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골든타임

국민의당과 골든타임

-4개월 된 신생정당인가 수십 년 된 노후정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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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례 선임기자= 30일 이상 열대야를 기록했다고 한다. 말과 같이 무덥고도 힘든 여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역사를 쓰기위해서 분주하다. 물론 지구 한편에 있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수년 전 결정된 하계올림픽이 어김없이 치러졌다.

당연하다. 오늘은 오늘의 시간이 흐르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니까. 이런 와중에서 각 정당들은 저마다의 수레바퀴를 돌리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유독 ‘국민의당’은 겉늙어버린 사람처럼 조로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당이 4개월 전에 원 구성을 마친 신생정당인지 수십 년도 더 된 노후정당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국(國)당’이 정치판과 맞물린 시간표를 바로 읽어내지 못한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을 읽어내는 개념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총선이 끝나자 더민당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즉시 물러나라”야 한다는 측과 “서운하게 대접하면 당에 해가된다.”는 의견으로 대립했었다. 하지만 새 대표가 결정될 8월까지는 그대로 가자는 선에서 타협을 하고서 당대표 선출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정상적이고도 임시방편이었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김종인의 역할은 끝났다”는 현실인식을 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지금은 각 당들이 체재정비를 하는 시기다. 이 기간은 그야말로 국민이 준 황금 같은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닌 때다. 그래서 당 운영이 다소 미숙하고 매끄럽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참고 기다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국(國)당은 국민이 당의 체재정비를 할 수 있게끔 허락해준 시간을 놓치고 있다. 국(國)당은 보다 많은 의원들에게 당직경험과 정치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의원들로 하여금 대여 투쟁력을 높이고 정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는커녕 그 책임을 방기하는 것을 넘어 가로막기까지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기회는 4.13총선이 끝난 직후 원내대표를 뽑는 일에서부터 시작할 일이었다.

대신에 박지원이라는 노회한 정치인 한 사람을 원내대표로 추대해 놓고서 그 모든 기회를 날려버렸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오히려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감투 하나를 머리에 더 얹어 놓고 죽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 하도록 맡겨 놓고 있다. 자연히 다른 사람들은 기회를 가져보지 못하고, 박지원 의원의 뒤편으로 물러서서 허공만 쳐다보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백설공주’라는 동화가 있다. 동화 속 백설공주의 계모왕비는 공주를 시샘하여 독이 든 사과를 먹이고 공주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 독 사과를 입에 문 공주는 당연히 누워있는 일 말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국(國)당도 마찬가지다. 국(國)당은 특정인 한 사람을 입에 문 대가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형국이다. 대체 이게 될 말인가. 금 쪽같이 아까운 시간을 특정인 혼자서 누비도록 독무대를 마련해주고, 특정인 혼자서만 개인플레이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일을 하고 있느냐 말이다.

금메달은 거저 얻지 못한다. 눈물의 훈련과정에, 피 말리는 선발과정에,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기라성 같은 경쟁자와의 혈투를 펼친 끝이라야 얻을 수 있다. 일개 운동선수도 이럴 진데 국민의 생활을 짊어지고 나서야할 공당인 국(國)당에서 자당의 인재를 양성하여 할 골든타임인줄도 모르고, 역사의 시간표를 거꾸로 돌릴 뿐만 아니라 무대책으로 방기해버린다면 국민으로부터 지지는커녕 내침을 당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것은 단언컨대 지나친 소심함과 시기심과 협량기질을 가진 사람들 때문이다. “이 당은 내가 만든 당”이라는 오너의식과 함께 그에 뇌화부동 하는 사람들, 다른 이들은 인정할 줄 모르는 소인배근성, 권력을 취하는 일에는 체면차리지 않고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사람들, 탕평책은 안중에도 없고 비루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만 살판 난양 나대는 풍토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거대 양당에 신물을 내고 새정치와 새당을 학수고대하며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이 국(國)당을 향해서 하는 말이다. 단 1개월이라 할지라도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긴 시간일 수 있다.

국민의당은 이제라도 박지원 씨에게 집중된 당내 권력을 분산하는 의미에서라도 원내대표 직과 비상대책위원장 직을 분리하고, 빠른 시일 안에 선출된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선보이도록 할 일이다.

 

*글쓴이/박정례 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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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15:54 2016/08/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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