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척이나 개념없이 살던 시절...여럿이 어울려 술먹는걸 좋아하는 나는 항상 술껀수를 찾아 헤맸다..뭐 이건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 나에게 군입대 기념일은 아주 좋은 껀수였다.
그렇게 5월18일은 술먹는 날이었다.
93년 5월 18일 의정부 306보충대로 끌려가고 이틀인가 그곳에 머문 뒤 신교대로 향했다. 20사단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 위치한 결전교육대... 에이 빌어먹을 글을 쓰다보니 괜히 욕이 나온다.
어쨌든 환영을 기대하지는 안았지만 도착하자마자 더블백 입에 물고 오리걸음으로 연병장을 돌았다. 왜? 모른다....
그 뒤 검은 하이바에 눈알조차 안보이는 장신의 조교들에게 오만 욕을 다 쳐먹고 나니 주임원사가 나타난다. 자..일장연설 시작...
이 양반 자기 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다. 뭐 화력이 대한민국 육군 최고니 군기가 쎄니 어쩌니...그런데 그중 20사단이 80년 5월에 광주에 진격(그 사람 표현이다...)했던 부대이며 이 교육대 자리는 과거 삼청교육대였음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하시는 것이다. 당시 사단장 투스타 정모소장은 광주에서 대대장으로서 현장 지휘를 하셨단다...대대장 중령이 13년뒤에 투스타 사단장이면 굉장히 출세한거다...
내가 아무리 개념없는 놈이라고 해도...타임머신타고 한 10년 쯤 뒤로 과거로 날아간 기분이었다.
당시 대통령은 김영삼..문민정분데...이건 뭐야..하는 심정... 이거 나도 휴가나가면 자랑해야 하는거야? 거참...
지금 티비며 인터넷이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장에서 거들먹거리는 수많은 별들과 오케이~껀수 제대로 잡았어 하며 쾌재를 외치고 있을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우울해져서리...주저리 ...
지금 약간이나마 개념이라는 걸 달고 사는 지금...최소한 5월 18일에는 술을 먹지 않는다....
요즘 헌책방을 즐겨 찾는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용돈이 부족해서다.
새로 나오는 책들은 왠만하면 하드커버에 종이는 빤들빤들, 종이 자체도 두꺼워진 것 같고 글씨도 크다. 그래서 책은 두꺼운데 정작 페이지는 얼마안나온다는..그래서 예전같으면 한권으로 나올 책이 두권, 세권으로 나온다. 꼭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충동구매로 책을 사는 경우 두세권이 경합되는 때가 있다.
이럴 때 별 고민없이 두꺼운, 페이지수가 많이 나가는 책을 고른다. 아마 옛날 신림동에서 고시생 생활을 조금 했는데 그 당시 한여름 너무 더워 잠이 안오면 비디오방에 가서 내용이고 뭐고 없이 제일 긴 비디오를 골랐던 질보다 양을 선택하는 습관이 남았지 않나 싶다.
아무튼 요즘 책들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내 용돈으로 술먹고 담배 피고 책까지 사려니 너무 힘들다.
그래서 헌책방을 이용하게 됬다.
옛날에는 동네에 적어도 헌책방 하나쯤은 있었는데...그 전도연 주연의 해피엔딩에 나오는 그런 헌책방말이다. 지금은 도서대여점은 있어도 헌책방은 없다. 수지가 안맞으니 없어졌겠지.
가끔 신개념의 헌책방들도 눈에 띈다. 과거 우리가 보아왔던 책먼지가 가득하고 그 특유의 오래된 눅눅한 책냄새가 나고 작은 공간을 책더미로 미로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니라 나름 깔끔하고 그곳에서 문화공연도 하고 책방 주인장도 젊은 뭐 그런 헌책방.
신기하고 참신하기는 한데 난 그런곳은 별로다. 좀 정이 없다고 할까..그렇다고 주인장들의 친절도를 말하는 건 아니다. 가끔 드물게 볼 수 있는 옛날식 헌책방 주인장분들 별로 안친절하다. 아니 불친절한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한번에 많이가 아닌 슬슬 가랑비에 속옷 젖어 가듯 드나들다 보면 어느새 문앞 처마에서 같이 자판기 커피뽑아 먹으면서 담배 한까치 피는 사이로 발전한다. 가끔은 손에 넣기 힘든 카파나 브레송 같은 보도 사진집을 싸게 얻을 수도 있다. ㅋ
난 이런 관계가 좋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접근하고 싶고 그러기도 쉬울 것 같은 사람보다 좀 퍽퍽해 보이는 사람이 더 편하다. 아마도 내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를 않아서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건지도 모르고...
아무튼 난 요즘 헌책방에 간다.
헌책방에서 주로 구입하는 책은 과거 베스트셀러였던 소설(현재 베스트셀러는 잘안본다...) 또는 옛날에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위의 세권을 9000원에 구입했다.
어린이날 전곡 할아버님 댁으로 갔다.
마당에 가득 핀 민들레에 큰딸이 무척 신났다.
두릅도 잔뜩 따 왔다.
삼겹살 구워서 데친 두릅과 함께 먹으면 끝내준다... 물론 소주도 한잔..
핸드폰 사진기도 쓸만 하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