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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시간? 근로시간?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 대기시간은 근무시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해 초 집단해고에 맞서 투쟁해 원직복직을 쟁취하고 현장으로 돌아간 인천공항 세관비정규직 노동자들. 새해벽두 문자로 통보한 집단해고도 충격적이었지만, 상식을 뛰어넘은 탈법 불법적인 노동조건도 충격적이었다. 이중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에게 “5시간만 근무하고 나머지 19시간은 휴게시간”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초저임금은 비단 인천공항 세관 노동자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비슷하게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경비, 시설노동자들 대부분은 휴게시간을 7~8시간으로 늘려 잡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새벽6시에 출근해도 7시 출근으로 계산하고, 주간 휴게시간을 2~3시간으로 늘려 잡는 식으로 임금을 다 받지 못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제일 바쁜 식당노동자들은 밥을 ‘마시고’ 일하러 가는데도 하루 1시간 휴게시간을 다 사용한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30분도 편안히 쉬지 못하는데, 회사들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휴게시간을 늘려 잡아서 제대로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임금체불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대, 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야간, 연장노동에 따른 할증임금을 체불당하는 것이기에 그 몫은 상당히 클 것이다. 이렇게 실제 근무시간을 휴게시간으로 간주해 체불한 임금은 회사의 이윤으로 그대로 쌓이고 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휴게시간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아래 있는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2006.11.23.선고 2006다41990)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이라는 단체협약을 체결해 숨겨진 임금체불을 금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휴게시간을 늘려 잡는 등 ‘명목상의 휴게시간 늘리기’는 여전히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체불 숨기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신설 2012.2.1.>[시행일:2012.8.2.]

 

정부는 올초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간주’한다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공표했다. 이 법은 오는 8월 2일부터 실제 적용에 들어간다. 지금껏 많은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에서, 법정에서 당당히 자기 권리를 주장해온 성과가 법에도 반영된 것이다. 이제 일한 만큼의 임금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법적으로도 정확히 명시된 것이다. 따라서 그 명칭이 “휴게시간”이건 “대기시간”이건 간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한다면 이는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근무시간에 해당한다. 물론 법이 바뀌었다고 자동으로 우리 노동조건이 바뀌지는 않는다. 회사는 여전히 과장된 휴게시간 늘리기로 일관할 것이다. 바뀐 법이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게 하려면 노동자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이제 지금까지 우리가 일해 왔던 노동시간, 받아온 임금을 따박따박 따지고, 못 받아온 임금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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