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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씀/ 312쪽/ 8,500원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뀝니다”

버스 운전사 안건모가 쓴 일터 이야기


58년 개띠 1월 5일생 안건모.

초등 학교를 졸업하고 12살 때부터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검정고시로 한양 공고 입학, 2학년 중퇴, 그리고 1985년부터 버스 기사로 평범하게 살다가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이 마흔이 넘어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는 안건모가 20년 동안 버스 운전사로 생활하며 쓴 일터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버스 운전을 하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가 아니다. 일터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와 싸우지 않고는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명쾌하게 밝힌 책이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쓰고, 일하는 사람들의 입말로 거침없이 쏟아 낸 이 책은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이 된다.


‘열심히 일만 하는 근로자’에서

‘이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로 바뀌기까지


나이 마흔 무렵에야 ‘열심히 일만 하는 근로자’에서 ‘이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로 글쓴이를 바꿔 놓은 건 바로 ‘책’이다. 버스 운전사를 하던 시절, 홍제동 지하 방에 살면서 동네에 있는 주민 독서실에서 만난 《쿠바 혁명과 카스트로》가 바로 그 책. ‘혁명’이라는 단어만 봐도 괜히 거부감이 생기던 때였지만 다행히 그 책이 만화책이어서 쉽게 펼쳐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안건모는 “그 책은 나를 어둠에서 처음으로 끌어내고, 세상에서 다른 한편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 뒤로 《태백산맥》《찢겨진 산하》《노동의 새벽》처럼 제목부터 거부감을 주는 책들만 골라 읽으면서 그는 학교와 사회에서 멸공 극우 사상과, 어처구니 없는 독재 사상만 배웠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무엇엔가 가슴이 억눌리는 마음을 담고 살아야 했던 글쓴이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1996년 월간 <작은책>을 보면서 ‘아! 우리 같은 노동자도 글을 쓸 수 있구나’하고 깨달은 것. 그 뒤로 작은책 글쓰기 모임에 나가면서는 姑 이오덕 선생님이 “글은 일하는 사람이 써야 하고, 누구나 읽기 쉽게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자신이 생겨 쓰기 시작한 글이,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나오게 된 밑바탕이 됐다.

안건모는 2004년 12월을 끝으로 버스 일터를 떠나 작은책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버스 현장보다 더 넓은 곳에서 올바른 언론․문화 운동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일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월간 <작은책>을 만들면서 이 땅의 모든 억압과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저는 살아온 이야기와 일터 이야기를 쓰면서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렵게 살아 왔던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냈고 일하면서, 사업주와 관리자들이 탄압하는 그 유치한 행태를 마음껏 비꼬면서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주눅 들고 억눌렸는데, 그 마음에서 벗어나 우리 노동자가 이 세상 주인이라는 걸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쓴 글들을 묶어 책으로 내려니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이 책이 우리 버스 기사들의 일터 이야기만 보여 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일하는 현장을 올바르게 배우고, 일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 주인이라는 걸 깨닫는 그런 책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또 이 책을 읽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어 쉬운 우리말과 우리글을 살리면서 글을 많이 쓰게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 안건모, 머리말 가운데


1장, 시내버스 알고나 탑시다

시내버스 기사들이 왜 그렇게 난폭하게 운전을 해야 하는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글들이 담겨 있다. 버스를 타는 손님 처지에서는 ‘서울에서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최소한 네 가지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눈이 좋아야 하고, 둘째는 달리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는 눈치가 빨라야 하고 넷째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버스 기사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는 시내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적어도 네 가지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눈이 좋아야 하고, 둘째는 달리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는 눈치가 빨라야 하고 넷째는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살벌한 시내버스 회사에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왜 그럴까? 그 까닭에 대해서 생생하게 살펴 볼 수 있다.


2장,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들

안건모가 모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러 사람들을 보여 준다. 깡패 같은 사람들, 술 취한 사람들, 그리고 안건모가 모는 버스를 한 시간이나 기다리던 수연이 같은 아이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 버스 운전을 하면서 만난 변호사, 식당 아주머니나 그와 함께 생활한 둘레 사람들 이야기도 정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3장, 삶이란 곧 싸움이다

여태껏 나왔던 ‘시내버스 파업’이 노동자들 파업이 아니라 시내버스 사업주들과 어용조합, 게다가 정부까지 한패가 되어 짜고 한 파업이라는 사실을 파업 현장 가까운 곳에서 본 생생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또한 기사들이 하는 삥땅의 역사에 대해서도 밝혔다. 삥땅은 기사들이 도둑놈 심보라서 문제인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들이다. 또 그 삥땅을 무기로 천만 원이나 되는 퇴직금, 상여금을 떼어먹으려는 사업주와 그것을 찾으려는 기사들 이야기도 있다.


4장, 시내버스를 정년까지

안건모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초등 학교를 졸업하고 공장 생활을 시작한 뒤부터 버스 운전 기사로 살아오기까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민 독서실에서 우연히 본 《쿠바 혁명과 카스트로》라는 만화책으로 극우주의에서 진보주의로 바뀐 이야기나, ‘시내버스를 정년까지’ (제 7회 전태일 문학상 ‘글쓰기 부문’ 우수상을 받은 글, 1997)에서는, 글쓴이가 열심히 일만 하는 근로자에서 이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로 삶을 바꾸게 된 과정을 잘 엿볼 수 있다.


버스 운전사와 글쓰기

내가 안건모 씨의 글을 처음 대한 것은 <한겨레> 지면을 통해서였다. 그이의 글 끝 버스 ‘운전사’라는 소개말에 먼저 눈길이 갔다고 해야 할 것이다. 파리에서 택시 운전을 그만둔 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운전사라는 말은 나에게 아련하면서 애틋한 느낌을 갖게 한다. 운전사라는 직업은 일상을 홀로 수행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애환들을 개인이 경험한다.

운전사들끼리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남다를 수 있는 까닭이다. 말머리만 꺼내도 무슨 말이 뒤따라올지 가늠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 내가 ‘운전사’에게 어줍지 않게나마 동료 의식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이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운전사의 일상은 힘겹다. 그러나 열악한 일상의 연속인 고달픈 세상살이 속에서 운전사들은 훈훈한 인정을 느끼기도 한다. 안건모 씨의 글 속에는 그러한 느낌들이 알뜰살뜰 담겨 있다.

그이의 글 속에 깃들어 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은 개인적인 도량의 크기 때문이라기보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숨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조련한 데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이가 쓴 소박한 글이 흡입력을 갖는 까닭이다.

― 홍세화_<한겨레> 시민편집인, 추천하는 글 가운데


글쓴이 안건모

안건모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 학교를 졸업하고 공장 생활을 했다. 검정고시로 한양공고를 들어가 2학년을 중퇴하고, 노동일을 했다. 군대를 갔다 온 뒤 1985년부터 서울에서 시내버스와 좌석버스 운전을 20년 동안 했다. 1997년 <시내버스를 정년까지>라는 글을 써서 전태일 문학상 생활글 부문에서 우수상을 탔고, 그 뒤로 버스운전을 하면서 일어났던 일을 <한겨레>, 월간 <작은책>에 연재를 했다. 현재 <작은책> 발행인 겸 편집인이다.



작은책(월간)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월간 <작은책>은 시사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쓴 진보 월간지입니다. 작은책은 중․고등 학생부터 청년들, 노동자, 농민, 장애인, 또 세상을 사람이 사람답게 살 만한 곳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분들이 함께 쓰고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하여 1995년 5월 1일에 창간했습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를 밑바닥에서 끌어올려서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은책>은,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글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작은책은 다달이 2,500원, 1년에 3만 원입니다. 서점에서는 팔지 않고(교보문고에만 있음) 정기구독 회원으로만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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