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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기류 변화로 약간의 어지럼증과
갑작스럽게 나를 덥친 숨 막히는 더위가 한편의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고작 10여분 거리에 있는 국내선까지 100루피나 주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게 다 기회비용이려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포카라행 고르카에어는 무려 1시간 반을 넘겨 출발했고,
내가 탄 비행기는 그 중에서도 가장 후진 비행기였다.
가는 도중 멀리 안나푸르나가 보였다.
사진을 찍을까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에 별 감흥이 없다.
여기 온다고 내 생애 최초의 디카를 구입했건만...
물론 이 소형비행기를 타기 전, 큰 비행기로 네팔 국경을 넘을 때 히말라야도 봤다.
근데 감흥은 예전에 안데스 산맥을 넘어 가던 감동과는 사뭇 다르다.
왜 별 감흥이 없는 걸까?
묵힌 숙제를 제대로 못해서... 뭔가 하려고 해도 손뼉이 부딪혀야 하는 것을...
포카라에 도착하니 세자매 게스트 하우스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팁을 주지 못한 게 걸린다.
나름 괜찮은 방을 배정받고, 햇볕이 직접 드는 방은 아니었지만...
짐을 풀고, 다음 날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트레킹을 하루 연기했다.
저녁을 먹고 뭐했더라? 아마도 책을 보다가 잠을 잔 것 같다. / 여기까지가 수첩에 적힌 일기
지금 일기를 옮기는 순간 생각해보니,
'어지럼증, 짜증 등'이 네팔에 들어온 나이 첫 감흥이라니...
새삼 나의 까탈에 웃음이 나오고 만다.
이날 서울의 새벽부터 설날 차례도 못 지내고,
(비록 직항이긴하지만) 비행기에서 시달리며 먼 길을 가는 것이 언젠가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2006년 12월 30시간 넘는 비행시간과 3차례 이상의 경유 경험이 큰 이유인 듯...
나의 형편없는 심리상태가 여행이 주는 미세한 떨림과 기대 앞에서도
맥없이 무너지는 그런 경험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지금의 일을 시작하면서 집안의 대소사를 비껴가는 것에 면죄부가 주어졌다.
아들 없는 집의 큰 딸이라 알게 모르게 가해지는 기대와 의존...
한편으론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즐기는 마초적 경향을 가진 나
또 한편으론 일을 핑계로 적당히 뭉게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는 나
여러 개의 나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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