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혼자서만 힘겨운 길’ 조심해야
-국민의당, 구한말의 쇄국을 보며 쇄당(鎖黨)을 걱정해야
[브레이크뉴스 선임기자 박정례]= 상상력은 창조의 시발점이다. 남보다 앞서가는 비법은 단호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행동 없이는 창조도 없고 변화와 변혁은 찾아오지 않으니까. 위대한 열정도 그렇다. 하지만 혼자서 너무 힘겨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것은 지치고 힘든 일이다.
광장의 민심이 다시금 요동을 치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다. 9일 날 역사적인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막전막후의 긴박했던 순간을 우리는 기억한다. 탄핵안 발의에서부터 수많은 험로를 지나왔다. 지금은 급속히 돌출하는 개혁에 대한 열망과 제반 사항들이 맞물린 채 정치계는 점입가경이다. 혼돈 속에서 각 정파들은 민심이라는 항구를 향해 각자의 현안을 들고 일엽편주를 띄었건만 캄캄한 풍랑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은 1월15일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을 남겨 놓고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이제야 말로 창당 이후 처음으로 선출로서 당의 핵심 당직자가 결정되는 판이다. 당의 진용이 어찌 꾸려질지에 따라서 당세 확장과 정당으로서의 면모일신이 정해지기 때문에 당대표의 얼굴은 대단히 중요하다.
당대표로 거론되는 첫 번째 인물은 박지원 의원이다. 박지원은 그동안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겸하면서 당권을 독점해온 절대강자다. 다음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문병호 인천부평갑의 지역위원장이다. 문병호 씨는 더민당의 친노.친문 패권주의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선도탈당을 감행하는 등 ‘국’당 창당의 주역이 된 사람이다.
또 한 사람, 출마설이 돌고 있다. 전북 전주(병) 출신인 정동영 의원이다. 만약 정동영 의원의 출마가 기정사실이라면 그 함의가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원은 정치입문 시 연이어 기록한 전국 최다 득표기록에 당 대변인, 통일부 장관, NSC위원장, 집권당 대표 등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다. 그가 지닌 남다른 정치적인 위상도 그렇다. 정동영은 2007년도 제 1야당인 대통합민주당의 제 17대 대선후보로 뛴 사람이다. 그러나 이후 행적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당 내외 경쟁자들로부터 가해지는 극심한 견제로 인해 두 차례의 지역구 변경과 궤도수정 때문에 낙선의 고통이 찾아왔고 갖가지 시련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20대 총선으로 부활한 정동영이다.
여기서 국민의당과 정동영을 좀 더 거론해본다. 오늘 날의 야당은 투쟁력도 없고 정책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는 평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던 야당의 기상도 없다. 1여(與) 1야(野), 두 거대 정당의 독주체재가 기득권세력이 되어 그들만의 강고한 산성이 되고 아득한 절벽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제 3의 신개척지를 만들어낸 당이 국민의당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현실은 지지율 하락과 확장성 부재의 문제가 있다.
이 지점에서 1월15일의 전당대회는 더없이 중요하다. 국당이 변모일신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국당이 다시 한 번 비상하느냐 주저앉느냐는 환골탈태와 쇄신여부에 달려 있고 당 대표와 지도부를 어떤 인물로 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에 뽑힐 당 대표는 정당민주화에 대한 신념이 확고해야 하고, 경제적인 식견과 함께 남북문제에서도 진취적인 비전을 지녀야 한다.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지독한 노력파여야 한다.
자고로 ‘광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이를 대한민국의 현실버전으로 바꿔보면 ‘광장(廣場)에서 민심(民心)이 난다.’고 해야겠다. 탄핵과 촛불정국에서 정동영의 사자후는 가히 빛과 소금이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을 말했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박근혜 퇴진과 탄핵을 공식적으로 주장했고, 광장에서 이번만큼은 혁명의 과실을 4.19 때의 군부독재세력이 아닌, 6.10일 항쟁의 정치인과 재벌세력이 아닌,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홀로 외쳤다.
결과는 어떤가? 여든 야든 전국의 모든 세력들이 정동영이 말한 부분을 제 것 인양 복창하고 있다. ‘촛불영웅’이니, ‘33인회’니, ‘촛불민심을 대변할 온라인시민의회 대표단을 꾸리자’느니로 야단을 떨고 있다. 한마디로 저마다 다른 꿍꿍이속으로 날뛰며 부르대는 화석처럼 강고한 세력들 간에 촛불민심은 왜곡되고 또다시 빈손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정동영에게 말한다. 나서려면 나서라. 그러나 정동영은 혼자서만 너무 힘겨운 길을 가지 말고 몸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수많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빛나는 4.19의 결과가, 빛나는 6.10 항쟁의 결과가 민중의 승리가 아닌 기득권자들의 과실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에 이런 역사가 되풀이될까봐 “이번 11월 혁명의 과실은 반드시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국회에서 광장에서 외친 것으로 안다. 국민에 대한 충정에서 일 것이다.
아무쪼록 정동영은 혼자서만 무거운 짐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되 둔탁하게 굳은 양심과 패권세력들에게 외쳐주길 바란다. 국민의당 역시 구한말의 쇄국을 보며 쇄당(鎖黨)을 할 경우 당의 운명이 어찌될 것인지 올바른 길로 전진하길 바란다.
글쓴이/박정례 기자.르뽀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