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박지원
-조속히 선출된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 보여야
박정례 선임기자= 새누리당에 이정현 새 대표가 선출됐다. 이와 더불어서 27일이면 더민당 또한 새 대표가 선출된다. 명실공이 두 당은 새 대표를 내세워 정국을 주도하려 할 것이고, 자당의 정체성을 한껏 정립하려 할 것이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군을 띄워 당의 지지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눈에는 새누리당과 더민당만 커 보일 것이다. 세상 그 어디에도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국민의당은 4개월 전에 당을 출범시킨 신생정당이다. 국민들은 그들에게서 신선한 충격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고 싶어 했고, 자갈을 고르고 걸림돌을 치워가며 정치 토양을 옥토로 개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국당은 기본과 철칙조차 비켜가면서 무사안일의 길을 택한다. 당이 출범한지 6개월 이내에 새 지도부를 뽑도록 돼 있는 당규를 무시한 채 안철수 대표 체재로 가는 길을 택했고, 원내대표를 선출하자는 의견 분출을 뭉개버리고 박지원 의원을 추대 형식으로 내세웠다.
박지원 의원은 현재 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하고 있다. 기라성 같이 많은 인재들은 외면과 배재를 당하고 박지원 의원에게 모든 권한이 몰려있는 형국이다. 쏠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체 이런 당 운영체계가 어떻게 해서 계속되는지 잘 모르겠다. 짐작컨대 당에 대한 오너쉽을 갖고 있는 안철수의 지나친 경계심이 이런 현상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그 누구도 안철수의 오너쉽을 부정하진 않는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있어 탈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박지원 의원의 설레발과 개인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 오늘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이 부분, 매의 눈으로 잘 들여다보자. 국민의당은 한마디로 창당과 더불어 의석수 38석을 얻은 제 3당이 되더니 당원들이 모여드는 정당 상을 구축하기 보다는 독일 작가 권터그라스의 소설에 나오는 양철북을 두드리는 소년처럼 성장이 멈춰버린 정당이 되고 말았다.
새 술도 헌 부대에 담는 국민의당
말로만 새 정치, 무늬만 신생정당
박지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자고로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안철수 대표 체재를 연말까지 끌고 가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었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안철수 대표로 하여금 좀 더 오랫동안 정치 일선에 머무르도록 하여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도록 하려는 포석이며,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로 내세워 의원 수가 각각 129석과 121석인 새누리당과 더민당을 상대로 정국을 대등하게 펼쳐나가려는 계산을 짐작 못하진 않는다.
그러더라도 결론은 정면 돌파 보다는 우회하는 길이었고, 승부수를 구사하기 보다는 안전과 실리만을 추구한 결과가 국민의당이 갖는 현주소가 되었다. 이는 국당의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거니와 대의명분에 우선하지도 않으며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행보이다.
수시로 변하는 정치 지형 속에서 뻑 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박선숙과 김수민의 총선홍보 리베이트문제로 안철수와 천정배 두 공동 대표가 졸지에 대표직을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지 않은가 말이다. 박지원 의원은 현재 원내 사령탑과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겸하며 온갖 사안을 혼자서 쥐락펴락 하고 있다. 이런 박지원의 원맨쇼가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않는 한 국(國)당도 박지원 의원도 한방에 날아가는 수가 있다.
작금의 정세는,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를 보아서도 명백하다. 이정현 대표는 흙수저 보다 못한 자칭 무(無)수저로서 사무처의 말단 당직자로 시작해 '17계단'을 밟아 당대표가 됐다. 해방 이래 호남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보수 정당의 당 대표로서 성공스토리를 담대하게 일궈낸 인물이다. 이를 두고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당헌당규에 보장된 절차 안에서 보란 듯이 남들과 공개적으로 겨루어낸 결과다.
이런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니까 대표가 되자마자 말발이 서고,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1년 6개월이다. 5년 단임제에서 남은 임기 1년 6개월은 아직도 긴 세월이다.”며 계파 싸움으로 얼룩진 새누리당을 단합의 모드로 몰아세우고 있다.
때마침 주승용·유성엽·황주홍 같은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견 제기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전당대회 조기 개최와 비상대책위원장-원내대표 겸직 체제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다. 박지원 의원은 그동안 문제점을 제기하려는 낌새가 보일라 치면 "기다려 달라" “나도 전대를 빨리하기를 원하다“는 말마디로 의원들의 불만을 잠재워왔다. 그러나 그가 제공하는 립 서비스와는 달리 그가 노니는 세상은 박지원 외에 다른 사람은 끼어들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직계 라인만 믿고 중용하는 안철수의 옹졸한 오너쉽과 박지원의 현란한 플레이의 접점에서 국(國)당의 운명은 결정되고 시간은 어느 덧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오고야 말 것이다. 국당 사람들 정신 차려라!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그래도 빠른 때다. 다행히 지금 국당의 많은 의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분출하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박지원 위원장의 결단만 기다려야 하는가. 이렇게 가면 지리멸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유성엽 의원은 특히 "총선 직후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한 것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정인화 의원도 "전대가 늦으면 대선준비도 늦어지니 늦어도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엔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확실히 할 점이 있다. 박지원 의원이 아무리 개인기와 노련함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명분과 도덕성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의 소리는 허울 좋은 빈껍데기요, 소리만 요란한 꽹과리와 같을 것이다. 의원 수 129석과 121석을 가진 두 거대정당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노련함과 뛰어난 개인기에 주눅 들어서가 아니라 당의 방침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안 별로 경중을 가려 국당과 연대든 협치든 반대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명하다. 국당은 빨리 담대한 패기와 우월한 도덕심으로 재무장하라. 그리하여 하시라도 빨리 선출된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국민 앞에 선보이길 바란다. 늦기 전에 진격하는 것이 답이다.
*글쓴이/박정례 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