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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나는 고발한다!1)


“바로 최근 한 군사법정이 에스테라지라는 자를 명령에 의해 감히 무죄 석방했습니다―모든 진실, 모든 정의를 일격에 내리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일은 저질러졌습니다. 프랑스는 스스로의 얼굴에 낙인을 찍었고, 역사는 이 같은 사회적 죄악이 저질러진 것이 위하의 통치 기간 중이었음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들이 감히 도전하였으니 나 역시 도전해야겠습니다. 정식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사법부가 충분하고 순수하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스스로 그렇게 맹세하였기에 진실을 말해야겠습니다. 나의 임무는 말하는 것이지 공범자가 될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고문을 겪으며 결코 저지르지 않은 죄를 속죄하고 있는 무고한 사람의 유령이 밤마다 나타나 나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각하, 따라서 나는 한 정직한 인간으로서 나의 온 힘을 다해 큰 소리로 진실을 외쳐야겠습니다. 나는 각하가 이 죄악을 모르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 나라 최고 통치자인 각하 외에 그 누가 이 진범의 악의적인 죄상을 파헤칠 수 있습니까?

첫째, 드레퓌스의 재판과 유죄 판결에 대한 진실입니다. 한 사악한 사람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음모를 꾸몄으니 그가 바로 뒤파티 드크랑 중령입니다. 그는 당시 소령에 불과했습니다. 그가 드레퓌스사건의 전부입니다……. 항상 허황된 계책 속에서, 연재소설이나 탐닉하면서 빼돌린 문서, 익명의 편지, 야릇한 회합, 심야에 나타나 국가 기밀이나 치명적 증거들을 팔겠다고 하는 수수께끼의 여인들에 열을 내는, 그 정체가 애매한 인물. 사면이 거울인 방에서 드레퓌스를 신문하려는 생각을 한 사람도 그입니다……. 나는, 조사 장교로 지명된 뒤파티 드크랑 소령이 이 가공할 법의 오판 과정에서 최대의 죄인임을 단언합니다.


그러고서 졸라는 명세서가 어떻게 하여 제2국 사무실에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그러자 수색이 진행되고 필적이 검토되었습니다. 그것은 모두 집안일이었습니다. 반역자가 바로 코앞에서 발견되고 추방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드레퓌스에게 첫 번째 혐의가 떨어지자, 뒤파티 소령이 등장해서 드레퓌스의 죄상을 꾸미고 조작했습니다. 이제 사건은 그의 사건이 되고 그는 반역자의 기를 꺾고 하루라도 빨리 철저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온갖 짓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보잘것없는 지성의 소유자인 국방부 장관 메르시에 장군, 허다한 경우 양심을 적당히 얼버무리는 참모총장 보좌관 공스 장군도 여기 관여했습니다. 그러나 사건 초기에, 밑바닥에서부터 바쁘게 설친 사람은 뒤파티입니다. 그가 장군들을 지휘했습니다. 그는 신비주의에 흥미가 있던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최면을 겁니다. 불운의 드레퓌스를 옭아 넣은 그의 실험들, 그가 파놓은 함정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미친 듯한 조사, 어처구니없는 사기 수법, 가공할 조작 등등……. 이렇게 해서 15세기의 옛날 얘기에서나 볼 수 있는 신비와 속임수와 임기응변의 기소장이 작성되었던 것입니다. 그의 혐의 사실은 단 하나, 그 바보 같은 명세서를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밀이라는 것들이 보잘것없는 것이라는게 판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의 핵심임을 나는 주장합니다. 진짜 죄악, 온 프랑스를 병들게 한 저 충격적인 법에 대한 거부가 시작된 것이 이 시점입니다. 처음부터 그들은 오직 타만과 우둔으로 이 일에 임했습니다.

마침내 드레퓌스는 군사법정에 섰습니다. 재판은 비밀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적에게 국경을 열어주고 독일 황제를 선뜻 노트르담 성당으로 인도한 반역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쉬쉬하며 재판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국민이 공포에 질린 채 무시무시한 반역 사건에 대해 수군거렸습니다.

전국민이 군사법정을 하늘같이 존중했습니다. 이 죄인에게는 어떤 가혹한 형벌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은 죄인에게 가해지는 공적 모욕에 갈채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이 죄인이 회한을 삼키면서 저 오욕의 바위에 영원히 유폐되어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전 유럽을 이글거리게 만든 이 말 못한 비밀 서류에 단 하나의 진실이라도 내포되어 있었던가요? 그래서 장군의 사무실 깊은 서랍 속에 묻어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가요? 아닙니다. 그 속에는 오직 가공의 정신 착란적 환상이, 즉 뒤파티 드크랑의 상상력이 들어 있었을 뿐입니다.

아!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기소입니까! 한 인간이 그러한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가 있다면 이것은 불의의 극치입니다. 나는 양심있는 한 인간의 초인적인 고통을 보고서 역겹다고 외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기소장에는 24가지 죄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죄목은 오직 하나, 즉 명세서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은 전문가들이 이 명세서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것과, 그들 중 일원인 고베르 씨는 그들이 원하는 결론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폭한 처우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두가 한 통속인 가족재판입니다. 참모본부가 심의하고, 재판하고 그 판결을 단순히 재확인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밀회의에서 심판관들은 당연히 무죄 석방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죄 판결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그들이 외국 기관으로부터 입수했다는 비밀 서류의 존재를 내세우는 이유를 우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서류는 그들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해줄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한 서류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전지전능한 신에게 머리를 숙이듯 이 서류에 대해서도 그저 머리를 숙이라는 것입니다……. 대통령 각하, 이제 나는 그 재판이 오류였음을 밝혀주는 사실을 열거하겠습니다. 드레퓌스의 도덕적 결백성, 그의 부유한 환경, 범행 동기가 전혀 없다는 점, 그리고 그가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절규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가 뒤파티 소령의 상궤를 벗어난 상상력의 제물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가 당하고 있는 박해는 우리 시대의 불명예인 반유태주의의 풍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다음에 졸라는 ‘파랑 엽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상데르 대령이 사망하고 피카를 중령이 그의 후임으로 방첩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직무 수행 중 어느 날 피카를 중령은 외국 정보원이 에스테라지 소령에게 보낸 속달 우편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임무는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상관들의 뜻에 반하여 결코 행동하지 않았음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그는 비상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에스테라지의 유죄는 곧 드레퓌스의 판결의 수정을 요구했으며, 참모본부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바로 이 점을 무효화시키려 했습니다……. 신임 국방부 장관인 비오 장군이 아직은 이 사건과 관련되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십시오. 그는 깨끗했습니다. 그는 진실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용기가 없었습니다. 말할 나위없이 여론이 두려웠고 참모본부를 버리기가 겁났습니다. 양심과 군대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의 순간은 잠시뿐이었습니다. 갈등의 순간이 지났을 때는 이미 일은 너무나 늦어버렸습니다……. 이 점을 혜량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비오 장군, 부아데프르 장군 그리고 공수 장군이 드레퓌스가 무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이 무서운 사실을 그들 가슴속에 비밀로 숨긴 채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러고도 그들은 잠을 잘 잡니다. 또 아내와 자식을 사랑합니다.


졸라는 이어 에스테라지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증인들은, 처음에는 에스테라지가 미쳐서 자살하거나 도망을 할 것 같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방약무인(傍若無人)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 난폭한 행동거지로 온 파리를 경악케 했습니다. 구원의 손길이 뻗쳤던 것입니다……. 이제는 피카르 중령과 뒤파티 중령 사이에서 결투가 일어났습니다. 솔직하게 얼굴을 드러낸 사람과 복면을 쓴 사람의 결투입니다. 우리는 곧 두 사람을 민간법정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아! 우리는 빚더미와 죄악으로 가득 찬 파렴치한 모습의 인간들이 전세계에 결백하고 무죄라고 공표되는 반면에 명예롭고 때묻지 않은 인간은 오욕의 구렁텅이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그리고 문명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면 파멸될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법정의 기왕의 결정을 다른 군사법정이 철회한다―어느 누가 이것을 기대하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에스테라지의 유죄는 곧 드레퓌스의 무죄 선언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당한 판결을 내렸으며, 이 판결은 영구히 우리 나라의 군사법정을 압박할 것입니다. 그것은 이제부터 내려지는 군사재판의 모든 결정에 그것이 깨끗하지 않으리란 의혹을 던지게 할 것입니다. 첫 번째 군사재판은 그저 어리석었을 따름이라고 칩시다. 그러나 두 번째는 틀림없이 죄악을 범한 것입니다……. 그들은 국민에게 군대의 명예를 말하며, 국민이 이를 사랑하고 존경하기를 원합니다. 그렇습니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어떠한 위협에서도 프랑스 국토를 방어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어설 군대를 우리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러나 군대가 내일이라도 우리를 짓누르게 될 정복자로 군림한다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런데도 군대의 그 칼자루에 경건하게 입맞추라니……. 단연코 그것은 안됩니다!

참모본부 전체가 기소되지 않는 한, 드레퓌스의 혐의는 풀리지 않습니다. 비오 장군 자신이 추구했듯이 공화국 정부는 제수이트교단처럼 숙청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저열한 경찰 근성, 재갈 벗은 악몽, 스페인의 종교재판과 같은 매질, 얼마나 지긋지긋한 수단이 이 광적이고 우매한 사건에 동원되었는지……. 모든 것이 군복을 입고 특수 휘장으로 장식한 소수 인물들의 달콤한 쾌락을 위한 것입니다. 그들은 발꿈치로 국가를 짓이기고 ‘국가 이익’이라는 거짓 미명하에, 진실과 정의의 외침을 목구멍 속으로 도로 막아버렸습니다.


졸라는 슈레르와 피카르를 찬양했다. 그들이 비록 악마가 설치는동안 신의 처분만 기다리기는 했어도, 행동하는 것은 그들의 임기이기보다 대통령의 임무였다.


나는 궁극적 승리에 대해 조금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력한 신념으로 거듭 말하겠습니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고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음을! 진실은 지하에 묻혀서도 자라납니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합니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입니다.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가장 먼 곳까지 재앙을 미치게 할 지뢰를 매설했는지 아닌지…….

긴 편지를 끝내면서 졸라는 다음과 같이 고발했다.


나는 뒤파티 중령을 고발합니다. 그가 무의식적으로(나는 이 점을 믿고자 합니다) 법적 과오의 악마 같은 중개인이었음을, 또한 지난 3년 간 가장 부조리하고 역겨운 음모와 자신의 사악한 행위를 계속해서 은폐했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메르시에 장군을 고발합니다. 필경 심약한 탓으로, 사상 최대의 죄악에 그가 공모자로 끼여들었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비오 장군을 고발합니다. 그가 드레퓌스가 결백하다는 결정적 증거를 손에 쥐고서도 정치적 동기 및 참모본부의 체면을 구하고자 그 모든 것들을 은폐했으며 파렴치죄와 정의모독죄를 자진해서 저질렀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펠리외 장군과 라보리 소령을 고발합니다. 그들이 악한 같은 심문을 자행했음을, 즉 극악무도하게 불공정한 심문, 어리석도록 뻔뻔스러운 저 불만의 기념비를 우리에게 제공한 그들의 보고서를 고발합니다.

나는 벨롬, 바리나르 및 쿠아르 3인의 필적 전문가를 고발합니다. 의학적 검진에 의해 그들의 시력과 판단력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 한, 그들은 거짓이며 가짜인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국방부를 고발합니다. 여론을 오도하고 죄악을 은폐할 목적에서 특히 ‘에코 드 파리’와 ‘레 크레르’를 위시한 신문들이 저열한 캠페인을 주도했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첫 번째 군사법정을 고발합니다. 피고인에게 그 증거를 비밀로 가린 채 유죄 판결을 내려 인권을 침해했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또 두 번째 군사법정을 고발합니다. 피고인에게 죄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그를 무죄 석방하는 법적 죄악을 저지른 것을, 그리고 이 불법성을 명령에 의해 은폐한 것을 고발합니다.

내가 취한 행동은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서두르기 위한 혁명적 조치입니다.

그처럼 많은 것을 지탱해왔고 행복에의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인류의 이름에 대한 지극한 정열만이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입니다. 나의 불타는 항의는 내 영혼의 외침일 뿐입니다. 이 외침으로 인해 내가 법정으로 끌려간다 해도 나는 그것을 감수하겠습니다. 다만 청천백일 하에서 나를 심문하도록 하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 “나는 졸라를 향한 깊은 존경과 가없는 찬사에 사무쳐 있다. 군인과 성직자 같은 겁쟁이 위선자 아첨꾼들은 한 해에도 백만 명씩 태어난다. 그러나 잔다르크나 졸라 같은 인물이 태어나는 데는 5세기가 걸린다.” ‘뉴욕 헤럴드’ 중,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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