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7/06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6/17
    일요일 근무(1)

일요일 근무

회사 나왔다.

 

이른바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두 달 정도, 두 번째 일요일 당직이다.

 

여의도역에 내려, 걸어오면서 계속, 내가 읽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한자로 표기해야 의미가 더 잘 전달되는 문장들, 일상에는 도무지 쓸모없는 내용들, 수면제나 냄비받침의 훌륭한 대용품, 문학은 뭘 할 수 있나? 도대체?

 

물론 나도 알고 있었다. 구체적인 현실에 대한 감각이 모자라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원론에 집착했고 그걸로 되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물론, 주위사람들은 지겨워했지. "저 새끼 또 저 소리야."

 

이제 두 달.

 

난 그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매일 저녁마다 저녁을 준비하고, 옆지기 퇴근시간에 마중을 나갔는데 이제는 못한다. 츄리닝에 대충말린 머리로 어떤 곳이든 들어가고 나왔는데 이제는 못한다. 이것저것 많이도 쓰고, 말도 많았는데, 인제 귀찮다.

 

한적한 일요일 근무.

 

두 달.

 

이제 일이 좀 익숙해지기도 했으니, 그동안 소원했던 활자들을 좀 만나볼까.

 

앞으로 스물 두 달.

 

도서관 구석에 박혀, 화성에서 외계인과 만났다는 소식에도, 태평양 한가운데 뽕나무밭이 생겼다는 소식에도 그냥 그렇게 앉아 있던 박노인이,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근데 도대체, 왜 땀도 안 흘렸는데 매일마다 겉옷을 갈아입어야 하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