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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녀를 찾아줘'편

클레, 발푸르기스의 밤, 1935.

 


1. 나는 '마녀'이야기를 천천히 조금은 길게 쓰고 싶다.  이 '마녀'들이 '해리포터'나 '나니아 연대기' 같은 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아직도 중세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어서라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이 '현상'에 대해서 가끔은 곱씹어 볼만하다.

 

진짜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다. 최근에 읽은 『교양』이라는 책에 의하면, 14세기 중엽(정확히는 1347~1350년까지) 페스트균이 번성하여  유럽 인구의 3분지 1이 사망하였을 때 교회는 희생양을 여자와 유대인들에게서 찾았다.  '악'에 포섭된 여자(마녀)들은 밤여행을 떠나 으슥한 곳에서 기독교신앙의 포기를 맹세하고, 악마를 위한 예배의식을 가지고 마약을 복용하고 악마와 간음을 한다.  익히 알려진 사실들에 의하면 이러한 죄명 내지는 피의 사실들이 법정에서 '인정'되었는데 그것을 시인하는데는 무자비한 고문이면 족했다.  그리고 악마와 손잡고 페스트로 세상을 망가뜨리는 보조자그룹으로는 유대인이 있었다. "너는 하나님과 재물 두 가지를 동시에 섬길 수 없다." 유대인들은 교회의 교리를 벗어나 고리대금으로 부를 늘려 죄를 지었는데, 나중에 교회는 그러한 그러한 생각을 수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두말할 나위 없이 자신이 거대한 부의 집산지가 되었다.  한편으로 영화 '고야의 유령'을 보면 레옹에서 우리의 '마틸다' 나탈리 포트만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소의 심문에 걸려든다. 물론, 나는 이 영화에서 우리의 마틸다를 밧줄에 매달고 심문을 할 때 그녀는 자신의 죄와 피의사실을 틀림없이 '인정'하리라 예상하였다. 누가 심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죄를 사해달라 빌지 아니하겠는가!

 

2. 다들 아는 바와 같이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은 인간 세계에 개입하거나 끼어들어 있던  마법사와 마녀들과 악마들을 추방하고 인간들이 살아가는 현세와 인식의 세계를 일치시켜냄으써 그리하여  자연인으로서 인간을 인정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것은 천부인적 자연권을 지닌 인간들의 등장을 알렸다.

 

3. 그렇지만 나는 다시 중세로 돌아오고 싶다.  『파우스트』의 비극 제1부 중 ‘발푸르기스의 밤’을 보면  앞서 말한 마녀들의 유희, 그 '즐거운' 밤이 나온다.  (괴테는 여기서 여러 가지 형상과 존재의 입을 빌어 당대 저술가와 비평가들을 '씹고' 있다. )   『파우스트』를 펼쳐보면,   마녀들은 빗자루나 염소 등이나 쇠스랑에 고약을 바르고 이것들을 타고 비행하면서 축제장소로 간다. 거기서 이들은 온갖 유희를 펼치는데, 파우스트도 메피스토펠레스의 손에 이끌려 이 "꿈의 나라, 마술의 나라"로 들어가 마녀들과 춤을 추고 노래하고 농을 하면서 즐긴다[결국 파우스트는 앞서 말한대로 자기 맘에 안드는 저술가와 비평가들을 다른 목소리로 씹어댄다!]

메이데이 이브가 노동절 전야제인줄만 알았더니, 이 날은 온갖 악마와 마녀들이 손을 잡고 세상을 멸하기 위해 모의를 하는 날이기도 하단다. 그리고 메이데이에는 성녀 아무개가 나타나 이들을 방어하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아직도 이 '축제'는 계승되고 있다고 한다.

 

4. 어떻게 보면 이 밤의 축제는 2008. 봄에서 여름, 서울 도심지에서 '재현'된 듯 보인다.  촛불을 든 사람들, 생쥐(마우스)를 끄는 사람들,  갖가지 색상의 의상과 장신구들과 구호들, 더군다나 이 영화에서도 우리의 '마틸다'가 우연찮게도 등장하는데 '브이' 가면을 쓴 사람들, 쥐를 잡자며 고양이 머리띠(?)를 한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석하게 축제를 벌인다.  멀리서 쳐다보면 불꽃의 곡선들이 마법을 걸어놓은 듯 황홀하다.  정말 '발푸르기스의 밤'을 재현한 것은 아닌가. 나는 저들의 심문이 있기 전에 고백하건대 수 번에 걸쳐 이 밤의 놀이와 축제에 참여하고 어울려 놀았다.

 어떤 교회의 입장에서 이는 마녀들과 악마들의 유희처럼 보일만하다. 그런데 이 마법에는 우리의 '예수주의자'들도 걸려든 모양이다. 신부들과 수녀들과 목사들까지도 이 유희에 합세하여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재판소'는 이러한 '축제'의 '앞잡이'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수배를 놓고  그리고 몇몇은 잡아들였다. 

 

축제와 유희의 날들이 지나자 '마녀사냥'과 중세적 종교재판소의 심문의 날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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