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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時間) 변주곡, 둘

 
 

 

 

 
 

 

 

 

 

나는 문득 생각한다, 오늘은 어느 시절을 떠올려볼까, 오늘은 누구를 그리워할까

그러다 또한 문득 그 때가 떠오르고, 그 때 당신이 그리워진다

이렇게 쓰면 나는 벌써 덜컹거리는 차에 시간을 싣고, 몸을 싣고 있다.

그것을 알까, 그러므로 시간이란 그리움의 몸이라는 것을

내가 늙어도 나뭇잎처럼 빛나지는 않겠지만

그리움은 더욱 빛나리라는 것을

 

당신은 그것을 알까, 나 또한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그렇게 떠올려 볼 때마다 시간은 더욱 덜컹거리면서 전진한다

그런데 한 가지, 나는 어떤 노인을 안다, 그가 달콤하게 삼켜온 것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시간으로 가득 채우면서 시간을 잃었다 

그가 나이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당신과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

 

이 세대가 끝장이 나더라도 아니 빨리 그럴수록 나뭇잎들은 더욱 빛나고 시절은 진보하리라 믿는다,

그럴수록 나의 세대가 오래갔으면 한다,

그리하여 나뭇잎이 피고 지는 것보다 나의 그리움은 얼마나 보수적이냐

물려줄 것은 시간 뿐이어서 그래서 시간을 노래하고 있다

나는 그 노인을 안다, 가진 것은 몸 뿐인데

오늘은 어느 시절을 떠올려 볼까, 오늘은 어느 누구를 그리워 할까,

그러기를 멈추지 않고

문득 문득 그 때, 그 때 당신을 떠올린다

그러면 그럴수록 시간은 자꾸 닳아진다

가진 것은 헐렁한 시간 뿐인데 그리움이 많다고 노래하고 싶어한다

그가 나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당신과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

그것이 어쩌면 이 세대가 아닌가

그래도 이것만은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시간은 가도 나는 당신 편이라는 것을

시간이라는 것은

당신이 떠오르고 가라앉는 몸이라는 것을

 

우리 세대가 물려줄 수 있는 것은 이데올로기도 학설도 아니다.

푸르른 나무와 시간 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행성이 살아 있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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