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여기는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글만 모아놓는 곳. - 아비

복지하청노동자의 원청 향한 원투 잽

작년 9월부터 노조에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지자체에 전화를 돌려가며 전화조사를 했었다. 목적은 실태를 파악하여 무언가 노조만의 다른 결론을 내어 토론회나 보고회를 진행하려 했었다. 상황이 매번 급변하다 보니 당시 파악했던 사실들이 사업을 진행하기에 어정쩡해졌다.

보건복지부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기초지자체에 대해서 문제 인식은 지속해서 갖고 있었는데, ‘잃을 것이 없다.’는 노무사님의 말씀에, 전국에 고발장을 제출해 보는 게 어떠냐는 사무국장님의 제안이 있었다. 노조 집행부원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진행했다.

사실 일을 거의 다 한 사람은 사무국장님이신데, 총회 준비한다고 일이 많으셔서 내가 ‘입’이 되어 버렸다. 2015년 후반기는 이런 일 하면서 지나갔다.

비마이너에 게시된 글 제목은 《복지하청노동자 활동보조인, 원청 지자체 향해 ‘잽’을 날리다 – 법이 정한 정당한 급여 보장받기 위해 지자체 고발, 그리고 성과》 비마이너에서는 기고한 글에도 편집을 좀 하는 것 같다. 당연한건가? 언제나처럼 내가 보낸 글 그대로를 올린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정부 수가, 같은 심급의 또 다른 정부들

여러 관계자가 익히 알고 있듯이, 보건복지부의 활동지원 수가가 최저임금이 보장하는 수준을 쫓아가지 못한지는 오래되었다. 2015년 수가 수준도 이미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여러 법적 수당을 보장하기 힘든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었고, 현재의 수가 수준은 주휴수당마저 보장하기 힘들어졌다. 최저임금 6,030원(2016년) 기준으로 주휴수당만을 보장하려면, 활동보조인에게 지급되는 시간당 임금이 최소 7,236원[1] 이 보장되어야 하나, 기관 대부분은 복지부 지침에서 규정하는 6,800원 수준으로 보장하고 있다.

기관들이 직면하는 노무관리 난점의 원인으로는 낮은 수가를 꼽을 수도 있겠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고려한 제도를 설계하지 못한 정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근로계약을 맺는 주체는 활동지원기관과 활동보조인이다. 법정 수당에 대한 쟁송에서 제도를 방기한 정부에게 책임이 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관과 활동보조인이 분쟁 당사자가 된다.

이러한 사정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관계가 직접적 상하관계가 아니기에, 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 활동지원 추가지원의 규모나 대상자 선정 기준, 수가에서 차지하는 활동보조인 임금의 비율 등은 자치단체에서 정하기 나름이다. 중앙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활동지원을 추가 지원하는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2] 활동지원사업의 최종 원청은 중앙정부뿐만이 아니라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도 포함된다. 근본적 책임주체라는 점에서 자치단체 또한 중앙정부와 비슷한 지위에 있지만, 실질적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피해 가는 실정 또한 같다.

중앙정부 수가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기초자치단체의 수가

이미 중앙정부의 수가 수준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기초자치단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하 노조)에서는 이에 문제 인식을 가지고 파악에 나섰다. 2015년 11월, 노조에서는 당시 확보하고 있었던 자료를 근거로 추가지원을 시행하는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의 광역자치단체(특별시, 광역시, 도) 전부는 자체 예산으로 활동지원에 대한 추가급여를 제공하고 있었고, 220여 개의 기초자치단체(시, 구, 군) 중에서 불과 44개 기초자치단체만이 추가급여를 제공하고 있었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보건복지부 수가 수준에 맞추고 있었으나, 16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심야/공휴일 수가가 적용되지 않거나, 일반수가도 보건복지부 수준에 못 미치는 곳이 있었다.

노조의 대응

이에 노조는 우선 추가지원의 경우 심야/공휴일 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성북구청 담당자들과 면담을 하였고, 이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3] 성북구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했다. 심야/공휴일 수당을 배치할 경우 장애인 이용자의 서비스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예산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권리와 장애인의 권리를 저울질하고, 활동보조인과 장애인이용자 간의 분쟁을 조장하고 방관하는 태도는 전형적이고 오래되었으며 익숙한 정부의 반응이었다. 우리의 대응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노조는 이어 근로기준법 제44조[4]와 제47조[5]를 들어 전국의 해당 16개 기초자치단체를 관할하고 있는 노동지청에 기초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6]

왜 활동지원기관을 고발하지 않는가?

고발에 수반된 조사가 진행되었다. 서울, 수도권의 기초자치단체는 사무실과 가까워 비교적 조사받기가 수월했다. 강원도에도, 또 멀게는 경남지역에까지 조사받으러 다녀야 했다. 우리는 각지의 근로감독관에게 우리가 고발장을 제출하게 된 요지에 관해 설명했다. 활동지원기관은 정부로부터 활동지원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활동보조인이 최저임금과 법정수당을 보장받지 못하므로, 근로기준법 44조에서 명시하는 바대로 정부가 직상수급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감독관들은 활동보조인의 임금이 최저임금과 그에 수반되는 법정수당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대개 수긍했다. 하지만 공통으로 질문하는 것은 왜 계약당사자인 활동지원기관을 고발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우리는 활동지원기관이 비영리 기관이며, 사업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비용을 활동지원에 사용하기에 받아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책정한 낮은 수가 때문에 활동지원기관이 법정 수당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마다 이 사안을 받아들이는 근로감독관들의 태도에도 조금씩의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원청인 지방자치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동의를 표하는 근로감독관이 있는가 하면, 애초에 근로기준법조차 지킬 수 없는 계약을 받아들인 활동지원기관의 책임이라는 의견을 표하는 근로감독관도 있었다. 최대한 근로감독관을 설득하기 위해,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해 죽는 장애인들이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활동지원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장애인당사자들이 있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들의 업무 범위는 노동법 준수에 한정되어 있었다. 노동법이 규정하는 사안이 아니라면, 관련 주제를 다루는 다른 국가기관에 제소하는 방법도 찾아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듣기도 했다.

예산이 기준이 아니라, 장애인 생존권과 노동자 권리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

기초자치단체장이 고발대상이 되고 보니, 담당 공무원들의 태도는 조금 진지했다. 하지만 처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비슷했다. 예산이 부족하니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서비스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응했다. 활동보조인 수가는 보장할 테니 고발을 취하해 달라고 말하는 담당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을 주장하되, 장애인 생존권과 관련된 서비스 시간을 축소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장애인운동을 대하는 최소한의 연대라고 생각했다. 아니, 연대의 결정마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애인들의 투쟁으로 만들어낸 것이므로, 장애인 생존권에 대한 포기는 장애인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만들어 낸 것도, 우리의 것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물러설 수 없는 협의지점이 정해졌다. 장애인권리에 있어서는 기존보다 퇴보한 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활동보조인의 임금수준은 최소한 보건복지부 수가 수준으로 맞춰주는 기준이었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이미 승리하고 있는 중

고발장을 접수한 16개 기초자치단체 간에 하나씩 둘씩 협의가 이루어지고 고발이 취하되었다. 협의와 예산확보에 노력해준 담당 공무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대개 2016년부터 복지부 수가 수준을 따르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으나, 최저임금과 그에 따른 법정수당을 보장하는 것으로 협의가 된 곳도 있다. 규정상으로는 심야/공휴일 수당을 지급하게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 지급되지 않은 것이 발견된 곳도 있었다. 시 담당자와 활동지원기관이 실무상 협조를 잘 해주어 활동보조인들이 여태껏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받은 경우도 있었다. 노조의 의도를 잘 이해해주어 감사한 일이다.

한 지역에서는 노조의 활동이 전달되어 다수의 신규 조합원이 확보되었다. 아직 법리다툼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이미 이루어낸 성과가 적지 않다. 협의 과정에서 얻어낸 정보들도 적지 않다.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곳은 서울 성북구, 경기도 고양시, 경기도 의정부시, 경남 통영시, 경남 창원시이다. 노조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각 지방 공무원들에게 활동지원과 관련된 문제가 단순한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법에 근거한 권리보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또한 심어주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1. 근로기준법에서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1일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주휴수당이라고 한다. 1일 근로시간을 8시간, 주 근무일을 5일(주 근무시간 40시간)로 가정할 경우. 기본급 외에 8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이 주휴수당으로 주어져야 한다. 주휴수당은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계산되므로 기본급의 8/40에 해당하는 수당을 줘야 한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기준으로 시간당 1,206원(6,030원 * 8/40)이 된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합하면 시간당 7,236원. 이 금액은 다른 법정수당은 반영하지 않고 오로지 주휴수당만을 반영한 금액이다.
  2. 지자체 추가지원이 막 도입되던 당시, 한 기초자치단체는 중앙정부보다 더욱 좋은 노동조건을 활동보조인에게 보장한 적도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5년 보건복지부 수가는 8,810원이었으나, 경남 창원시의 경우 6,700원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활동보조인력을 파견한다는 내용에서는 같지만, 결정권한과 과정을 보자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활동지원사업은 독립적인 별개의 사업이다.
  3. 비마이너, 최저임금 아래인 복지부 활보 수가, 더 심한 지자체 수가 , 2015년 11월 12일,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9034&thread=04r07
  4. 근로기준법 제44조(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①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 하수급인(下受給人)이 직상(直上)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그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다만,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② 제1항의 귀책사유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5. 근로기준법 제47조(도급 근로자) 사용자는 도급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제도로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
  6.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 활동보조인연대, 다음카페, [기자회견] 근로기준법 위반 지자체 고소 기자회견 “비용이 아니라 임금이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2015년 12월 9일, http://cafe.daum.net/paspower/72br/166
2016/02/29 20:59 2016/02/29 20:59
엮인글 : 0 개 댓글 : 0 개 태그 :
http://blog.jinbo.net/abi/trackback/20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 31 다음
최근 글 - RSS - Atom 최근 응답 - RSS - Atom

프로필

  • 제목
    아비
  • 이미지
    블로그 이미지
  • 설명
    여기는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글만 모아놓는 곳.
  • 소유자
    아비

공지사항

찾아보기

글 분류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기간별 글 묶음

저자 목록

최근 트랙백 목록

방문객 통계

  • 전체
    35126
  • 오늘
    46
  • 어제
    18
진보블로그텍스트큐브에서 제공하고, 콰지모도가 스킨을 꾸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