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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경제 (1) - 인간은 이기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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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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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9/11/20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정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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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5/11
    칼라TV 개국 1주년 기념 생중계 토론회
    칼라TV

사랑의 경제 (1) - 인간은 이기적일까?

 

 정태인.jpg 

정태인(경제평론가)

 

 

 

 

* 이 글은 작은책 1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이 글에 나온 실험에 참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실제로 돈을(심지어 실제로 1000만원쯤 주고 한 실험도 있습니다) 가질 수 있는 상태에서 나라면 어떻게 하겠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사랑의 경제 (1) - 인간은 이기적일까? 



1

늘 하는 소리라 아무런 감흥도 없겠지만, 올해도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특히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큰 일이라서 앞 날을 짐작하기 어려운 일(세계금융위기)이 벌어지는 가운데, 너무나 뻔하게 망조의 정책만 펴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려니 그야말로 눈 코 뜰 새가 없었습니다. 하여 지난 1년간 어떤 때는 상당히 긴 호흡의 글을 연재하고(예컨대 석달에 걸쳐 ‘연재’된 스웨덴 모델) 또 어쩔 수 없이 짧은 호흡의 현실 분석을 싣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들쑥 날쑥한 글을 써서 죄송할 뿐입니다. 

또 이미 사멸하고 있는 경제학인데도 뭔가 어렵다는 이유로(단순히 수학을 많이 쓴다는 데서 비롯된 관념일텐데) ‘진실’을 독점한 듯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고지하는 짓을 자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서 금년에는 열두달 내내 특별한 경제 이론이나 통계에 관한 지식이 필요 없는 얘기, 아니 오히려 그런 ‘쓸모없는’ 지식이나 선입관 없이 맨 눈으로 내 주위의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얘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말하자면 저는 매달 기본적인 문제와 기존의 답만 던지고 여러분의 비판이나 의견을 모아서 다음 달에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소통’을 실천해 보려는 거죠. 작은책의 게시판이나 하종강선생님의 홈페이지(hadream.com)에 있는 제 방에서, 그리고 진보신당 게시판에서  토론을 하려 합니다.

2.

앞으로 1년간 주제는 “사랑의 경제”입니다. ‘네모난 세모’처럼 들리시죠? 경제야말로 사랑이라는 낱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경제 생활에도 사랑은 적용됩니다. 예컨대 아이들에게 학비와 용돈으로 500만원을 줄 때 우리는 언젠가 이자까지 쳐서 정확히 돌려 받겠다고 마음먹지 않습니다. 또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는 부모에게 돌려 주겠다고 마음 먹는 것 같지도 않고, 나아가서 고마워 할 일도 아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거래와는 전혀 다른 거죠. 물론 경제학자들은 그 돈을 지출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잘 못 됐을 때 더 들어갈 비용(기회비용)을 계산한 결과라고 가르칠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의 기대는 우리들에 대한 보상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손자들)에게 비슷하게 하는 것일텐데 이건 경제학의 등가교환과는 전혀 다릅니다. 

물론 자기 새끼니까, 조금 더 넓혀서 친족이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우리는 사랑을 실천합니다. 작년에 세계가 위기의 구렁텅이로 급전직하하고 있을 때 아마도 가장 걱정을 많이 한 곳 중 하나가 구세군었을 겁니다. 그러나 모금액은 2007년보다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다소 비싸도 공정무역 커피를 찾는 ‘착한 소비’도 이런 이타적 행위에 속합니다. 이미 눈치 챈 분도 있겠지만 작년 초에 제가 썼던 ‘세박자 경제론’ 중 풀뿌리 경제(학문 용어로는 사회경제, social economy)는 이렇게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의 속성에 기초합니다. 만일 세상이 전부 사랑으로 가득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때  신나서 일하니까 오히려 생산성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뿐만 아니라 후대를 사랑하는 당연한 마음이라면 자연을 더 잘 가꿔야 하고(최소한 그대로 남겨둬야 하고), 또 내 이웃들도 잘 살 수 있도록(최소한 범죄를 저지를만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분배에 훨씬 더 신경쓰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면 모두 행복해질텐데 왜 날로 세상은 각박해지기만 할까요? ‘사랑의 경제는 원래 불가능한 걸까요?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라서 그런 세상은 올 수 없다는 답이 떠오를 겁니다. 실제로 경제학이라는 논리체계는 완벽하게 이기적인 인간을 전제로 구성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이기적 인간’이 더 유리하도록 사회경제 제도를 만들어내고 학교에서, 또 가정에서 이기심을 훈련시킵니다. 말로는 ‘협동’이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협동하는 능력을 완벽하게 말살하고 경쟁만을 몸에 아로새기는 우리의 교육체제를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인간은 원래 이기적일까요, 아니면 우리 스스로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걸까요? 분명 세상이 변한다는 말 속에는 이런 학습과정이 들어 있습니다. 제 초등학교 시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래, 아니면 배부른 돼지가 될래?”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친구들은 대부분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소크라테스 쪽에 손을 들었습니다. 과연 이 질문을 지금 아이들에게 하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또 여러분의 솔직한 대답은 어떻습니까? 

3. 

꽤 많은 경제학자들이(물론 전체로 보면 극소수이지만) 이런 문제를 고민해 왔습니다. 특히 게임이론과 실험경제학, 진화경제학을 활용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기적 인간을 가정한 게임의 논리적 답(즉 이기적 인간이라는 가정하에서 도달한 가장 합리적인 행위)과 실제의 실험의 결과가 같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 중 세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는 최후통첩게임이라고 알려진 겁니다. 하늘에서 1000원이 뚝 떨어졌습니다(또는 제가 줬다고 해도 좋습니다). 승연(제 큰 딸 이름입니다)이가 다연(둘째입니다)이에게 이 중 얼마를 제시합니다. 예컨대 100원을 준다고 할 때 다연이가 “언니 고마워”하고 받으면 이 게임은 끝납니다. 승연이가 900원, 다연이가 100원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런데 만일 다연이가 어떤 이유로든 “싫어”라고 하면 하느님이(또는 옆에서 보던 제가) 1000원을 회수합니다.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한 벌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승연이와 다연이가 철저하게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승연이가 얼마를 주겠다고 하는 게 답일까요? 다연이는 또 얼마를 받을 때 만족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얼마를 제시하겠습니까?

둘째는 독재자 게임입니다(게임 이름이 다 거시기하죠?). 최후통첩게임과 다 같은데 이번에는 다연이가 거절할 권한이 없습니다. 승연이가 200원을 주겠다고 하면 다연이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대로 분배가 결정됩니다. 이 게임의 논리적 답은 얼마일까요? 또 여러분이 이 게임을 한다면 얼마를 제시하겠습니까?

셋째는 공공재게임이라고 알려진 겁니다. 5명(10명도 좋고 100명도 좋습니다만)에게 200원씩을 줍니다. 각각 얼마씩 내 놓으면 그 돈은 모두를 위해서, 예를 들어 가로등을 세우는 데 쓰입니다. 요즘 정부가 흔히 지자체에 제시하는 매칭펀드 정책처럼 사람들이 내 놓은 액수만큼 돈을 불려줍니다. 예컨대 사람들이 300원을 내 놓으면 300원을 더 붙여서 600원이 됩니다. 공공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 보답인 셈이죠. 그리고 나서 5명에게 똑같이(위 예에서는 120원씩) 나눠줍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얼마씩 내놓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제 ‘사랑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우리가 활발하게 토론할 수록 사랑의 경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서 다음 달에 함께 ‘정답’을 찾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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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TV 대표는 정태인이다

 -이제 괜찮은거야?

-목 디스크래요, 지속적으로 관리 해줘야 한대요.

-(하품) 아, 졸리다.

-못 주무셨어요?

-응.

-왜요?

-우울증.

 

   한 달만에 칼라TV 대표, 정태인 선생님을 만나 주고 받은 첫 대화다. 목 디스크란 말도, 우울증이란 말도 우리는 별 일 아니란 듯 그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선생님 책꽂이에 색깔있는 책 몇 권 꼽아주세요.

-왜?

-방이 너무 하애서 선생님이 더 까맣게 나오실 것 같은데요?

-이런...

  

정1.jpg

 

 

   난 한 시간 정도 진행된 폴리뉴스와의 인터뷰를 연구실 한 켠에서 지켜보았다.

 

   사모님이 직접 꾸며주셨다는 연구실은 까무잡잡한 그와 대비되는 하얀색이었다. 거기에 책장과 책상 곳곳에 쌓인 하얀 종이들까지. 조금은 낯선 분위기였다. 그나마 가장 친근하게 느껴진 물건이 검은 핸드폰과 담배.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그는 달짝지근한 커피와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문다.   

 

정2.jpg

 

-아니, 아직 못 봤는데?

-아니, 나 말고 방송 잘하는 이해영 있잖아.

-아이고, 그래 몇 시?

-알았어.

 

   한 방송사가 다급하게 그와의 생방송 전화 인터뷰 약속을 잡는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친히 대한민국을 방문해 한미 FTA의 조속한 추진과 그랜드 바겐의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온 김에 저희도 breaking 한 번 해보게 빨리 보고 한 말씀 해주세요.

-뭐, 인터뷰 하겠다고?

-인터뷰라기보다는 그냥 논평이요. 우리도 칼라TV 대표 논평, 이런 거 고정 프로로 할까요?

-에이...혼자 말하는 게 얼마나 재미없는데, 대충 물어봐. 그럼 답해줄게. 먼저, 뭐라고 말했나 좀 보고.

 

정3.jpg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을 찡그리며 인터넷을 뒤적이는 그.

   경제학을 다루는 사람들 중 최고의 학식을 가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야인이다.

 

-시간은 얼마큼? 원하는대로 말해주지. 

-10분, 5분? 5분이 좋겠다. 5분이요, 선생님. 

 

 

 

 

그는 정확히 5분을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려고 한 나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반 FTA 전도사 정태인의 답은 편집 없는 5분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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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정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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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TV 개국 1주년 기념 생중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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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5월10일 오후9시 용산재개발구역 '레아 호프' , 생중계 토론회 [여기 촛불이 있다. 여기 칼라TV가 있다.] 중 패널들의 모습

- 왼쪽부터 진중권교수, 정태인 칼라TV 대표, 송경동 시인, 이명선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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