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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6

[시론] 뚱뚱한 게 ‘죄’가 되는 사회!
  여성문화예술기획 홍보팀장 채리미영

  지난 2006년 11월, 전 세계의 외신들은 일제히 브라질에서 발생한 21세의 패션모델의 사망사건을 전세계로 타전하였다. 이유는 그녀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무리한 다이어트"였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 역시 '여성들의 다이어트 광풍'에 대한 기획물을 시리즈로 내며 여성의 “몸 상품화"에 대한 사회분위기를 자성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사실, 멀리 브라질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한국에서도 지방제거술이나 성형 등으로 젊은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을 종종 접하게 되곤 한다. 이제는 이러한 비슷한 뉴스를 자주 접하다보니 면역이 생기는지  "사회가 요구하는 신체사이즈 때문에 다이어트 하다 죽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도 별 느낌없이 자연스럽게 신문 뒷장을 넘기기도 한다. 그런 탓인지 이름만 대면 동네꼬마도 알만한 몇몇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마른모델을 무대에 세우지 않겠다’고 한 선언은 솔직히 "웬 뒷북인감?"이란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빅사이즈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빅우먼 패션쇼 모델 오디션장에는 이 사회가 지긋지긋하게 요구하는 여성의 신체사이즈 때문에 아주 빼빼 마른 몸을 가진 여성이 자신이 정말 뚱뚱하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생각한다면서 오디션에 참여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왜 이렇게도 한국의 여성들은 다이어트와 성형에 온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것일까?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여성’은 죄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뚱뚱하다’는 단어에는 참으로 많은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뚱뚱하다는 것은 게으르다는 다른 표현이며, 둔하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며, 센스 없음의 다른 표현이며, 능력 없음의 다른 표현이다.

  뚱뚱한 남성은 "풍체가 좋다“면서 봐넘겨줄 만 한 일이지만, 여성이 뚱뚱하다는 것은 비젼도 열정도 없는, 자기 삶을 포기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하여 뚱뚱한 여성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그리고 졸업 후 취업전선에서도 엄청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 뚱뚱하다는 것은 완벽한 열성인자들이다. 그것은 사람을 정의내리고 판단하는 매우 한국적인 사회적 기준이다.

  다시 2007 빅우먼 패션쇼가 컴백한다. 바로 이러한 한국사회의 외모지상주의의 병폐를 되집고, 도대체 ‘아름답다‘는 무엇이냐?는 화두를 다시 한국사회에 던지기 위함이다. 2007, 빅우먼 모델모집 공고에서 총 128명이라는 여성들이 모델지원에 참여하였다. 빅사이즈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당했던 차별들이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오디션에 응시한 참가자들은 오디션 중에 자신의 이야기들을 쏟아내면서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그 수많은 여성들의 지원동기 중에서 한 참가자의 이야기는 심사위원단을 모두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이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지나가는 남성에게 얼굴을 주먹으로 맞았다고 하였다. 그녀가 맞은 이유는 단하나 "뚱뚱한 *이 재수 없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돌아다녔기"때문이었다. 이게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단지 극한 사례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말 것인가?

  한국사회가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더 이상 미뤄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6년 국제비만학계 조사 결과 한국의 여대생들은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날씬했지만 다이어트 욕구는 가장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20대의 유산률이 증가하고 있고, 한창 성장해야할 중학교 여학생들의 발육이 부진하다는 뉴스를 언제까지 보고 넘겨야만 하는가?

한국ngo신문 시론 - 20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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