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헌책방을 즐겨 찾는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용돈이 부족해서다.

 

새로 나오는 책들은 왠만하면 하드커버에 종이는 빤들빤들, 종이 자체도 두꺼워진 것 같고 글씨도 크다. 그래서 책은 두꺼운데 정작 페이지는 얼마안나온다는..그래서 예전같으면 한권으로 나올 책이 두권, 세권으로 나온다. 꼭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충동구매로 책을 사는 경우 두세권이 경합되는 때가 있다.

이럴 때 별 고민없이 두꺼운, 페이지수가 많이 나가는 책을 고른다. 아마 옛날 신림동에서 고시생 생활을 조금 했는데 그 당시 한여름 너무 더워 잠이 안오면 비디오방에 가서 내용이고 뭐고 없이 제일 긴 비디오를 골랐던 질보다 양을 선택하는 습관이 남았지 않나 싶다.

 

아무튼 요즘 책들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내 용돈으로 술먹고 담배 피고 책까지 사려니 너무 힘들다.

그래서 헌책방을 이용하게 됬다.

 

옛날에는 동네에 적어도 헌책방 하나쯤은 있었는데...그 전도연 주연의 해피엔딩에 나오는 그런 헌책방말이다. 지금은 도서대여점은 있어도 헌책방은 없다. 수지가 안맞으니 없어졌겠지.

 

가끔 신개념의 헌책방들도 눈에 띈다. 과거 우리가 보아왔던 책먼지가 가득하고 그 특유의 오래된 눅눅한 책냄새가 나고  작은 공간을 책더미로 미로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니라 나름 깔끔하고 그곳에서 문화공연도 하고 책방 주인장도 젊은 뭐 그런 헌책방. 

 

신기하고 참신하기는 한데 난 그런곳은 별로다. 좀 정이 없다고 할까..그렇다고 주인장들의 친절도를 말하는 건 아니다. 가끔 드물게 볼 수 있는 옛날식 헌책방 주인장분들 별로 안친절하다. 아니 불친절한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한번에 많이가 아닌 슬슬 가랑비에 속옷 젖어 가듯 드나들다 보면 어느새 문앞 처마에서 같이 자판기 커피뽑아 먹으면서 담배 한까치 피는 사이로 발전한다. 가끔은 손에 넣기 힘든 카파나 브레송 같은 보도 사진집을 싸게 얻을 수도 있다. ㅋ

 

난 이런 관계가 좋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접근하고 싶고 그러기도 쉬울 것 같은 사람보다 좀 퍽퍽해 보이는 사람이 더 편하다. 아마도 내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를 않아서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건지도 모르고...

 

아무튼 난 요즘 헌책방에 간다.

 

 

헌책방에서 주로 구입하는 책은 과거 베스트셀러였던 소설(현재 베스트셀러는 잘안본다...) 또는 옛날에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위의 세권을 9000원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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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8 22:39 2010/05/18 2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