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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7 사회서비스제도개선 공동행동 세종시집회 발언문

안녕하십니까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 전덕규입니다.

사회서비스제도개선공동행동이 함께 활동한지도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분야에서 수가인상률이 최저임금인상률을 쫓아가지 못해 법정수당조차 지급할 수 없는 문제가 불거진 때가 2015년입니다. 2015년부터 수가로는 주휴수당조차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활동지원제도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근 1~2년 사이에 부각된 휴게시간 문제도 사실 그 이전부터, 제도의 초기부터 노동자에게 휴게의 권리를 보장해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것은 제도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서비스가 바탕하고 있는 바우처제도라는 설계 자체가, 노동자의 권리를 고려하여 설계된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시간과 노동자의 임금을 시간당 수가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장애인이용자의 권리도 노동자의 권리도 또 더 나아가 활동지원기관의 운영조차도 보장하지 못함이 여러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2020년 최저임금이 발표되었습니다.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고 합니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이루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결과입니다. 최저임금이 낮게 인상된 만큼 사회서비스 수가는 낮게 책정되어도 괜찮으니 안심해야 할까요. 최저임금 인상률 발표 이후, 저는 공동행동의 수가인상 요구 액수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최저임금 기준을 벗어나 더 높은 요구를 하자. 언제까지 사회서비스노동자는 최저임금에 머물러야만 하는가. 제조업 시중노임단가 혹은 생활임금. 이제 우리도 우리의 노동에 대해서 그 정도 수준은 주장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반론이 나왔습니다. “기관에게만 이익이 되어 기관난립 등의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요?”

노동자의 입장에서 수가인상을 요구할 때 드는 고민이 있습니다. 수가가 인상되면 이 수가가 노동자의 처우개선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질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사실 2019년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한해였습니다. 물론 여기 함께 투쟁하는 여러분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믿습니다만, 사회서비스 현장에도 나라세금 통해서 이권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공동행동이 열심히 투쟁해서 2018년 2019년 수가의 대폭적 인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일자리 안정자금도 지원되었습니다. 주휴수당은 줄 수 있다고, 조금 노력하면 연차수당도 줄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관 중에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받고도 주휴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 기관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안타깝게도 정부의 행정력은 너무나도 미약합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지급하고도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할 만한 행정적 여력이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함께 공동행동을 하면서, 여러 기관의 사례들을 만났습니다.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법정수당을 모두 지급하면서 운영하다가, 도저히 운영하기 어려워 문을 닫는 기관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노동자 권리 보장하면서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노동자 권리 보장 않고 운영비 확보하는 기관이 정부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노동자에게 돌아갈 임금을 운영비로 확보하고 사무실을 늘려 교육장, 서류시건장치 등을 확보하며 점점 거대해져가는 기관들이 눈에 띕니다. 이런 기관들이 오히려 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받고도 주휴수당 지급하지 않아도, 오히려 더 좋은 점수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운영비를 확보하고 은행 계좌에 돈이 들어있는 것을 정부가 알게 되면 이런 말을 합니다. “기관들 돈 많아요. 수가 인상 하지 않아도 근로기준법 충분히 지킬 수 있어요.” 그리고 인상되지 않은 수가 속에서 노동자 권리 지키려고 용쓰다가 결국 폐업하는건, 여기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기관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 이 자리에 수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모였습니다. 수가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편으로는 수가를 더 인상할 것을 요구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적 요인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운영비 확보에만 혈안이 된 기관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기관들의 비도덕성이 정부의 무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정부가 조장하고 방관한 악행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왜 회계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을까요. 왜 기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요. 그런 기관이 더욱 많을수록 정부는 수가를 인상하지 않아도 되고 사회서비스분야에 대한 책임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결국 제도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 지부는 5월 2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수가인상을 요구했고, 일자리안정자금이 대안이 아니니 수가를 인상하라고 요구했고요. 또 인건비와 운영비를 분리하여 기관운영에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집회가 지금 당면한 2020년의 수가인상을 요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투쟁에 대해서 상상하고, 각오를 다지는 그런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외치고 있는지, 왜 우리의 이름이 사회서비스 제도개선 공동행동인지 다시 생각하며, 우리는 이제 무엇을 더 요구할 것인지 무엇을 더 요구할 수 있는지를 각자 마음속으로 생각해보는 자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구호외치며 발언 마무리하겠습니다.

– 사회서비스 공공성 실현하라!
– 사회서비스 방치 말고 바우처 수가 현실화 하라!
– 수가 현실화로 돌봄노동자 생활임금 보장하라!

이상입니다.

2019/07/17 23:56 2019/07/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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