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의 유서가 동아일보에 실려서 가져왔다. 가슴이 찡하고 먹먹하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고,소속사의 돈 버는 기계로만 움직이는 생활과 펜들 앞에서 예쁜 미소만 지어야 하는 밖으로만 나도는 생활에 얼마나 지쳤으면 그랬을까.
요즘 조카 하나가 상당히 심한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어 동병상련의 아품이 가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점심이라도 챙겨 먹이며 다가서려고 달걀 푼 맑을 야채국을 끓이고, 돼지고기 향정살을 구어 점심상을 차렸지만 그닥 많이 먹진 않는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조카의 의식과 속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리리 싶어 샤이니 종현의 자살로 화제를 몰고 가봤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담케어를 한다든지 연예활동을 하는 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치가 기획사나 아이돌 연예인 주변에 마련됐는지에 대해 말했다. 조카 말이 "거기도 나름 힘쓰고 있을 거"라는 대답이었고, 젊은층들은 연예인들의 일을 통해서 자신들을 투영하며 화제로 올려 현실을 재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는 일이 많기에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일은 필요하다.
퓨로듀서 워너원 이야기로 화제를 옮겼다. "뽑힌 얘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머지 얘들은 들러리로 선 것 밖에 안 되는데...." "들러리가 뭐에요. 얘들 부모에 가족들까지 온통 못 보일 것까지 다 노출돼요."라고 말한다. 절실하게 하고 싶어 필사적인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카메라 한 번 안 비춰준다는 것이다.
그 많은 아이들을 들러리로 세울 거면서, 뽑힌 얘들을 키우기 위한 받이로 사용할 거면서 첫 화면에서나마 슬라이드식으로나마 잠깐 씩 기본으로 보여주고 본 방송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견을 제시해봤다. "이번이 제 2회인데 워너원 얘들은 남자들인데 F조까지 있다."고 했다. 에프조 어디라도 단 한 번이라도 비춰줘야 "쟨 D조인데 참 잘하네!" 해서 A B조로 월반할 기회라도 있을텐데 아예 비춰주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럼 왜 강다니엘이라는 얘만 맨날 띄우는 거니?"
"말했듯이 지금 푸로듀서 2회 째인데 CJ라고 재벌그룹이 하는 건데 1회 때는 알리고 띄우는 역할을 했다면 2회에선 돈을 벌어야는데 뽑아놨으니 걔가 떠야 프로도 살고 돈드 벌 수 있으니까죠. 글고 남자들 같으면 반짝 좋다 가라앉는 수가 많은데 여자 펜들은 그렇지 않고, 펜덤을 형성해서 지들끼리 펜클럽을 한다든지 캐릭터상품을 산다든지 돈이 되는게 남자 아이돌 그룹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획사들은 아이들 그릅에서 수익을 많이 뽑기 위해 남자 아이돌 그룹을 더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여자그릅들은 소외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조카와 얘기를 나눈 화제는 그래서 너무 이른 나이에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인간관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그들만의 돌봄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는 것,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남자 아이돌그룹을 통해서 발생하는 수익구조가 더 좋기 때문에 이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
"샤이니의 다른 멤버들은 종현의 사고로 인해서 좋지에 십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된 거 아니냐?"하는 나의 질문에 "그렇지도 않은 걸요. 요즘 휴지기였거든요." "그래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샤이니로 활동하려 해도 뜻대로 안 될 수도 있잖을까? 클론의 예를 봐도 그렇고. 강원래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구준엽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했을 건데 지금은 아니잖아. 둘의 조화로 이뤄낸 결과였지 혼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고 말야" "그런 면이 있지요."
조카는 요즘 시험에서 연거퍼 두번 떨어지는 바람에 대단히 의기소침해 있는 처지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어나지 않아서 그냥 두면 12시 2시 3시 이런 식으로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마음이 여린 애를 다구치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되고, 지 엄마도 이런 점을 걱정하고 이모가 이야기를 건네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여기서 생각나는 것이 남편이 전에 운전면허를 딸 때 10번도 더 떨어진 얘기를 하면서 그땐 정말 속상했다는 얘길 해줬다. 2번의 낙방으로 다 팽개치듯이 너무 다운 돼 있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아무튼 종현이 일과 조카의 일 그리고 내일 등이 겹쳐와서 서글품을 머금고 나역시 애도를 표했다는 사실은 현실이다. 종현 씨 명복을 빌게요.
<종현 삼가 명복을 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