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사합니다

그러니까, 신혼집으로 들어갑니다. 내일 오전.

책을 또 한 서른 권 버리게 되는군요.

헌 책방에 팔까도 생각해봤는데, 잘 받아줄 것 같지도 않고,

밖에 내다 놓으면 종이는, 종이로 돌아가겠죠.



짐을 어여 싸야되는데...

오늘 흐리고, 내일 비온다고 걱정했는데. 해가 쨍쨍합니다.

부자는 되지 말라는건가요... 부자가 되는 것은, 나쁘죠? 부자야 어떻든, 괴로운 삶이란건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공산당 만세.



그러니까, 척.척.척 아저씨가 되어 가고 있는겁니다. 나야 좋을 밖에요.

모두들 각자 다르겠죠. 저는 삶의 근거를 찾았고, 이제 같이 갑니다.



전에 이 방에 살던 분은 혼인해서 나갔죠. 저는 여기서 취직하고, 역시 혼인을 합니다.

주인 아주머니 말씀에 따르자면, 이 건물 1층 오른편 방은 아들 낳는 방이랍니다. ㅋㅋ

이 방의 다음 주인 역시, 복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노력만으로 살아가긴 힘든 세상이니까요.



대통령이 북한에 갔다왔습니다. 미안해요, 관심이 없습니다. 김대중이 비행기에 내려 김정일과 악수를 할 때, 난 조금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 롯데호텔파업을 경찰들이 박살냈습니다. 오랫동안 보던 책을 접고, 길로 잠깐 나갔다왔죠. 참 아까운 눈물이었어요.

누군가는 절정의 쾌감을 얻었고, 누군가는 의미를 폄훼하려 머리를 굴린답니다. 그러나 어떻든, FTA는 계속 추진될 것이고, 인민들의 삶은 삶 그 자체로 극복하기 힘든 무게에 눌리게 될 것입니다. 놀랍도록 착한 우리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며 적응해 살아가겠지요.



어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학보사에서 동문칼럼을 써달라고 전화가 왔더군요. 이사를 안하고 주말 휴일 이틀이 온전히 있었다면 승낙했을까요? 학교를 자세히 보면, 토익책과 공무원 시험 교재, 취업 어쩌고 재테크 어쩌고 하는, 나는 도무지 읽어 본 적이 없는 책들을 지고 다니는 동년배들도 있을텐데요.

그런 생각도 들고, 뭐 그래서 다음에나 써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써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아침 해장국을 먹으면서 생각했지요.

대략, 조폭을 동원해 사람들을 때려잡은 재벌은 무죄, 그 조폭의 두목은 1년, 억울함에 석궁을 들고 판사와 실랑이를 벌인 사람은 10년. 이게 옳으냐? 판단하는게 배우는 이유다. 판단하고, 옳은 쪽에 붙어라. 는 이야기를 할까, 남과 다르게 사는게 재미있다. 개나 소나 하는거 너마저 하면 재미있느냐? 는 이야기를 할까, 공산혁명만세 이야기를 할까...

자꾸 생각이 하고 싶은걸 보니, 짐을 싸기 무지 싫은가 봅니다.

글이 자꾸 길어지는 것도, 이걸 쓰고 나면 짐을 싸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이제 온전한 삶을 한 번 시작해 보렵니다. 부정적인 전망들을 늘어놓았고, 또 사실 이곳 세상은 참, 살기 나쁘지만, 옆지기가 너무 든든해서 별로 걱정이 안되요.

누구든, 어떤 것이든, 당신도 어서 찾게 되기를 빕니다.



이사하고 나서, 공지할께요.

그 예식장 식당에는,

떡과 술이 맛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