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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생명연습]

1962년의 소설. 1950-60년의 풍경이겠지?

그런데 솔직히 죽을만큼 괴로운 생리통을 겪어 보고 나면 귀엽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어떻다는 건 알겠지만, 남성화자의 지식인놀이가 이런 데 쓰이는 건 나로서는  불쾌.   

 

중략-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게 뭘까?"

지난 5월 어느 일요일, 한교수님 댁엘 놀러갔을 때였다. 햇볕이 여간 좋은 게 아니어서 나와 그 애와 사모님은 등의자를 마당가에 내놓고 앉아 한담을 하고 있다가 발끝으로 흙을 톡톡 차며 등의자를 뒤로 잦혔다 앞으로 숙였다 하고 있는 그 애가 하도 귀여워서 탄식하듯 내가 입 밖에 낸 말이었는데

"여신(女神)의 멘스?"

라고 그애는 가벼웁게 퉁겨버리는 것이었다.

"응?"

나는 얼떨떨해져버려서 코 먹은 소리로 반문했더니

"아닐까?"

그애는 숙인 얼굴에서 눈만을 살짝 치켜떠보며 부정의문법으로 또 한번 쥐어박았다.

"호오, 여신에게도 멘스가 다 있을까?"

사모님께서 마침 이렇게 대답을 하심으로서 그 얘긴 그정도로 그쳐서 나는 화끈 단 얼굴을 감출 수가 있었지만 이건 못 당하겠는데,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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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신춘문예,1962. 김승옥 소설전집 1권, 문학동네, 1995.

 

20세기 한국소설 19. 김승옥 이제하 외.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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