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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뇨가 좋아?

 

우리는 멀리 보면 물고기로부터 진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그러한 진화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되면 '결계'는 흔들리고 말 것이다. 물고기는 물고기로서, 인간은 인간으로서 또한 다른 생명체들도 마찬가지로 공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어리석고 불쾌한 생물"이 되어버렸다.

 

인간이 되겠다고? 어리석고 불쾌한 생물의 어디가 좋다는 거야.
인간들은 바다의 생명을 빼앗을 뿐이야.

 

진화의 최종 형태라는 인간들은  이 지구를, 바다를 마음대로 독점해버렸다. 불길한 인간의 시대!

이 '불길한' 인간들 탓에 지구와 바다가 망가지면 우리는 6억년 전 캄브리아기나 또는 데본기로 되돌아가게 될까?

 

캄브리아기에 필적할 만한 생명의 폭발!

 

그 때는 바다의 시대, 어족(물고기)의 시대이다. 이 때는 인간은 물론 척추동물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그 시대로 되돌아간다면-새로운 생성이라고 해야겠지- 지구의 생명체들은 척추동물로, 인간으로 다시 진화를 거듭하게 될까? 아니, 그것을 꿈꿀 수는 없다. 인간은 절멸할 것이다. 햄을 좋아하고, 늙어서도 서로 시기하거나 의심하고,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어린애처럼 굴고, 그렇지만 파도와 싸우면서 바다를 점령한 인간들, 불길한 인간들은 절멸할 것이다. 그러면 인간의 시대에 맞선 새로운 바다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 때도 물고기들, 포뇨는 진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왜 그 진화가 인어이고 인간인가. 여전히 인간들은 물고기와 생명체들이 인간을 향해 진화할 것이라고 믿는가?

 

운명이란 게 있는 거야, 괴로워도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거야.

 

바다로 되돌아갔던 포뇨는 인간을 꿈꾸거나 욕망할 수 없다. 아니 바다에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

소스케는 물론 인어 또는 인간으로서 포뇨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바다는 망가지고, 기후는 엉망이 되고 온갖 기형체들이 태어나고 물고기들은 떼로 육지로 밀려올 때, 바로 그렇게 밀려온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좋아했을 뿐이다.

그런데 포뇨가 인간이 되었다. 소스케랑 똑같은 어린아이가 되었다. 지구의 길고 긴 역사로 보면 인간은 진화해왔다. 그 진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 인간들이 사라지는 일은 있어도 원숭이나 물고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포뇨는 이미 '인간은 인간으로' 그렇게 서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지만 지금 또는 앞으로도 포뇨가, 물고기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조차 이 애니를 보고 나서 어항 속 물고기가 인간으로 진화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소스케처럼 말할 수 있다.

 

"물고기인 포뇨도 인어인 포뇨도 사람인 포뇨도 다 좋아요."

 


소스케는 포뇨가 물고기라 해도, 인어라 해도, 인간이라 해도 여전히 포뇨가 좋다. '포뇨'는 여기에 공존하는, 모든 존재들이다.

포뇨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포뇨를 보고 이런 글을 쓰면 안 된다. 그냥 포뇨를 좋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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