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이 글은 남의 생각이랑 일상을 들여다 볼 정도로 시간이 남는 사람만 읽어주세요.
/ 어젠가, 그젠가 늦게 점심을 먹어서 곧 먹게 될 저녁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곡릉천으로 산책을 나갔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라고 하기엔 좀 많이 낮은 곳에서 곡릉천쪽으로 가다보면 논밭들이 있다.
그 곳은 슥 둘러보다보면 숨을 헉 하고 한번 들이마실 정도로 탁 트여있는 곳인데 노을이 지고 있는걸 보고 있으면 자연의 신비,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 같은 주제로 사색을 해야 될 것 같다(사실 이거 개그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쪽을 보면 갑자기 짜잘한 것들이 빽빽히 모여있어서 아이러니 한 기분이 들지만.
아직 노을이 질 시간은 아니어도 40년인가 100년만에 내렸다는 폭설이 며칠사이에 따뜻해진 광활한 논밭과 사이사이에 난 작은 길 위에서 녹아가고 있는 걸 보니 다시 기분이 빵상해졌다.
// 그 왜 흔히 겨울이 상징하는 건 죽음, 소멸 등 끝을 의미하는 것 들이고 봄이 상징하는 건 재생, 생명 등 시작과 삶을 의미하는 것 들이다. 비현실적으로 울룩불룩한 남녀가 나와 선정성을 길러주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한창 유행할 때 봤던 신화를 떠올려 데메테르 딸이 하데스한테 끌려가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빵상한 기분으로 조금 걷다보니까 확실히 허연 눈이 세상을 덮고 있을때 세상은 죽었고 얼었고 잠들었기 때문에 굳이 데메테르까지 안 가도 됐다.
근데 지금은 따뜻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눈이 녹고있다!! 또 다시 말해서 더럽다....
따뜻한 계절이, 생명으 봄이 돌아오고 있는데 이렇게 지저분하다니!!
죽음의 우아한 잔해물인 하얀 눈이 조용히 덮어놨을땐 그토록 예쁘고 조용하고 아름답고 성스럽더니 겨울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번 시작하려는 생명은 녹은 물과 섞인 흙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한창 철새님들이 따뜻해졌다는 건지 기력을 보충하겠다는 건지 논밭에 때지어 앉아(?)서 일광욕을 하더만 그 분들이 남기고 간 배설물도 하얗던 눈 위에 실례하고 있다...
내가 조금만 더 빵상한 기분이었으면 이건 신성모독이야!!하고 소리치며 아직 하얀 눈이 덮여있는 논밭으로 달려가 혀깨물고 죽어버렸겠지만(ㅋ)
아쉽게도 나는 그렇게 빵상하고 순수한 아이가 아니어서 '아 삶은 이렇게 더러운 거구나!!' 하고 득도 했다.
더러울 수 밖에 없구나.. 이것도 사는 거구나..
아직 똥오줌 못가려서 기저귀에 싼 똥을 짓뭉게고 활짝 웃어도 사는 거구나..
방광의 근육이 부실해져서 웃다가 오줌 쌀까봐 디펜드를 하게 돼도 사는 거구나..
좌약형 마약이 변기에 빠져서 스코틀랜드에서 제일 끔찍한 화장실 변기를 휘적거려도 사는 거구나..
더러운 인생이여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서러운 인생?ㅋ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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