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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재판다워야

재판이 재판다워야 재판이지!


강정구 교수 항소심 공판 첫 날이다. ‘6.25는 북한에 의해 시도된 통일전쟁’이라는 칼럼 때문에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강정구 교수. 법원은 "냉철하고 합리적인 학문적 화두가 아니라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친북 주장"이라는 수구들의 앵무새 같은 내용으로 판결했다. 강정구 교수는 그 판결을 인정할 수가 없어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다.

강정구 교수는 항소이유서에서 "참과 진실의 은폐와 반학문윤리행위를 강요하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수용할 수 없어 항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의 본질은 '학문의 자유'이므로 재판부가 헌법 37조 2항 '학문 자유의 제한 규정을 적용하기에 이전에 '학문의 자유'의 본질에 관한 법적 차원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며 "연구 결과로 귀결된 참과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바로 학문의 자유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다면 1심은 무효임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정구 교수는 “이번 공판 과정에서는 1심과 달리 피고의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고 하면서 “이번 필화사건은 사실 확인이 본질이 아니다. 학문적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 사건의 핵심인데, 논리적 추론과 학문적 성과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냉전성역'의 논리가 지배하는 검찰 측 지정 감정단과 공안당국의, 학문 연구 결과에 대한 감정 자체가 객관적인지 지극히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검사는 “나라의 체제는 한 번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을 밝힌 1심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리고 “재판부가 헌법 37조 2항에 따라 학문의 자유를 법률로서 제한한 것은 불가피하고,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판시”했다고 우물우물 주장했다.

재판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이렇다. 공부 지지리도 못하는 학생을 어떻게든 가르쳐보고자 하는 선생님을 보는 듯 하는데, 공부 못하는 검사 학생은 물어보기만 했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한참 설명을 하면 그 검사 학생은“피고는 북한이 태생적으로 민족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지요?”하고 물었고 강정구 교수는 “정통성이란 제한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정통성의 기준을 잡는 데 있어 친일파 청산이라는 면에서 보면 이북이 남한보다 정통성이 있고, 정치면으로 보면, 남한이 문민정부와 참여정부가 정권을 잡은 뒤에는 남한이 이북보다 정통성이 있어요”하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사는 설명을 듣는지 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주적이 누구인지 말하마’에서 선동적인 용어를 쓴 적이 있지요?” 이렇게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해 대는 것이었다. 강정구 교수는 “학문은 대중적이고 쉬운 말로 해야 합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지식인들이 식민시대를 비판하는 것이 무서워 직접적인 표현을 못 해 에둘러 표현해 왔어요” 하고 설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검사는 또, 지금 이 나라가 미국 식민지냐, 우리나라가 이북에 보낸 정보원을 왜 간첩이라는 말을 썼냐, 그리고 왜 6.25가 침략전쟁이지 통일전쟁이냐,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에서 폭력집회를 유도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 가운데 엽기적인 게 우리 나라가 이북에 보낸 간첩은 ‘간첩’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거였다. 한마디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건가?

검사는 북한이 공작원을 남한에 파견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전쟁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증거가 아니냐고 물었다. 강교수는 “그게 전쟁의 위협에 놓여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지금 질문 자체가 논리에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머리 나쁜 검사 학생은 대답 대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했다. “피고는 1심 판결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지요?

강정구 교수가 어이가 없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뉴스가(질문이) 뉴스다워야(질문다워야) 뉴스지이(질문이지이)!” 하는 코미디가 생각났다. 강교수가 ‘넌 F학점이다’ 하는 듯 잘라 말했다.

“판사가 판결을 잘못한 거죠.”

두 시간 만에 휴정을 했다. 나는 그 강정구 교수 강의, 아니 공판을 끝까지 보고 싶었지만 다른 약속이 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뒤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 뒤로도 공판은 1시간을 더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정구 교수가 자기 논문들이 학문연구의 결과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요청한 증인 신청들을 재판부는 전부 기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5년을 끌어온 재판이라 일찍일찍 해야 한다면서 감정서 제출도 2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단다. 나도 한번 코미디 흉내를 내고 싶다.

“재판이, 재판다워야, 재판이지이!”

안건모
2006년 8월 30일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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