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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노동청에 진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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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_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_장애인활동지원사_노동자를_개무시하네

사건정리 페이지 : https://dqlog.github.io/20220807192936242/

들어가며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사무국장 전덕규입니다. 서울 모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6월 고용노동부 지청에 사건 당사자로서 임금체불 진정을 접수하였습니다.

최근 우리 노조와 해당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이에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장애인인권운동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이야기들이 떠돌 것으로 짐작됩니다. 저는 최근 한 조합원이 "문제 있는 노조에 왜 조합원으로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순전히 제 짐작이겠지만, 이러한 질문을 받은 맥락에는 해당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의 갈등이 큰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노조도 노동조합이므로 사업주들과의 관계가 좋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충돌이 있는 사업장 중에는 장애인인권운동에 헌신적인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사업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노조와 저 개인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처한 차별적 위치에 함께 분노하고 있으며 장애인인권운동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인인권운동은 필요하고 중요한 운동이고,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활동도 필요한 활동입니다. 양자는 배치되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이 장애인인권운동을 반대하는 활동이 아니라고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가 사업주로 만나는 장애인인권운동 활동가들도 사람인 한에야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사업주로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활동지원사로 재직한 이후, 진정사건 당사자가 되고 여러 활동지원사들을 지원하면서 느낀 것은, 누군가의 의견이 유통되고 확산되는데에 있어서 개개인인 활동지원사 노동자들보다는 사업자인 장애인인권운동활동가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원인이야 여러 차원에서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노동자가 겪은 부당한 일이나 보장되지 않은 권리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사업주를 정당화하고 노동자를 폄훼하는 이야기들이 더욱더 쉽게 회자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노조를 지지하고 후원해주는 분들 중에는 감사하게도 장애인인권운동에 헌신하는 훌륭한 동지들이 여럿 있고, 우리 노동조합도 이들의 연대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노동자의 이야기는 유통되지 않으면서, 사업자의 이야기가 더욱 쉽게 유통되다 보니,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조합의 활동이 마치 장애인인권운동을 방해하는 활동처럼, 연대의식이 결여된 인간들의 이기적인 활동인 것처럼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조합원은 항의받고, 좋은 마음으로 후원하는 후원자들이 후원의 의의에 대해 회의하게 되는 일은 저로서는 바라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해당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의 갈등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새로운 소장의 취임, 활동가들의 임금 삭감

저는 2011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 업무를 하고 있으며, 해당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저의 3번째 활동지원기관입니다. 2014년부터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거슬러 현재 소장의 취임당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2018년 취임하였습니다. 신임 소장의 취임 당시부터, 센터는 운영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활동지원사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이 적립되지 않아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송년회 등 행사도 줄이고, 활동가들의 임금도 눈물을 머금고 삭감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제 입장에서는 의아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어떻게 운영해 왔기에 활동지원사 퇴직금을 적립할 돈이 없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사업을 일찍 시작한 기관일수록 수익을 내기 유리한 사업입니다. 2007년부터 전국적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초기에는 정부가 기관에 지급하는 비용을 최저임금에 비해 후하게 설정했었습니다. 2007년 정부로부터 기관이 지급받는 서비스시간당 비용(수가)은 당시 최저임금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로 지나고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수가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수가가 최저임금의 1.4배가 되는 정도로 2019년까지 지속해서 수가 수준이 하락하였고 노동자들과 활동지원기관들이 이대로는 운영을 못한다고 매해 기자회견을 하고 집회를 하면서 일정한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의 2배 1.4배 이렇게 말하니 저희가 대단한 임금을 받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있긴 합니다만, 이 금액 속에는 퇴직적립금과 4대보험 사측부담분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저희의 임금은 항상 최저임금에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도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어쨌거나 사업 초기에는 지급해야 할 인건비 대비 정부로부터 받는 금액이 컸습니다. 해당 장애인자립생활센터처럼 제도 초창기부터 사업을 시작한 센터는 늦게 활동지원사업을 시작한 기관보다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자립생활센터는 활동지원사들의 퇴직금을 적립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활동가들의 임금삭감이 아름다운 희생으로 강조되고 있었습니다. 말을 하는 입장에서는 월급제 상근 활동가들도 임금삭감이라는 희생으로 센터를 유지하고 있으니 훌륭하다고 칭찬하기 위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노동조합 활동가인 저의 입장에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활동가들도 사회복지현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인 한에야, 노동자의 임금삭감이 반길 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회복지현장은 대게 노동자에게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좋지 않은 일자리입니다. 사회복지사업이 수급자들을 위한 사업이고, 따라서 노동자들 또한 좋은 일을 하는 마음으로 헌신과 봉사를 할 것이 강요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개개인의 자발적 헌신과 희생이 칭송되는 만큼이나 그것이 공언되고 하나의 문화, 전체적 경향으로 자리 잡는 것은 노동자에게 억압적인 기재가 됩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사회복지 관련 노동조합들이 일제히 주장하고 있는 바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센터는 응당 활동지원사들의 퇴직금으로 적립하였어야 할 돈을 다른 어딘가에 지출하여 써버리고 없어 곤란한 상황이었고, 이러한 곤란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1)행사를 줄이고, 2)활동가들의 임금을 삭감하였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임금삭감을 훌륭한 희생으로 칭찬하는 것은 활동지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치의 전초였습니다.

당사자 소외된 퇴직연금제도의 도입

센터는 활동지원사들에게 후원금 CMS 가입을 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이마트 영수증도 받기 시작하더군요. 센터가 운영이 어려우니, 후원을 해달라는 호소였습니다. 노동자에게 십일조나 후원을 강요하는 풍토는 사회복지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아 왔습니다. 센터에서야 자발적 후원을 요청하였다고 말하겠지만, 서비스 제공 중단 요구로 순식간에 수입이 사라질 수 있는 불안정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장애인이용자뿐 아니라 주변인들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들에게 후원 요청이 말 그대로 요청으로 다가갔을까요 강요로 다가갔을까요.

뿐만아니라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의무사업장이 아니었습니다. 법률 제10967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전부개정이 시행된 일자는 2012년 7월 26일이고 그 이전에 설립된 사업장인 센터의 경우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센터에서는 2018년 7월 초 활동지원사들이 방문하는 일지제출일에 갑자기 퇴직연급제도 도입과 관련한 동의서명을 받았습니다. 당시 퇴직연급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활동지원사들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고, "변하는 것이 없다"는 센터의 설명을 믿고 동의서명에 응한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의 다양한 선택지가 안내되지 않았고, 센터에 의해 일방적으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만이 설명되었습니다.

노동자에게 퇴직 이후 새로운 삶의 종잣돈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퇴직금에 관련한 논의가 정작 노동자들은 소외된 채 추진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저는 공문을 발송하고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센터에서 취한 조치는 은행 직원을 불러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 다였습니다. 다만 소장은 이후에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하였고 이에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장애인인권운동의 중요한 원칙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라는 책이 있을 정도니까요. 우리 사회는 장애인당사자를 위한 것이라며 시설생활을 강요하였습니다. 자신을 위한 것은 자신이 판단하겠다는 선언, 자신의 삶을 다른 누가 대신 결정해주는 비주체적 삶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탈시설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활동지원사 경력이 있는 전담인력은 이러한 조치가 활동지원사를 위한 도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센터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감히 우리를 위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퇴직금을 적립하지 못한 센터는 활동지원사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줄이기 위해서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강행하면서도 우리를 위한다고 포장했습니다.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이해가 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요.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경향이 있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확정기여형보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혹은 퇴직금제도가 수령 금액이 높습니다. 어느 제도가 더 유리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선택들이 있을 수 있고 활동지원사에게 유리한 퇴직연급제도가 무엇인지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박탈당했습니다.

방만한 운영으로 퇴직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못한 책임은 결국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전가되었습니다. 활동가들에게는 임금삭감으로, 활동지원사들에게는 퇴직금을 깎는 조치로 돌아왔습니다. 자본가들이 자신이 제대로 경영하지 못한 책임은 회피하고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은 장애인인권을 말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도 똑같이 재현되었습니다.

기망을 통한 취업규칙 개정

이와 유사한 일이 2021년 12월에 다시 일어났습니다. 구두약속은 말뿐이라 몇 년이 지나면 잊혀지는 걸까요.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21년 이후에 30인 이상 민간 사업장은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합니다. 해당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활동지원사만 150여 명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입니다. 2021년 이후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을 보장했어야 하지만, 이를 보장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노조에서는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보장과 관련하여 정부를 대상으로 한 해석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투쟁과는 별도로 해당 센터는 최소한의 기준인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마저 따르지 않고 있을 정도로 근로기준법 위반과 임금체불이 있는 사업장입니다. 분쟁이 있는 2022년 현재도 여전히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1년 초반 활동지원사업 운영회의에서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하지 않겠냐고 언질을 줬음에도 센터 운영이 어려워서 지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2021년 12월 취업규칙을 바꾸었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도 일지제출일에 방문하여 설명을 들었는데,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센터가 매달 배부하는 2021년 12월 공지 문서에는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에 관한 취업규칙 개정 내용이 안내에 들어있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방문하기 이전에 이미 센터를 다녀간 활동지원사들은 전담인력의 설명만을 믿고 동의서명을 한 상황이었고, 개정된 취업규칙 내용에는 '시급제 직원의 경우 제1항 제3호[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의 휴일이 비번일(무급휴무일 또는 무급휴일)과 겹칠 경우 무급휴일로 한다.'로 되어 있었습니다. 센터에 다른 시급제 노동자들이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분히 장애인활동지원사들에게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지 않기 위한 악의적이고 차별적인 취업규칙 개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취업규칙 개정상황에 대해 2022년 1차 노사협의회 안건으로서 논의하였으나 소장은 기망적 취업규칙 개정 과정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개정사항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어야 할 활동지원팀장은 자기가 그런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았다면 노무사를 했지, 전담 인력을 했겠냐며 뻔뻔하게 굴었습니다. 2021년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 수당에 대해서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임금체불이 있다는 지적을 하자 오히려 소장은 저에게 말을 조심하라고 하였습니다. 취업규칙 개정 과정은 노동자 과반수의 서명을 이미 받았으므로 자신들이 검토해보고 이후에 노동청에 신고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려면 노동청으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도 자신들이 검토하여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지급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노사협의회 논의 중에는 숙고하고 검토후 노동청에 신고하겠다던 센터의 말은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습니다. 며칠 후 사측 간사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지만 노사협의회 이전에 이미 노동청에 취업규칙 개정 신고는 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에 저는 이렇게 졸속으로 개정한 취업규칙에 대해 활동지원사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활동지원사에게 불리한 조항임을 알렸습니다. 취업규칙 개정을 철회하고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수당을 지급할것을 요구하는 서명을 재직 활동지원사들에게 받았습니다. 저에게 설명을 듣고는 속았다며 분노하는 활동지원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장애인인권 위한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권리는 무시한다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이는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제가 받은 서명에 동의한 노동자들의 수는 80명이었습니다. 코로나 유행시기라 센터에 방문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음을 감안하면 많은 수의 연서명입니다. 센터가 받은 재직노동자 과반동의 서명은 100여 명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해당 연서명에 대해 공문은 3/18 발송되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사업의 수익여부와 운영방식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정부가 내려주는 수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이야기됩니다. 우리노조는 여타 어느 단체보다 활동지원 수가인상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노조도 활동지원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알고 있기에 사업장을 대할 때 현실적으로 대합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무조건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수익금을 남겨 전출(수익금을 활동지원사업 회계에서 분리하여 기관 회계 전체로 넘겨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하면서도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법을 들먹이며 노동청 가라 주장하고, 노동자와 대화하지 않으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해당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020년에는 활동지원사업 수익금 일부를 지출하여 차량을 구매하였고, 2021년에는 9천만원을 전출하였으며, 2022년에도 9천만원을 전출할 계획이었습니다. 2칸의 사무실을 사용하던 자립생활센터가 이제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거대 센터가 되었습니다. 공개된 총회 안건지와 결과지에서 센터의 회계감사는 플러스 재정이 된 지 2년이 되었으며, 2021년 1억 4천의 이익이 발생했으며 이는 활동지원사업의 수익증가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22년 1차 노사협의회에서는 센터의 공간사용 비용에 대해서도 안건으로 삼았습니다. 센터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외에도 많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센터가 거대해진 만큼이나 공간사용 비용이 어떤 식으로 분담되고 있는지 알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센터는 이에 대해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사업별 사용기준에 따라 비용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게 옳지 않겠냐 의견을 개진하였으나 묵살당했습니다. 센터는 사실상 모든 공간사용에 대한 비용이 활동지원사업에서 나온다고 말하였습니다.

활동지원사 150명 전담인력 7명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비영리기관만이 수탁을 받을 수 있고, 일부 사회적기업이 수탁받을 수 있습니다. 비영리기관으로 수탁 대상을 한정하다 보니, 수익금의 활용에 있어서 영리적 측면이 없는 것 같이 이야기됩니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허술하고 늘 방법은 있습니다.

활동지원사에게 주어야 할 임금을 제대로 주지도 않으면서 공간만 늘리는 예가 가장 대표적일 것입니다. 활동지원사들은 장애인이용자가 이용하는 장소로 파견이 되지 센터 공간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센터는 공간만 확장하고 자신들이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지요. 그런데 해당 센터는 이에 더해 전담인력이랍시고 인건비를 지출하면서 전담인력 업무를 시키지 않고 다른 업무를 시켰습니다.

활동지원사업 관련된 분들은 아시겠지만, 활동지원기관들은 대체적으로 활동지원인력 50명당 전담인력 1인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의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말 그대로 활동지원 수가가 빡빡하여 운영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센터는 활동지원사들에게 응당 지급되었어야 할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남겨 센터를 확장하고, 전담인력을 과도하게 채용하고 다른 업무를 시켰습니다. 활동지원사들이 실제로 만나본 전담인력은 5명이지만, 전담인력 인건비는 7명이 지출되고 있으며, 나머지 2명은 누구인지 활동지원사들은 알지조차 못합니다. 이미 150명이라는 활동지원인력에 5명이라는 전담인력은 과도한 숫자이지만, 이에 더해서 2명이나 전담인력 인건비로 지출하면서 다른 업무를 맡기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사업과 무관한 공간확장, 인건비 빼돌리기가 해당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안내 지침에서는 활동지원사업 수입의 지출 활용 범위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최우선적으로 활동지원인력의 임금으로 지출해야 하고, 이후에 기본경비 관리책임자 및 전담인력 인건비로 지출해야 하고, 그 이후에 활동지원인력 교육훈련비, 근로조건 개선 등 처우개선을 위한 장기근속수당 및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활동지원인력에 대한 별도 수당 등을 마련해야 하며, 그래도 남을 경우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복지사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센터는 이 우선순위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지불 능력이 있고 수익이 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와 구조적 문제를 핑계 삼으며 근로기준법상의 법정수당 지불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행하지 않았습니다. 몰랐다는 말을 할 여지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지불을 회피하기 위해 활동지원사들을 기망하고, 받은 서명을 통해서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자신들의 불법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처에 대해 센터에서 할 변명은 뻔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하고 인력이 필요하다고요. 그런데 그 비용들이 왜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마련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중간착취 할수있는 정도의 한계는 어느정도 일까요? 장애인에게 강도높은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90%가 여성이며 그것도 대부분이 50~60대 노년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사람이 아닌지요. 그저 장애인들에게는 수족일 뿐이고,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게는 돈벌이 수단일 뿐인것인지요.

동동삼과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들

무엇보다 제가 이번 사안에서 분노하는 것은 장애인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고 속이고 이용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이상한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 4화는 신뢰하고 있던 가족에게 기망당한 우영우의 절친 동그라미의 아버지 동동삼씨의 사연을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형 동동일과 둘째형 동동이의 말만 믿고 서명을 한 막내 동동삼씨는 유산을 상속받기는커녕, 억대의 세금만 내야 하는 빚을 지게 생겼습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동동삼씨가 동동일과 동동이에게 구타를 유발하고 형사가해자가 될 것을 유도하여 증여계약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해피엔딩을 보이고 있으나, 현실에서 그런 일은 드물고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는 빚쟁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영우의 상사 정명석 변호사가 하는 말처럼 "14년차 변호사로서 가장 난감한" 것은 "의뢰인이 이미 서명 날인해 버린 문서"이고, 법률적 지식이 일천한 사회소외계층이 기망당해 서명날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는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저는 해당 에피소드를 보면서 우리 사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서명 한 번 잘못해서 빚쟁이가 되는 수많은 동동삼들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쉬이 당하는 핸드폰 개통 사기도 이와 유사합니다. 사업주가 들이미는 서류에 서명 한번 잘못했다가 순식간에 계약직으로 전락하고 계약종료수순을 밟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취업규칙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모른 채 서명하는 우리 활동지원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법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 방향은 강자들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약자들에게 더욱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현실이 이러한 한에야, 동동삼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그러합니다.

이상입니다.

2022/07/21 23:58 2022/07/2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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