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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나를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정지영 [나를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월간 말, 2007년 9월호. 228-229쪽.

 

..(중략)..

..생리전 증후군(PMS)은 특정 명을 지칭하는 병명이 아니라 생리 7일~10일 전부터 증세가 나타나 생리가 시작되면 사라지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통칭한다. 증세에 따라 150여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가임여성 75%이상이 경험한다. 분당 서울대 병원 연극팀은 가임기 여성 8%, 그러니까 거의 10명 중 1명 꼴로 정상적인 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증세를 겪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리전 증후군의 증세는 주로 두통과 불면증, 졸도, 심한 우울상태이고, 감기몸살과 비슷한 전신근육통, 여드름, 변비나 설사 등 소화기 계통의 어려움, 체중 증가, 복부 팽만, 과도한 수면, 폭식 등이다. ..심하면 도벽은 물론 자살충동까지 일으킬 수 있다.

 

..생리전 증후군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지 40~50여년에 불과하고 아직 정확한 원인진단이나 치료약은 없다. 다만 배란기 호르몬의 영향, 영양섭취의 문제로 설명되며 한의학적으로는 어혈이나 울체 형성 등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진단한다. 특히 30대 중반 이후 눈에 띄게 나타나 갈수록 심해지며 자궁 근종, 자궁내막증 등 자궁 내 질환이 있을 경우 더욱 심해잘수 있다. 환경호르몬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인식이다. 많은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고백하는 것이 '절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파도처럼 밀려드는' 감정변화이다. 따라서 억지로 감정을 조절하려고 하거나 그렇지 못한 스스로를 질책할 필요가 없다. 적극적으로 주변의 양해를 얻고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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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타브리스는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도서출판 또하나의 문화]에서, (정지영이 쓴 위의 기사에서도 보이듯이) 불면증/과 과도한 수면/등 서로 반대되는 증상이 같은 분류로 묶이는 것을 문제점으로서 지적한다. 너무 광범위한 증상-현대인이라면 누구쯤 하나씩은 갖고 있는 -들이 생리전증후군의 증상으로 분류됨으로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오히려 막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문제가 있다. 그러니 남성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나는 이것이 남성과 여성의 사이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남성의 몸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가 여성의 몸 체계를 받아들이는 시기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 뿐이라고. 여성들이 가진 것은 문제점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신체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생리공결제에 대한 이야기를 미술과 인문학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교수님은 "동성 결혼이 제도로 편입되는 걸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 이성애가 주류인 상황에서 동성애가 하나의 특수 분파로서만 남는 것이 문제라는 거지. 정희진 씨는 그런 맥락에서 반대한 게 아닐까?"라고 하셨다.  

 

그러나 내 입장에 대입하여 생각해보자면- 대안학교로 치환하여 생각해보면- 나는 대다수의 대안학교가 교육부 소속으로 인가가 나길 원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정공급은 큰 매력이다. 지금같이 싼 월급으로는 교육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가를 받음으로서 교육부로부터 오는 피드백들(대안학교측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방향도 있을테다. 교과서 진도는 제대로 맞춰달라 등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측면도 생길 것이다.  대안교육을 실시하려 애쓰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란 어떤 방향일 것인가에 대해서. 인가를 받지 않는 대안학교는 왜 그러한지 스스로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그만큼의 내실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려 애써야 할 것이고.

 

동성결혼도 마찬가지로 지금 이성애자들의 결혼이 갖는 여러 장점들(보험상의 문제, 보호자 법적 귀속 문제-병원 등에서 동성 파트너가 자신의 파트너 수술동의서에 사인할 수 없는 사례와 같은- 등등)을 빨리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 다음에 대안적 가족 시스템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리에 관한 현상들이 제도적으로 편입되는 것이 나는 옳다고 본다. 생리에 관한 현상들이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제도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여성이라는 계층의 사회적 욕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개인의 욕구들을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느냐 에 대한 문제에서, 여성학은 생리전 증후군과 생리공결제 등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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