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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휴게는 근로기준법 준수가 아니다.

20190704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 기자회견_전국활동지원사지부_발언문

형식적 휴게는 근로기준법 준수가 아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 전덕규

안녕하세요. 전덕규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장애인활동지원현장의 휴게시간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발언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1)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활동지원사의 형식적 휴게는 근로기준법 준수가 아니라 보다 큰 위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고요. 2)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현실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싶고요. 3)고용노동부는 최소한의 근로감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기초자치단체와 공단 공무원 여러분께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싶습니다.

2018년 2월 28일 국회에서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특례업종에서 여러 업종이 빠졌습니다. 제한 없는 연장근무 덕분에 사고도 많이 나고, 노동자들이 죽어나갔습니다. 우리사회가 이에 대한 문제를 심각히 여기고 여러 업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한 것은 너무나도 반길 일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법률개정 이후에 휴게시간 미보장은 여전하거니와 임금삭감까지 초래하는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근로기준법 개정 후 보건복지부가 지자체로 발송한 공문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휴게시간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는 참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법률개정 이전에는 휴게시간 보장의무를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특례업종의 의미와 실태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 문구의 문제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2015년 법제처에서는 특례업종의 휴게시간과 관련한 법령해석을 한 바 있습니다. 민원인은 특례업종의 경우 휴게시간을 전혀 주지 않아도 괜찮은지 물었습니다. 법제처의 답을 요약하자면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시기만 ‘변경’할 수 있지, 휴게시간의 길이를 축소하거나 없애는건 위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현장은 어땠습니까? 2007년, 전국적으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시작된 이후 활동지원사는 휴게시간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들어본 바 없습니다. 10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명명백백하게 버젓이 벌어지는 근로기준법 위반상황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는,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근로기준법 안내공문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에서 또 국민연금공단에서 현장의 활동지원기관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안내하고 강요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로서 휴게시간을 보장할 것을 지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으레 그랬듯, 문서만 만들어 오라고 강요합니다. 결국 활동지원사들은 쉴곳도 없이 대체인력 지원도 없이, 정말로 쉬는 것이 아니라 근무기록만 삭제하고 근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저 휴게시간 없이 묵묵하게 일만 했다면, 이제는 휴게시간도 없고 거기에 더해 임금도 못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지도하고 있는 공무원 및 공단직원 여러분께서 현장에 보다 큰 위법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6월부터 보건복지부는 휴게시간 권리 보장을 위해서 대체인력 지원이라는 걸 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8만 장애인 중 고작, 846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라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중간에 30분이나 1시간만 투입될 대체인력에게 조금의 가산임금을 더해주거나, 가족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대책의 내용입니다. 현장의 모든 단위는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저희 지부는 보건복지부가 내어놓은 대체인력지원방안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모니터링 한 결과를 내놓으라고 몇 달을 실갱이 하다 결국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846명의 대상자 중에서 가족 대체인력을 사용한 이용장애인은 10명, 대체인력을 지원받은 이용장애인은 1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처참한 실패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는 계도기간이었으므로 실패가 아니라고 변명합니다. 그리고는 4월 18일 다시 또 대체인력 지원방안에 대한 안내 공문을 지자체에 보냅니다. 그리고 이를 받아든 지자체는 이를 다시 근로기준법 준수에 대한 안내로 받아들이고 활동지원기관에 형식적 휴게시간을 강요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부는 기초지차단체와 활동지원기관과 이용자 노동자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이해하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공무원분들께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휴게시간 관련해서 불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실행되고 있는 바우처제도 기반의 활동지원제도는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휴게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지난 십수년간 휴게시간 단 1분 보장되지 못한 불법이 만연해 있었고, 그러한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기관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실질적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휴게시간 관련 근로기준법이 지켜질 수 없다면, 우리는 차라리 임금체불은 하지 말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가짜 휴게시간 부여 상황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행정이라는 것이 법과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식한 공무원들의 권한남용과 갑질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정말 필요하고 간절한 민원에는 자기 담당이 아니라며 내빼는 공무원들이, 왜 정작 자기가 잘 알지도 못하고 담당도 아닌 근로기준법 위반상황에, 그것도 노동자에게 득되는 방향이 아니라 실이 되는 방향으로, 불법을 더하는 방향으로 권한남용을 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세가지입니다. 형식적 휴게시간은 근로기준법 준수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노동자 휴게권리보장을 위한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라.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 제대로 못하겠으면 무식한 공무원들 교육이라도 좀 해라.

이상입니다.

2019/07/17 23:29 2019/07/1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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