리쌍 측의 입장은 서로 배치된다.
다만 2012년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매매가가 53억이었고 현재 시세가 대략 80억을 호가한다니 누가 봐도 리쌍은 세입자에 비해서 갑이요 상대적인 부자라 하겠다.
성공률 10%라는 외식업이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영업자가 어디 한둘일까만. 자영업자들의 분투기는 하나같이 천로역정이다. 시간적으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매달려야 하고, 재료 구입에서부터 종업원 관리에 임대료 납부에 온갖 제세공과금 처리까지, 거기다 잡무처리 또한 모두 주인 몫이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직업인만큼 감정노동도 만만찮을 것이다. 한편 영업장에서 일어나는 온갖 대소사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악질 건물주를 만나거나, 졸지에 건물주가 바뀌어서 가게 비우라고 통보라도 받는 사태에 직면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죽을 맛일 거다.
리쌍의 경우 서연수 씨에게 가게를 지하로 옮기고 1층 주차시설을 사용하여 장사를 계속하도록 배려했다지만 지속적인 민원제기를 당한 처지로서 하룬들 맘 편히 장사했을 것 같지는 않다. 결론은 두 번에 걸친 리쌍 측의 물리력 동원에 세입자는 결국 ‘내 쫓겼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기자가 TV화면을 통해서 보고 느낀 점은 열심히 장사하던 사람이 졸지에 길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을 보았고 “사람이 비참하게 되기는 순식간이로구나!”탄식이 절로 나왔다. 기존의 연예인 건물주가 세입자를 대하던 방식과도 사뭇 다른 점도 느꼈다.
첫째 그들의 대처법에서다. 흔히 말해서 “연예인들은 인기를 먹고 산다.” 할 정도로 인기와 비례해서 수입이 부침(浮沈)하는 까닭에 펜심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원만하게 타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왔었다. 둘째는 대응속도와 처리 방법에서 속전속결이요 치밀한 여론전을 구사하는 점이었다. 셋째는 개인 차원이라 볼 수 없는 조직적인 여론공세를 취한 점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과 방법에 변명이나 토를 달지 않았고 도처에서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며 여론공세를 이어갔다. 세입자의 반발에 대응하는 태도에서도 상당히 직설 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수든 외식업이든 이 모든 것이 잘 살기 위해 하는 짓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하고, 서민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지키며 위안을 받고 싶은 부분도 있다. 헌데 번듯한 재산은 눈에 보이는 성공의 증표이기도 해서 리쌍 측에서는 권리 행사를 똑바로 하려는 것이었겠지만 기자는 이지점에서 역설의 단면을 읽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펜심 보다는 실리를 택한 점과 기어코 자신들이 정한 방법에 의한 해결방법이 그랬다. “가수 아니더라도 떵떵거리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지나친 확대해석은 금물이지만 배금주의의 한 단면을 보고야 말았다. 또한 목적 달성을 하기 위한 인정사정없는 직진 행보에서 낭만과 인정이 통하던 기존의 그 어떤 여백마저 마멸돼버린 느낌을 받았다.
본 기자는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갖는 애로점과 노동의 강도에 대해서 말했다. 개인은 힘도 능력도 금전도 부족하고, 건물주를 상대로 싸울 시간도 자신을 변호해줄 변호사 살 돈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점 등에 대해서다. 이에 비해서 성공한 연예인은 돈도 있고, 돌봐주는 회사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움직이는 돈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당 연예인을 '금쪽 같은 내 자식(?)' 못지 않은 정성과 사랑으로 방어하고 관리하고 보살피는 더없이 냉정한 대처의식을 목도한 것이다.
바로 그렇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조차도 금전 앞에서는 물리력을 동원하는 방법을 써서라도 목적을 이루고야마는 광경을 연출할 정도로 사회가 각박해졌구나 싶다.
때마침 우리사회가 각박하다는 증거는 많다. 온갖 분야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루 자살 건수가 평균 40명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얘 키우기가 겁나서 2015년 현재 출산율 1.30으로 세계 220위다. 거리에서 폐지 줍는 노인이 가장 많은 노인빈곤 국가이기도 하다. 수출부진에, 외교 분쟁에, 보수정권의 국민무시 행위에, 공직자들의 부정부패행위에, 일선 경찰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까지 걸핏하면 벌어지는 성문란과 성폭력사건 등 이루 셀 수 없는 말기증상이 차고 넘친다.
결국엔 세입자가 물리력에 의해서 거리로 내쫓겨 울부짖어도 동정은커녕 어디서 배워먹은 행동이냐는 듯이 너도나도 합세하여 SNS상에서 댓글로 초죽음을 만들어놓는 세상이 됐다. 정치인은 세력을, 공직자들은 권력을, 연예인들은 기획사를 힘입고 행세하며 권리와 이익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리쌍은 왜 갈등 해결에 있어 ‘원만한 타협’ 보다는 용역을 동원하는 초강수로 목적을 이루려 했을까? 힘의 논리로 밀어부처도 된다는 판단이 설 정도로 변해버린 사회 풍조를 자신한 때문이 아닐까. 보이지 않는 펜심이며 이미지 보다는 눈에 보이는 확실한 성공의 증표인 부동산을 거머쥐고 경제행위를 하는 것이야말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지름길로 인식한, 성공에의 힘을 자신한 때문이라고 본다.
삼성비자금 사건 때를 보자. 삼성비자금문제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제보할 신문사를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갔다. 도움을 요청받은 사제단이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얘기를 했다. “사회 각 분야, 말단까지 돈으로 힘을 미치려다보면 종국에는 법체계가 무력화 된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십자가를 짊어진 이유다. 잘못된 것을 막아야 정의가 바로 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바로 그렇다. 세상은 건물주나 이건희의 세상만이 아니다. 돈 없고, 빽 없고, 기댈 곳조차 없는 약자의 것이기도 하다, 남의 가게를 빌려서 장사를 하는 영세자영업자들, 너 그리고 우리와 같은 약자들의 세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