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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 수 없는 작은 입자들의 탐색을 위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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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 과일을 한 입 베물고 눈을 감아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과즙이 물방울처럼 녹을 때까지

입 속 향기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삼켜보세요

비타민 미네랄 라이코펜 플라보노이드 베타카로틴

당신 몸 세포와 융합하는 부서진 영양소를 떠올려 보세요

이를테면 처음에는 당신과 나 둘이 춤을 추었지만

기하급수로 늘어나 장면을 꽉 채우는 영화처럼

2배, 8배, 16배, 32배…무한제곱으로 분열하는

과즙 입자들과 당신의 세포를 떠올려보세요

춤추던 과즙 입자들이 퇴장하는 걸 떠올려 보세요

서서히, 서서히 사라져

당신의 숨

당신의 말

당신의 몸짓에 한없이 가라앉는 걸 떠올려보세요

 

4.

꽃들, 피어나려는 의지들의 무한미분과

붉고, 푸른 화합 물질의 무한분열을

꽃잎 입자들이 꽃봉오리 하나로

접혀지고 펼치는 엽록소파장을

떠올려 보세요

당신의 숨

당신의 말

당신의 눈빛

당신의 몸짓에 스며든 별빛 입자처럼

무한 분할 입자들의

꽃잎 속 소멸을

소멸이 낳는 꽃잎으로의 찬연한 동맹을
 

5.
무슨 노래가 좋을까요

비틀즈로 할까요, 바에즈로 할까요

돌아가는 삼각지도 봄날은 간다도

정태춘, 루시드폴

인터내셔널가도 좋아요

지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듣고 싶은 노래

진동의 마디마디 무한 분열과

그들이 접혀지고 겹쳐지는 노래를

불러보세요

마디마디

무한 분할 입자들의

노래 속 소멸

너울처럼 펼쳐지는 화음의 동맹들을

떠올려보세요

 

6.

당신의 슬픔을 떠올려보세요

아, 그 슬픔은 더 나눌 수가 없나요?

그래요, 그 슬픔을 증폭해보세요

아주아주 커다랗게 무한대로 증폭해보세요

당신의 그 슬픔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질서를

떠올려 보세요

거기에다 다른 슬픔을 가만히 얹어보세요

또 다른 슬픔을 다시 또 슬픔을

슬픔 위에 슬픔, 슬픔 옆에도 슬픔

슬픔의 무한제곱을

아주아주 커다란 슬픔의 세계와 그릇 안에

슬픔 입자들이 무한정 가득 찰 때까지

얹고 또 얹고 멈추지 말아요

슬픔 안에 슬픔들이 접혀지고 겹쳐지며

맨 처음 슬픔의 그릇을 다 채울 때까지

멈추지 말아요

무한한 슬픔 입자들의

당신 슬픔 속 소멸

당신의 숨

당신의 말

당신의 몸짓 속 입자들의 동맹을

잊지 마세요


7.
혁명을 떠올려보세요,

대문자 R을,

은어로 불리어서 더 벅차올랐던 R,

약어로 불리어서 뭔가 생략된 것 같았던 R,

다가올까 말까 알 수 없고

알 수 없었던 R,

당신이 아는 세계,

질서를 모두 그 R로 가득 채워보세요

그 R의 무한 확장을

너무나 벅차서 터질 때까지

폭발할 때까지

그  R만이 남고

모든 것들이 지워지고 생략될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 해요

당신이 아는 모든 거리와 집들 노래와 책들 그림과 사진들

관공서와 카페들

얼굴들, 관계들을 모두 R로 뒤덮을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 해요

온 세계를 다 물들이고

그 R만이 외로이 남아 있을 때까지

 

이제 R이 지워지는 걸 떠올려보세요

그 R이 서서히, 서서히 퇴장하고

생략된 세계가 다시 떠오르는 모습을

여기저기 출몰하는 소문자 r들을

춤추던 과즙 입자들이 단단한 과일 속으로

꽃잎 입자들이 꽃잎 속으로

음 입자들이 노래 속으로 소멸하듯

당신의 숨

당신의 말

당신의 몸짓

당신과 나

관계들 속으로

서서히, 서서히 사라지는

R의 소멸과 퇴장,

 

당신의 숨

당신의 말

당신의 몸짓

당신과 나,

더는 나눌 수 없는

혁명의 입자들을

떠올려 보세요

 


1.
그대의 우주와 은하와 이 별이 스스로 태어나고 팽창하고
지금도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가만가만히 눈을 감고서
안으로 품은 폭발적 힘
확장되어가는 세계
당신이 떠올릴 수 있는 무한정, 무한정의
끝까지 다가가보세요
소멸과 종말의 지점까지 무한히 가보세요

거기, 다시 돋아난 항성과 행성
피어난 장미
우연의 힘,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아름다운 필연의 법칙과
여기 당신,
얼마나 다행인가요,

또한 당신이 우연히 여기 당도했다는 것이
우연히 나처럼 멋진 가이드를 만나
무한한 확장과 무한한 분할 탐색을 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여요

 

2.

난 이렇게 들었지요
강물이 무수한 물방울이 모여 너울춤을 추듯
만물은 아주 작디작은 끈들 입자가 모여
춤추는 거와 같다고
꽃들도 그렇게 피어나고
이 저녁 성찬에 나온 과즙들도 잘디 잔
끈들이 엮여 향기롭고
당신을 이룬 세포들도 알고 보면
끈 입자들의 율동이라고
하여 당신이 부른 노래도
그 현들의 떨림이라고

당신이 나처럼 멋진 가이드를 만나서 다행이여요
당신은 이제 정말 작은 입자들의 무도회를 찾아
작디 작은 입자들을
무한으로 분할하는 혁명을 탐색할 입장권을 얻었네요
저도 그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낯설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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