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Three Letters to Farrell Dobbs] 패럴 답스 동지에게 보내는 3 통의 편지  

동지,

소수파의 열병에 걸린 듯한 급격한 정치적 진화과정을 이곳에서 제대로 파악하기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소수파 동지들은 뒤에 퇴로로 남겨진 다리들을 모두 서둘러 불태우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집니다. 버넘의 글 "과학과 문체"는 예상 외의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섁트먼, 에이번, 그리고 그 밖의 동지들이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현상은 대단히 실망스러울 뿐입니다. 이것은 이론적,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당의 단합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판단하기로는 이들은 당의 단합이라는 미명 하에 조직을 분리하고자 합니다. 섁트먼은 "역사적 전례들"을 찾고 있습니다. 아니 더 적절하게 말하자면 발명하고 있습니다. 볼셰비키당 내부에서 좌익반대파는 독자적 신문을 발행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당은 수십만의 당원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당내 토론은 이들 수십만의 당원들을 설득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을 당지도부 내로 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편 당의 최종 결정은 두 소규모 그룹이 아니라 수십만의 당원들에게 달려있었습니다. 이 사실때문에 다수파와 소수파 신문이 공존했더라도 그 위험성이 적었습니다. 현재 사회주의노동자당은 비교적 적은 수의 당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당내 토론은 언제나 풍부함을 넘어설 정도로 활발했습니다. 최소한 다음 시기까지 서로의 이견은 명확히 확인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수파가 독자적으로 신문이나 잡지를 발행하는 것은 당원 설득용이 아니라 당 바깥에서 다수파를 깍아내리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회주의노동자당과 같은 혁명적 선전조직의 동질성과 응집력은 대중정당의 경우보다 더 탄탄해야 합니다. 같은 당에 속한 두 개의 독자 조직이 다른 이론 , 다른 강령, 다른 구호, 다른 조직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숨기기 위해 완전히 거짓으로 당의 단합을 외치는 것을 제4인터내셔널은 인정해서도 안되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동지는 주장합니다. 동의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공개적인 조직 분리가 위선적인 단합보다는 천배나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한 한 나라에 두 조직을 둔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소수파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은 두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두 조직 모두 또는 한 조직의 정치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아서 이 문제를 제4인터내셔널이 결정할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노동자-농민 사회당(PSOP)에 대한 입당전술과 같은 사안처럼 이견이 아주 날카롭고 제한적으로 존재했을 경우 두 조직의 존재를 인정한 경우가 두 번째입니다. 그러나 현재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상황은 이 두 경우와 완전히 다릅니다. 진지한 전통을 가진 통일된 정당이었다가 이제는 두 분파가 서로 투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중 한 분파는 계급적 구성과 외부 압력 때문에 몇 달동안 우리의 이론 , 우리의 강령, 우리의 정치, 우리의 조직방식에 대해 화해할 수 없이 대립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만약 민주집중제의 원칙에 따라 함께 활동할 것을 두 분파 모두 동의할 경우 공동의 실천을 통해 반대 분파의 최상 분자들을 설득하여 획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소수파가 독자적인 출판물을 발행하는 독자 조직이 될 경우 버넘의 노선만이 지배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제4인터내셔널은 이러한 조직의 불가피한 퇴보를 노동자들에게 숨기면서 이 조직에게 자신의 명함을 빌려줄 이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이것이 나의 의견입니다. 차라리 소수파가 완전히 딴 살림을 차리도록 강제한 후 공개적으로 대중에게 가장 날카로운 정도로 경고하는 것이 제4인터내셔널에게 이익이 됩니다.

따라서 당대회는 소수파에게 명확한 선택을 요구할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소수파가 당 내부에서 중대한 활동을 수행할 권리를 보장받고 민주집중제의 원칙에 기초하여 진정한 당내 단합을 도모하던가 노동계급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이며 명확한 결별을 하던가 양자택일 하도록 해야합니다. 이 결정은 오래 전에 국제집행위원회가 내렸어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기구는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1940년 3월 4일

레온 트로츠키

추신 : 소수파의 클리블런드 대회가 채택한 당의 단합 관련 결의문을 지금 받았습니다. 소수파의 일반당원들은 조직 분리를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소수파 지도자 동지들은 정치활동이 아니라 순수한 문필활동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당원들이 조직 분리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당의 단합에 대한 결의문이라는 이름으로 당의 분리에 대한 결의문을 제출했습니다. 결의문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볼셰비키당의 소수 분파들은 독자적인 정치신문을 발행했다." 언제 그랬다는 것입니까? 무슨 신문말입니까? 소수파 지도자 동지들은 조직 분리의 의도를 위장하기 위해 추종당원들이 오류를 범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소수파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글솜씨에만 모든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자기들의 신문이 다수파의 신문보다 월등할 것이라고 서로 확신시키고 있습니다. 쁘띠부르조아 분파로서 지식인과 능력있는 문필가들을 더 많이 보유했던 러시아 멘셰비키들도 언제나 이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은 모두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유창한 문필력은 혁명정당을 건설하는 충분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화강암처럼 탄탄한 이론적 기반, 과학적 강령, 정치적 사고의 일관성, 확고한 조직원칙 등이 있어야 합니다. 소수파는 이런 것들을 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혀 반대되는 특징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가 동지의 견해에 완전히 동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외부세계에 버넘의 이론 , 섁트먼의 정치노선 , 에이번의 조직방식을 제시하려거든 당과 제4인터내셔널이 책임지지 않도록 독자적인 이름을 내걸어야 합니다.    

동지,

이 편지를 받을 때에는 당대회가 진행 중일 것이며 조직 분리가 불가피한 것인지를 동지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에이번 동지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소수파가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할 경우에 대비하여 전에 했던 제안들을 다시 주장하겠습니다. 전국위원회의 토론과 결정사항에 대한 비밀들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도 아닙니다. 당원들의 약 40%는 에이번이 가장 훌륭한 조직가라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소수파가 당에 남아 있게 될 경우 에이번이 자신의 월등한 조직능력을 증명하거나 스스로 타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전국위원회 내부사항은 전국위원회 전체나 이 위원회 산하 정치위원회 또는 서기국만이 공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임 전국위원회 첫 회의는 이러한 내용을 우선 결정해야 합니다. 한편 서기국은 비밀과 관련된 조항들을 당헌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비밀이 누설될 경우 공식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에이번이 누설자라면 공개적인 경고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그가 다른 사항을 위반하면 서기국에서 축출되어야 합니다. 일시적인 결점들이 있더라도 이러한 조치들은 뉴욕 지부의 조직가인 에이번을 서기국의 통제 바깥에 두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없이 유리합니다.

동지가 현재 서기국의 구성인사들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조직 분리가 뒤따를 경우 아마 가장 훌륭한 서기국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소수파가 당에 남아있을 경우는 다수파 동지들만이 서기국을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 5명의 서기국 국원 가운데 3명은 다수파 2명은 소수파를 대표하게 될 것입니다.

소수파가 조직 분리를 망설일 경우 비공식적으로 이들이 다음 사항들을 알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섁트먼은 정치위원회 뿐만 아니라 편집진에도 배치할 의향이 있다; 심지어는 에이번을 서기국에 포함시킬 의향도 있다; 이와 같은 수준의 다른 조치를 취할 용의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소수파가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되는 것만은 인정할 수 없다.  

* * *

국제집행위원회 위원인 르브렁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이 동지는 참 기이합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숨이 넘어가고 있으며 전쟁이 발발했으며 곧 조직이 불법화될 상황에서 볼셰비키당의 집중주의가 포기되고 무제한적인 민주주의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뒤죽박죽입니다! 그러나 이런 동지들의 민주주의란 순전히 개인적 의미밖에 없습니다: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하겠다. 르브렁과 잔슨은 특정 원칙에 입각해서 그리고 특정 조직의 대표들로서 국제집행위원회에 선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동지는 원칙을 버리고 자기들이 속한 조직을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이 "민주주의자들"은 집단적 규율을 전혀 도외시하는 완전한 보헤미안(Bohemian)으로 행동했습니다. 국제대회가 열릴 경우 이 동지들은 가장 가혹한 비판을 받으며 직위에서 해제될 것입니다. 이 동지들도 이 사실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들은 민주주의라는 미명을 들먹이며 자신들이 제거될 수 없는 원로원 의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의 말에 의하면 전시에는 전시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것은 제4인터내셔널의 지도적 기구를 각 지부들의 실제 세력관계에 맞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거될 수 없는 원로원 의원들의 허세보다도 이 경우 더 많은 민주주의가 존재합니다. 이 문제가 논의에 오를 경우 이 편지의 내용을 르브렁의 편지에 대한 나의 답장으로 인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40년 4월 4일

레온 트로츠키

코요아칸

동지,

당대회에 대한 동지와 핸슨 동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판단해 보건데 당의 단합을 위해 동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습니다. 이런 조건 하에서도 소수파가 조직을 분리한다면 모든 노동자들은 이들이 얼마나 볼셰비즘의 원칙에서 멀어져 있으며 당내 노동계급 다수파에 대해 얼마나 적대적인 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동지들이 내린 결정의 세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입수 되는대로 좀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상징 논리학(symbolic logic), 버트런드 러쎌 등의 논리에 대해 버넘이 쓴 논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글을 걸런드가 썼습니다. 이 글에 관심을 갖기를 권합니다. 이 글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소수파가 당내에 남아있고 버넘이 새로운 인터내셔널의 편집진에 유임될 경우 이 글은 "우호적" 표현들을 사용하여 아마 다시 집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징논리학에 대한 논지는 아주 진지하고 훌륭합니다. 특히 미국 독자들에게는 아주 유용하리라 생각됩니다. 웨버 동지 역시 자신의 마지막 논문의 중요한 부분을 이 주제에 할애했습니다. 새로운 인터내셔널에 실리기 위해 이 부분을 그가 독립된 글로 다시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증법적 유물론을 옹호하는 이론적 캠페인을 이제 체계적으로 진지하게 계속해야 합니다.  

캐넌의 팜플렛 "노동계급 정당을 향한 투쟁"은 아주 훌륭합니다. 진정 노동자 지도자다운 글입니다. 그간의 논쟁은 이 글보다 더 수준높은 글을 생산하지 못했어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습니다.  

1940년 4월 16일

레온 트로츠키

코요아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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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1 21:39 2005/10/0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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