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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 안개비 비가 내리는 아침, 아기새를 보러 밭에 갔다. 촉촉한 흙에 연둣빛 줄을 그은 수수.
싹을 올린 감자는 수수보다 진한 초록.
어라, 엊그제 분명 두눈으로 본 아기새 세마리가 사라졌다. 껍질도 없어.. +_+
이틀만에 나는 법을 배운걸까? 간밤의 비 때문에 어미새가 물어 다른 곳에다 옮겼나..
세상 나오자마자 잡아먹힌 건 아니길... 귀신에 홀린 듯, 뭔가 섭섭 서운하다.
병아리처럼 오종종 걸어다니는 모습 한번만 더 봐도 좋았으련만, 참 빨리도 떠나버렸네..
부처님 오신날 심은 메주콩은 한놈 예외없이 뿌리를 잘 내렸더라.
아래는 이번 주말 다시 저렇게 둘씩 짝지어 점점이 심겨질 예비 모종들.
아, 잿간으로 쓰이던 물구덩이에 빗물이 제법 고였어. 근데 흙벽을 깎아먹어 수심이 얕아졌네.
다시 비가 내릴 기세라 웃자란 시금치랑 청경채 조금 솎아 후퇴.
나처럼 꾹꾹 장바구니에 쑤셔담지 못하겠다며 다듬어 가지런히 묶은 난지도의 손길.
쟤들은 내일 점심, 각각 시금치 나물과 청경채표고버섯굴소스 볶음이 되어
신간이 나올 때마다 속속 빈농집 책꽂이에 꽂히고 있는
들녁출판사 사람들의 점심 밥상에 오를테지.
책 잘 보고 있어 고마워서, 그리고 또... 추후 감자판매를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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